경제가 위태롭다 ②

2001-04-12     박혜경 기자

현재의 경제위기는 성장률하락-물가상승-환율상승의 '트리플 악재'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근본원인은 해외 경제여건 변화보다 국내 구조조정의 부실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장률-물가-환율 '트리플 악재'② - 물가상승 현상

정부는 5-6%대의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3%대에서 묶겠다고 하였지만 현재 경제여건상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물가는 더 오르는 추세이다.

3월말 현재 물가상승률은 작년말보다 1.9%나 올랐다. 특히 최근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까지 가세하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5%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원화약세를 막아야하지만 수출을 감안하면 환율을 무작정 묶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 및 한은 관계자들은 올 물가를 4%보다 낮은 선에서 잡기는 어렵다고 보고있고 5%안팎까지 갈 가능성도 많다고 한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빠른 시일내에 하향안정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공공요금 인상도 억제되지 않을 경우 물가목표 달성이 어려워져 2·4분기 소비자 물가가 5%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제적인 물가상승률 인상의 부담과 더불어 의료보험료 인상, 교육비 인상 등 경제외적 비용도 덩달아 상승하여 서민들의 가계는 더욱 주름지고 있다. 현 경제가 서민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입히면서 현재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신용불량자도 300만명을 넘어섰다. 신용불량자 가운데 500만원이하 연체자가 87만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해 서민층의 경제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성장률-물가-환율 '트리플 악재'③ - 환율상승과 주가하락

최근 환율상승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불안함은 물가는 상승하면서도 수출과 주가는 하락하여 국내경기는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최악의 악성지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보다 못한 정부는 급기야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한은의 직접개입'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빼들었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방식은 1단계 '구두 개입'단계, 2단계 은행이나 공기업 등을 통한 외화물량을 풀거나 조이는 '간접 개입'단계, 3단계 중앙은행이 보유외환액을 직접 동원하는 '직접 개입'단계가 있다.

외환당국의 직접개입은 외국으로부터 정부의 환율조작 오해를 살 위험성이 있고 또 극약처방이므로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외환보유고를 쓰겠다고 한 것은 현재의 외환시장 상황의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급등이 내부요인이 아닌 외부요인이라는 점에서 극단 조치의 효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아니라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2년여만에 또다시 심리적 저지선인 500선이하로 떨어졌다. 또 한은의 외환시장 직접개입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5일에는 원달러 환율은 최고 1362원까지 치솟아 IMF 위기 이듬해인 98년 10월 7일 138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하락하는 증시를 잡기위해 진념 부총리는 지난 10일 6조8000억원의 연기금을 주식시장에 긴급 투입하겠다는 주식시장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이날 주가는 오히려 500선이 무너져 IMF환란기간인 98년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정책으로는 주식시장 부양에 한계가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증시는 기본적으로 미래경기 및 기업경영을 반영하는 것인만큼 정부가 부양책을 쓴다고 해서 추세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다. 이들은 "증시부양책 발표 당일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해외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면서 "기업·금융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인해 현 경제팀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경제위기, 외생변수 이겨낼 내적 경쟁력 허약함이 더 문제



국내 경기침체의 미일 경제침체, 엔화약세 등의 외생변수으로 더 심화되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우리 경제가 미일에 의존한 수출위주 경제이고 취약한 내수구조로 짜여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특단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데 정부 및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지난 7일 경제팀 회의에서 김대통령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치밀하게, 더 신속하게 하지 못한 점이 있고 국민들도 긴장감이 풀린 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경제여건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지만은 않고 있다”면서 “정부 경제팀은 이런 내외 여건에 대응,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 전문가들도 한국의 구조조정이 부실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2일자)는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내 기업들이 한단계 도약하려면 바람직한 주주자본주의에 필수적인 경영 투명성과 기업지배 구조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한국의 기업문화는 아시아 외환위기 전과 다를게 없다고 비판하였다.
또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부문에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내렸고 투명성 부문에선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나쁜 등급을 매겼다.

IMF 계간지 '금융과 개발'에서는 " 채권자가 계속 자금을 대주면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영국식 외환위기 탈출법'이 적용된 한국 기업들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장기투자 유치에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기업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미흡했다"고 분석하였다. 또 한국의 '출자전환 방식'은 기존 재벌들의 족벌적 경영세력을 축소하는데는 일정 효과를 거두었으나 비핵심 사업영역 매각을 통한 자구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외국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의한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 역시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경기부양이 아닌 구조조정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중앙대 박승 교수는 "굳이 성장률을 높이려 하지 말고 저성장을 받아들이고 금융 신용회복과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문건 교수는 "지금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국내 시스템 불안 요인을 없애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현대 계열사와 대우 자동차 문제를 어떻게 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하였다.

연세대 이영선 교수는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함께 추진하기는 어려우므로 대내적으로 일관성있는 구조조정, 대외적으로 수출촉진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동안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은 시장원리에 따르는 원칙적인 방식이 아닌 공적자금 추가조성, 회사채 신속인수 등 편법처방을 했고 특히 현대 특혜지원은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꺾인 증거였다.

이러한 부실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기업, 금융 등 약체 경제시스템이 외풍을 견디지 못하면서 IMF와 같은 위기상황이 다시 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의원들은 한결같이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하였지만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경기부양보다는 '구조조정'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을 조기 집행하여 재정에 의한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다. 정부는 1.4분기에 39조9천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데 이어 2.4분기 49조1천억원 등 상반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6% 늘어난89조원의 예산을 각 부처에 배정, 집행하기로 했다.

반면 예산은 투입하면서도 "금리인하나 환율시장 개입등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하지 않겠다"며 진념 부총리가 11일 발표하였고 또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강도 높은 작업을 전개하겠다는 의지 또한 없어 보인다. 특히 현대와 대우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어 아직 정부가 구조조정 강화인지 재정에 의한 경기부양인지 분명한 경제안정 정책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경제침체에 대한 대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기업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경제사정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정부뿐만아니라 여야 정치권은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제언을 받아들여 빠른 시일내에 경제안정 정책을 빠른 시일내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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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위태롭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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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기자polyad@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