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벌칙 강화, "도대체 욕 먹을 짓만 골라 하려나?"
2001-04-19 박혜경 기자
경찰청은 6월 30일부터 안전벨트 미착용자에 대해 규제 강도를 높여, 현 3만원의 범칙금을 5만원으로 인상하고, 벌점 10점도 부과할 계획이라는데, 이에 '운전자가 봉인가'라며 시민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
현재 안전벨트 착용률은 단속 이전의 20%대에서 현재 90%가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경찰청은 규제 강도를 높여, 현 3만원의 범칙금을 5만원으로 인상하고 벌점 10점을 추가하여 법제처의 심의를 통해 6월 30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규제 강화 이유에 대해서 경찰청 교통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범칙금 3만원은 다른 교통관련 범칙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라며, "계속적으로 안전띠를 착용하도록 유도하고,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선 심리적 강제를 높이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말했다.
안전벨트 착용은 자율적인 실천에 맡겨야..
그러나 일반 운전자들은 안전벨트 착용이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필요 조치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안전벨트 착용은 개인의 자율적 실천에 따라야지 타율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교통단속 범칙금이 실제로 타인에게 상해를 미치지만, 안전벨트는 개인의 안전에 대한 문제이므로 벌금 부과에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인터넷 여론조사 사이트 'iwatchkorea.com'에서 실시한 투표 결과를 보면, 69%의 네티즌이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안전벨트 미착용 단속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러한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없는 행위로 운전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e윈컴 정치뉴스(www.polinews.co.kr)」의 자유게시판에 '동네사람들'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은 "안전띠를 매느냐, 안매느냐는 타인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전혀없는 행위이며. 범죄성, 사회적 위해성, 전파성이 있는 강.절도, 폭력, 마약등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라고 말하며, "국가는 안전벨트를 매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차로 출퇴근하는 운전자 H씨도 “개인의 안전을 위한 단속의 성격이 크다면 굳이 벌칙금과 벌점을 부과할 필요가 있는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의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짧은 거리나 직업적인 이유로 빠른 기동성이 필요로 할 때 안전벨트 착용은 오히려 불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행정편의를 위한 단속이며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된다"고 비난했다.
안전벨트 미착용 범칙금 5만원으로 인상, 벌점 10점 부과-국민이 봉인가?
뿐만아니라 현행 3만원으로도 충분히 90%에 육박하는 높은 착용률을 보이고 있는데도, 굳이 범칙금을 5만으로 올리고 10점이라는 벌점을 부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시민들은 더욱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특히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그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는 택시 운전기사들은 불만이 대단히 높다.
32년 간 개인택시영업을 하고 있는 안대순(서울 돈암동(67세))씨는 “하루종일 안전벨트를 착용하다 보면 어깨와 복부가 불편하긴 하지만, 안전벨트는 마땅히 착용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승차하는 승객마다 안전벨트 착용하라고 부탁하는 것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자발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승객은 10명중 3명꼴이고, 대체적으로 지적을 해야만이 착용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한 시민들은 안전벨트 미착용 범칙금 부과는,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국가 재정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실려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일반 봉급자들에게 이러한 범칙금 부과는 너무하다. 정부가 욕 얻어먹을 짓만 골라한다"고 한결같이 비난했다.
네티즌들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votekorea.net'에서 네티즌 김재곤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샐러리맨의 한사람으로, 내아이와 아내, 그리고 부모, 모두 나 한사람만을 보며 살고 있는 실정에 무슨 놈에 세금을 또 올린다는 얘긴가? 세금이 아닌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보다 못한 인간들"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iwatchkorea.com'의 네티즌 정인효씨는 "항상 피해는 모두가 서민의 차지한다" 울분을 토로한 뒤 "정작 자기네들은 지키지도 않으면서 법은 만들어놓고 돈 좀 되니까 벌금을 더 올린다"며, "말이 국민의 생명보호지 완전히 자기들 월급봉투 채우기다"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규제보다는 홍보와 교육을 통해 풀어야..
늘 반짝하고 실행했다가 사라지는 단속들이 많다. 실제 법으로 명시되어 있어도 위반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는 경찰청 등을 비롯한 관공서들이 장기적으로 단속을 하기 어려운 행정상 문제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취지는 좋지만 퇴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전에 충분한 홍보와 교육을 통한 계도기간을 갖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 공포해버리는 것은 시민들에겐 강제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안전벨트 착용 여부는 법적 구속에 의한 타율보다는 자율의지에 그 성공여부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교육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정부는 범칙금을 5만원으로 인상하고, 벌점을 추가하는 규제 일변의 처벌보다는 TV나 신문을 통한 공익광고 등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홍보를 강화하고, 학교와 사회 교육 등을 통해 안전벨트 착용의 생활화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이 국민 생활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도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고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 정책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을 풀어 나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국민적 동의를 얻어내고 국민과 함께 풀어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김준숙 기자js21fly@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