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사태, "DJ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이 원인"

2001-04-20     박혜경 기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부소장은 "노동자를 정책결정과 수행 과정의 대화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김대중 정부의 태도가 이런 사태를 낳았다"며 "노동자는 현 정부가 결정한 정책의 들러리거나 걸림돌인 것이 지금의 현실..."

지난 10일 경찰의 대우차 노조 과잉진압과 관련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번 대우사태로 인해 김대중 대통령은 17일 서둘러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하면서 일단 성난 여론을 달래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시위를 보호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써서는 않된다"며 노동자의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는 원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이는 앞으로도 불법시위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여서 노동계는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민주노동과 민노총은 이무영 경찰총장 및 행자부 장관에 대해 고발(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무영 경찰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사태 진상조사단'(단장 이주영)을 꾸려 지난 18일 인천 산곡성당과 대우차 부평공장 등을 방문, 진상조사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7일 국회행정자치위에 출석한 이무영 경찰총장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번 대우차 사태 관련 대여공세를 강하게 폈다.

특히 사전기획 논란과 관련 한나라당 민봉기 의원은 "광주항쟁에서도 군사독재자들은 지시자가 없다고 했다"며 "이번 사건도 때린 사람이 있고 맞은 사람도 있는데 지시 없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라며 폭력진압이 '계획된 사건'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또 '정권은 법보다 우선'논란에서 같은 당 윤두환 의원은 "당시 현장 지휘책임자의 입에서 '정권은 법보다 우선한다'는 말이 거리낌없이 나오도록 한 장본인이 누군가"라며 대여 정치공세를 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박종우 의원은 "야당의원이 고성을 질러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게 사태의 원인이 아닌가"라며 물었고, 추미애 의원은 "민주노총 박 훈 고문변호사의 행동은 형법상 폭력교사가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여야간 정치공방 속에 민주노총과 민노당은 오는 28일 대대적인 노동자 집회를 준비하면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구조조정 반대, 노동자 생존권 보장과 함께 4월 춘투(春鬪)으로 이어져 반정부투쟁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띄고 있다.

DJ 유감 표명 이후, 민주당은 '양비론적 태도에서 수세국면으로'...

이번 대우자동차 노조원 과잉진압 배경을 보는 시각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대통령의 유감표명 이후, 과잉진압이였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처음의 '양비론적 태도'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위를 주도했던 민노총의 박 훈 변호사는 오마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경찰이 불법집회라는 주장 자체를 부인하면서 "노조 사무실 가겠다고 길 비키라는 것이 어떻게 집회가 될 수 있는가?"반문하였다. 또한 그는 '해고자도 노조 조합원'이라는 법원 판결을 제시하면서, 박 변호사는 "노조측에서 회사를 상대로 '노동조합업무 및 출입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 노조사무실에 출입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받았다"며 이번 집회는 합법적이였음"을 강조했다.

또한 폭력을 조장했다는 경찰의 지적에 그는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의로운 일 아니냐"며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항하는 일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 강경진압이 일부 젊은 혈기왕성한 일부 경찰의 '우발적 사태'라는 말에 "대우차 정리해고 이후 부평은 계엄상황이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우차 처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서 "노조가 제안한 무급순환휴직제를 실시하고 대우차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평경찰서, '일부 흥분한 대원들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불상사가 발생'

그러나 부평경찰서의 입장은 다르다.
즉 10일 오후 당시 노조원과 해고자 350명은 비록 허가받은 정상적인 노조 활동있었으나, 집단적으로 4차선 도로를 점거하는 등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시위를 해 적법한 노조활동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왜 그렇게 강경진압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14일 '해명자료'를 낸 경찰청은 "지난 10일 오후 3시45분∼4시정도에 노조측에 붙잡혀 폭행을 당하던 진압부대원 12명(경찰 3, 의경 9)을 구출하고 노조원들을 해산하려다 일부 흥분한 대원들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불상사가 발생했다. 대우차 노조원들은 경찰장비를 탈취하고 경찰 얼굴에 흙을 뿌리고 침을 뱉는 등 격렬하게 대항했다" 는 요지였다.

또한 당시 진압시위에 참여했던 젊은 의경(아픈현실)은 e윈컴 게시판에서 '강경진압 하루전인 9일 경찰의 체증요원(집회 등에서 증거사진을 찍는 경찰)을 무참히 폭행하고 옷을 벗기고 체증자료를 모두 없애 자료가 없었다"고 분개하며, 경찰청에서 제작한 비디오가 민노총의 자료를 편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그는 또 '대원들이 납치당하고 게다가 폭행을 당하는 것을 옆에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글을 맺으면서 당시 진압부대의 감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결국 노동문제를 경제문제에서 파생된 주변적인 문제로 보는 김대중 정부의 한계

이번 대우차 노조 강경진압 사태는 DJ 정부가 노동자들을 정책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최근 거듭 천명돼온 정부의 시위엄단방침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대통령은 3월23일 경찰대 졸업식에서도 "정당한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는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발언을 한 바 있으며, 이후 대검과 정부는 화염병 시위자에 대해 전원 구속수사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며, 화염병 시위자에 대해 학사관리나 사회활동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강경한 방침을 내놓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부소장은 "노동자를 정책결정과 수행 과정의 대화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김대중 정부의 태도가 이런 사태를 낳았다"며 "노동자는 현 정부가 결정한 정책의 들러리거나 걸림돌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전산실장은 "대통령의 발언은 노동자, 노동계를 개혁의 주체로 보지 않고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하나의 근거"라며 "이른바 4대 개혁 중 노동개혁의 핵심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나 신노사문화 정착 등 주로 노동자를 배제하거나 약화시키는 내용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한 민주 노동당 당원은 "이번 사태는 현장에 있었던 혈기왕성한 젊은 의경과 노조원들의 감정적인 충돌이 폭력사태로 비화된 것으로 '제2의 광주사태'를 운운하는 것은 광주 민주항쟁을 폄하시키는 행위"라고 말하며, "현 젊은 전·의경들이 진압에 나서는 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現전·의경 제도에 모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영일 경남대 사회학 교수가 지적하듯 "결국 노동문제를 경제문제에서 파생된 주변적인 문제로 보는 김대중 정부의 한계"와 더불어 젊은 의경이 말처럼 "저희도 부모님들이 계시고 앞으로 사회로 나가면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자"라는 개탄어린 현실 속에 조속한 전의경 제도의 법적 제도적 보완과 노동자를 개혁의 주체로 인식하는 정치권의 발상전환이 시급한 실정임을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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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