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J 사이트-'DJ와 궁예' 게시물 삭제 거부
2001-04-24 박혜경 기자
정부가 최근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특정 정치인이나 기업,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대대적으로 조사키로 해 안티(Anti)사이트 운영자 및 관련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일부 안티사이트를 중심으로 특정 인물과 단체를 노골적으로 비방하고 인신공격까지 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 조사를 강화키로 23일 밝혔다.
그러나 윤리위원회 이영규 사무국장은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안티사이트들은 개인 안티사이트와 성격이 달라 실태 파악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또 연예인을 비방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명예훼손임을 요청하지 않는 한 조사가 힘든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정치인 관련 안티사이트들에 한해서 조사가 벌어질 양상이어서 이번 윤리위 조사가 정치인 관련 안티사이트 운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표적조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정보통신부 게시물 삭제요청 거부합니다"-「Anti DJ 사이트」운영자
특히나 윤리위 조사 1차 대상으로 예상되는 '안티 DJ 사이트'(http://myhome.dreamx.net/freenet2000) 운영자는 지난 16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김대중 대통령을 궁예와 비교한 게시물 16개를 삭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안티 DJ 사이트 운영자는 게시판에 "정보통신부 게시물 삭제요청 거부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정보통신부의 게시물 삭제 요청을 거부하면서 오히려 '정보통신부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반민주적인 행위를 반성하고 네티즌과 국민에게 사과하여야 합니다'라며 정통부장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에 윤리위원회가 삭제 요청한 게시물은 총 16개로 '김대중과 궁예의 공통점(하의도 궁예)', 'DJ와 궁예의 공통점(미륵)', '궁예와 김대중의 공통점 20가지(퍼온글)', '궁예와 DJ(도적, 하의도 궁예) 공통점(반 김대중)', '[타도 김대중] 궁예와 하의도 궁예(DJ:도적)의 공통점(궁예와하의도 궁예)' 등 네티즌들이 『DJ와 궁예 공통점 시리즈』를 덧붙이면서 총 35가지에 이르게 되었다.
윤리위가 문제의 명예훼손 행위라며 논란이 되는 항목으로는 '3번 신체중 일부가 훼손된다(궁예는 눈, DJ는 다리와 귀가 문제)', '9번 심심해지면 무리수를 써서 욕을 먹는다(철원환도, 정치인 임대)', '주문을 자주 외운다(옴마니 밤베움, 경제는 잘 되고 있다)', '신도들이 잘 따른다(미륵신도, 광신도)', '숨 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말을 일삼는다', '둘 다 개인적으로 경상도에 이를 북북 간다(신라, TK)', '아무리 간언해도 스스로는 독재자임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등이다.
"'안티사이트...욕설 비방 신물나지도 않습니까?"-양심맨
한편으로는 양심맨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안티사이트...욕설 비방 신물나지도 않습니까? 정말 한심합니다'라는 제호로 "여기 안티사이트는 건전한 비판, 충고는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헐뜯고 비방하기 위해 만든 것 같다"며 "안티여러분들의 활동덕택(?)에 정부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 어쩜 당연한 일이겠죠.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라며 안티사이트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궁금맨이라는 네티즌은 '안티맨님들께 긴급히 제안합니다'라는 글에서 3가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첫째가 풍자물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이기에 될 수 있는 한 풍자를 삼가고, 둘째 친DJ가 와서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같이 욕설하는 것을 삼가고, 셋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만 아주 완곡한 표현으로 건전한 방향으로 비판하자"고 애정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천편일률적인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
물론 다수의 네티즌들은 근본적으로 이번 조치가 "안티 사이트는 그 내용이나 대상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규제기준을 마련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진보넷 관계자는 "인터넷상의 게시물이 특정인이나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면 당사자가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면서 "명예훼손 문제를 '정부 검열'을 통해 한다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밖에 안티사이트로 '반김영삼 사이트(www.glaine.net/~antiys)', '반이회창 사이트(http:antichang.wo.to)', 이인제 안티 사이트 '이반사모(www.leeinje.com)' 사이트의 경우에 해당 운영자들은 "인신공격성 글이 범람하지만 법적 대응을 하면 오히려 안티사이트를 키워줄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어 무조건적인 안티사이트에 대한 정부 조사가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해당 정치인들이 찬성할 지도 의문시 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달 '민주당의원 자민련 3인 이적'을 보면서 해당 의원들의 홈페이지에 갖은 욕설과 비방을 담은 글의 경우에도 법적 제재와 삭제요청 문제를 정부규제 차원에서 할 것인지하는 구체적인 처리기준이 애매모호해 타 국회의원 사이트와 안티사이트간에 형평성 문제도 남아있다.
'자율 규제냐 타율 규제냐' 인터넷 공간에 부는 정부 규제
이번 윤리위 조치는 앞으로 인터넷내용에 대한 자율등급제 도입과 맞물려 인터넷 규제논란을 더욱 더 가중시킬 전망이다.
또한 지난 2000년 12월 15일 개인정보보호 및 인권침해 등 사이버 범죄 행위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개정 법률안 역시 '인권침해 등 사이버 범죄 처벌 및 피해 구제'내용을 담아 인권 침해 등 사이버 범죄를 처벌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즉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이버 명예훼손은 파급 효과가 크므로 형법상의 일반 명예 훼손보다 가중처벌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가 인권침해 등의 피해를 입은 경우 해당 정보를 제공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당해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윤리위원회의 안티 사이트에 대한 실태가 파악되는 대로 처리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만 결국은 인터넷 상의 처벌근거를 담은 '정보통신관련 법률'이 실행되는 7월 1일과 '인터넷자율등급제'가 도입되는 때에 정부기관과 네티즌과의 사이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자율규제냐 타율규제냐의 공방 속에 '인터넷 공간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규제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이번 안티사이트에 대한 조사가 발표되는 시점에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