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국가혁신위'

2001-05-19     박혜경 기자

이회창 총재 '대선 친위부대' 성격이 짙은 '국가혁신위'가 구성되자, '대세론' 차단을 위한 여권의 총력전이 볼만하다. 하지만 '혁신' 없는 '국가혁신위'로 이총재 지지도를 높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데...

한나라당 '국가혁신위'를 둘러싸고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여당에서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국민을 모독하는 정권인수위적 성격", "이회창 총재의 사조직", "비밀 결사조직" 등 연일 비난을 거듭하며, 이회창 대세론 차단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더 나아가 고강도 감찰활동에 착수했는데, 정치적 공방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분히 '국가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공무원들을 색출해 대선 주자들에게 줄서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여권의 의도가 엿보인다.

한나라당도 '국가혁신위'에 대한 정부여당의 공세나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각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듯하다. 당초 대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계획을 접고 "올 연말까지 운영할 것"임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벌써부터 "대선 줄 세우기를 하냐"에서부터 "보수우익 인사들로 채워진 '국가혁신위'에서 무슨 '혁신'이 나오겠느냐"는 비난이다.

이렇듯 한나라당이 '국가혁신위'를 구성하고, 여권은 '대권·당권 분리론' 등 대선 판짜기를 둘러싼 각 대선 주자들의 발빠른 행보가 예상돼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조기 '대선 줄 세우기' 돌입

한나라당 인사들은 '국가혁신위'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만큼 이총재의 '국가혁신위'에 쏟는 관심이 지대하고, 이미 '대선 싱크탱크', '이총재의 인재풀'이라는 역할을 당내에서 부여하고 있듯이 이총재의 '친위부대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미 분과위원들 구성도 서두르고 있는데, 윤여준 이상희 황우여 고흥길 이주영의원 등 이총재 친위세력 중심으로 포진돼 있다. 비주류를 제외시킨 주류 중심의 구성이다.

때문에 "이총재가 대선이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공식적인 당조직을 제쳐두고 '종합적 대선 기획'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데 벌써부터 대선전이냐"는 것이다.

여권이 연일 비난하고 나서고 있는 것도 "그동안 국정운영에 발목만 잡아오다가 정부여당을 제쳐두고 국가 일을 맡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중권 대표도 "한나라당 '국가혁신위'는 정권 인수위 분위기가 난다"며 "정체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러한 여권의 공격에 "여당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라도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며, 올 12월까지 활동하는 한시 조직으로 대선 조직이 아니다"고 방어 벽을 쳤다.

하지만 이총재가 성급한 대선 '줄 세우기'에 따른 정국혼란이 예상되고, '국가혁신위' 참여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주류, 비주류 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안영근 서상섭 김홍신 등 개혁적인 일부 의원들의 '국가혁신위'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시대 보수적 인사가 '혁신'을 한다고?

이렇듯 개혁성향의 의원들의 참여를 일부 분과위에서 거부하고 있고,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국가혁신위'의 '현주소'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혁신' 없는 '국가혁신위'라는 것이다.

'국가혁신위원회 인적구성(안)'이 의도적으로 유출돼든 그렇지 않든 명단을 보면 '혁신'과는 거리가 먼 구시대적 인물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수구적인 인물들"이라고 비판했고, 한나라당 한 관계자도 "국가비전과 대안을 마련하려고 했다면 흘러간 명망가들보다는 새로운 인재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문위원으로 거명된 남덕우 강영훈 노재봉 노신영 현승종 공로명 한승주 등 모두 3공부터 문민정부에서 총리나 장관을 지낸 인물들로 보수적이고 구시대적 인물들이다. 일각에서는 IMF위기로 촉발된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조장한 인물들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이총재의 보수적 노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명단 구성이다. '혁신' 없는 '국가혁신위'로 이총재가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과거로 회귀하는 것으로 비칠 땐 '대선 싱크탱크'이자 '대권 친위대'인 '국가혁신위'가 오히려 이총재의 지지도를 낮추는 '골치덩어리 기구'로 전락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 이총재가 '대선 친위조직'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고, 여권에서도 '당권·대권 분리론' 등 대선 판짜기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어 6월 임시국회 이후부터 대선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