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파업 229日】"우린 신권(神權)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2001-05-21     박혜경 기자

CBS 파업사태가 오는 21일 파업 229일째를 맞고 있다. CBS 노조 파업이 8개월이 다 되어 가는 지금에도 사측의 침묵으로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CBS 파업사태가 오는 21일 파업 229일째를 맞고 있다. CBS 노조 파업이 8개월이 다 되어 가는 지금에도 사측의 침묵으로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이에 노조측에서는 지난 10일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석한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CBS방송사의 정상화를 모토로 지난 3월 27일 CBS 공동대책위가 제안 발족한 이래, 방송위의 나형수 사무총장과 대한성공회 사제들, 그리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경식 회장 등 교계측도 성명서를 통해 CBS 장기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들어 사태해결을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영방송도 이에 거들고 나섰다. MBC는 '미디어 비평'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며, iTV는 지난 16일 'CBS 사태, 그 끝은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방영하였다. <르포 시대공감>프로그램 강일석 PD는 "이번 사태는 CBS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언론의 모순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노조가 공정보도를 실현하기 위한 자기개혁에 들어갔다는 것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권호경 사장은 이런 의지표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 시대공감 CBS장기파업224일 그 끝은 어디인가?(iTV)

노조가 내세우는 CBS 장기파업사태의 원인과 요구...

첫째가 군사독재시절 자유와 정의, 인권을 외치면서 힘없는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한 몸에 받던 CBS가 권호경 사장이 취임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현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지난 4.13총선 축화 화분을 김중권 대표에게 보내는 등 언론사가 갖춰야할 정치적 중립을 상실했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여기다 당시 정권에 비판적 프로그램이였던 '월요특집'과 'CBS 뉴스'를 없앤다고해 물의를 빚으면서 노조는 한층 더 권호경 사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둘째가 재단이사회측이 노조와 이미 합의한 정관개정(이사회내에 경영능력있는 이사 참여 보장)이행에 사측이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기독교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등 11개 교계의 대표목사들로 구성된 재단이사회 제도의 개선요구다.

즉 현재의 CBS문제는 재단이사회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정태인 시사모(CBS를 사랑하는 모임) 간사는 "재단이사회 이사중에서 3대 메이저 교단인 기독교장로회, 기독교감리회, 예수교장로회가 파견한 목사들이 돌아가며 CBS 사장과 기독교서회, KNCC총무자리를 맡고 있다"며 "이 구도 속에서 경영자의 전횡은 막을래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또 이 중에서는 방송이나 경영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전무하다"고 경영진의 무능함도 꼬집었다.

셋째가 사태가 장기화 되자 기독교 방송 간판프로인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의 진행자 정태인씨가 출연자들과 함께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권 사장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를 당하였고, 연이어 노조 민경중 위원장과 김준옥 사무국장이 착출당하면서 노조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 또 노조측에서는 사설 경비업체 직원을 동원하여 무리한 파업저지행위에 대한 '용역깡패 동원'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태인 시사평론가가 해고당하게 된 2000년 10월9일 'CBS 사태의 본질' 정태인의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의 방송칼럼-텍스트 전문】

넷째가 낮은 임금에 대한 사측의 성실한 임금협상태도이다. CBS노조원들은 동일 직종 내 월급수준이 밑에서 1, 2위 수준으로 낮은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CBS는 1년에 한 번 시상하는 한국 프로듀서상의 라디오 부분 시상에 빠진적이 없으며 기자들의 최고 명예인 한국기자상을 기자 1인당 가장 많이 받은 방송사로 유명하다.

'CBS 사태, 권호경 사장 퇴진에서 진정한 언론개혁의 첫 시발점으로...

지난 1월 10일 시사모(www.cbslove.com)가 결성된 이후 CBS 노조원들은 더 이상 노조대 사측의 고된 싸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시사모가 추진하고 있는 'CBS권호경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위한 10만명 온라인 서명운동'에 동참인원이 4개월여 만에 일반 시민과 언론인 5천4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 네티즌과 노조원이 함께하는 사이버시위를 매주 목/금요일날로 정해 해당관련 기관에 게시판 항의성 글을 올리고 있다. 물론 해당 사이트 다운 및 해킹 등 불법적인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CBS 사이버 시위 안내문 보기】

그러면서 CBS사태는 애초의 권호경 사장의 퇴진, 임금협상에서 주장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참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조 스스로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의 첫 출발이 공정보도 노력이다. 또한 지금처럼 견제기능과 검증받지 못한 경영진이 포진한 재단이사회에 대한 능력 있는 이사의 영입과 견제장치 마련 등 방송사 체질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따른 언론 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CBS 사태 해결을 언론개혁의 귀감으로 만들겠다는 CBS 노조 의지의 결과이다.

☞ cbs 노조 민경중위원장 인터뷰 전문보기

다음은 cbs 노조 위원장 민경중 위원장이 e윈컴과 가진 서면 인터뷰 전문 중 요약문이다

- 현재 차장급 이하 215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어 정상적인 운영이 힘든 것으로 아는데...
대다수 프로듀서와 기자, 아나운서들이 파업에 참여해 뉴스의 경우 <연합뉴스>를 방송체로 고쳐서 내보내고 있다. 그래서 CBS 나름의 시각이나 발굴, 생동감이 없는 죽은 뉴스이다. 이런 파행방송 때문에 많은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출연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 노조가 임금협상과 언론개혁을 함께 내세우고 있는 데, 우리나라 언론개혁의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CBS노조는 임금 단체 협상의 타결과 CBS의 전면적인 개혁을 동일선상에 있다고 본다. 사측은 어떤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임금을 동결하고 단체 협상의 민주적 조항들을 삭제하자는 요구를 해왔다. IMF를 전후로 임금 81억원을 반납하고, 전체 직원의 1/4가량이 회사를 떠나고, 4년간 임금 동결 속에서도 만성적인 체불에 시달려야 했던 노조원들에게 이를 수용하라는 것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임금 단체 협상의 타결을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합법적 파업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임협의 타결이 CBS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측이 노조를 협력과 견제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언론 문제는 근본적으로 CBS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즉 경영자, 혹은 사주를 선임하는 장치가 민주적 절차와는 거리가 멀고 언론 외적인 논리에 의해 움직이며, 그렇게 선임된 경영자나 사주가 해당 매체에 직접적으로 입김을 미친다는 것, 그 입김이 곧바로 국민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 파업 229일을 맞이하여 노조원들의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8개월째 월급을 못 받는 조합원들의 생계 곤란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주유소나 경비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 기독교 방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내부적으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데, 정태인 시사모 간사도 언급했지만 기독교 방송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CBS 재단은 지난해 4월 정관개정을 약속했다. 그 핵심은
첫째, 재단이사 4명과 직원대표 3명으로 구성된 사장 청빙 위원회에서 사장 후보 두 명을 뽑아 재단이사회에 올리고, 재단이사회는 그 두 명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하는 사장 청빙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사회에서 이른바 '교회 정치'에 의해 사장을 선임하고 있습니다.
둘째, 현재 재단이사회는 개신교 각 교단에서 파송하는 이사들로 구성되는데, 이 분들은 대부분 CBS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고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경력을 갖춘 이사들을 추가로 CBS의 전문인 이사로 영입하자는 것입니다.
셋째, 전문가들로 경영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CBS 경영에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사측은 오히려 '도장을 찍어느냐'며 반문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민 위원장은 "지난 주 iTV '시대공감'에 CBS사태가 방송된 이후 조합원 각자가 무척 고무된 상태"이며 "시청자들이 노조 홈페이지에 격려 글과 성금을 내겠다고 계좌 번호를 물어오기도 한다"며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끝으로 파업이 언제 쯤 끝이 날것 같으냐는 질문에 "사측이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CBS의 미래에 희망이 보이고, 이를 위해 노조원들이 앞장서서 나갈 때, 8개월로 접어드는 장기파업이 끝이 날것"이라고 답했다.☞ [cbs노조 홈페이지 가기]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