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대망론', 몽니일까?

2001-05-22     박혜경 기자

'JP 대망론'에 이어 자민련 서울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은 'DJP 공조 파기 선언과 독자후보'를 주장하고 나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의 입지 확보를 위한 '성공한 킹메이커를 위한 킹론'이라는 판단인데...

자민련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김종호 자민련 총재대행과 당직자들이 'JP 대망론'을 설파하고 있는가 하면, 지난 18일 자민련 서울지역 지구당 위원장들이 무원칙한 DJP 공조를 비판하면서 "공조파기 선언과 자민련 독자후보를 위한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민련 '홀로서기' 주장은 DJP 공조에서 자민련의 정체성을 찾아 볼 수 없고,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지방선거나 대선에서 자민련 몫과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한 '쐐기박기'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JP 대망론이 과연 지금까지 보였던 '몽니수준'일까하는 의문을 품고있다.

자민련 지구당위원장, "대권 독자후보 내라"

JP가 킹메이커를 자임하면서 자민련은 사실상 대선 후보를 내놓지 않아 정당 본연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자민련이 정체성 상실을 통한 존립근거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잃게될 자민련 지구당위원장들이 밥그릇 확보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렇게 자민련의 정체성을 포기할 바에는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자민련에서 제기되고 있다. JP의 '개혁 마무리론'이나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민주당의 발목을 잡아온 것도 자민련의 정체성 혼란에 따른 갈등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크다.

특히, 지구당위원장들의 불만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는 자민련 소속으로 나오려는 지방선거 주자도 없을뿐더러 나온다고 해도 득표력이 취약할 것이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공천하자'는 민주당 논리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다.

'성공한 킹메이커 카드'를 위한 '킹론' 본격 가동

이들의 집단행동은 'JP 대망론'과 결부된 연출된 행동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강한 킹메이커를 위한 킹"을 위해서는 JP의 위상이 높으면 높을수록 자민련으로서는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종호 총재 대행을 비롯해 당직자들이 "JP의 대권 도전"을 집중적으로 설파한데 이어 지구당 위원장들도 '독자후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자민련 내부에서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영수 부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대망론을 제기하는 것은 뜻 있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먼저 당의 체제정비가 중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한 당직자도 "JP가 실제로 대선을 직접 뛸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상태와 분위기를 볼 때 자민련과 JP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JP의 몸값올리기를 위한 '몽니'는 현재 여권내 역학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영남후보론'에 이어 '제3후보론' 등이 제기되고 있고, 김윤환 민국당 대표는 3당 합당에 이은 '3김연합 후보론'을 제기, JP의 '킹메이커론'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같은 충청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인제 최고와의 관계 문제도 JP에게는 고민 거리다. 킹메이커를 위해 자신과 자민련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존재를 알리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자민련 내부의 알력 다툼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종호 권한대행과 서울시지부장들이 'JP 대선후보' - '이한동 서울시장 후보론'을 들고 나온 것을 볼 때 김 권한대행이 이 총리를 견제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설이다. 대권 주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이 총리가 서울시장으로 거론되는 것을 달가워 할 이유가 없다. 이 총리가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렇듯 자민련의 독자성 확립을 위한 '대권 도전' 목소리는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 포석이다. 특히 자민련이 DJP 공조에만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JP와 자민련은 DJP 공조에 참여하고 있지만 공조에 마음붙히지 못하고 사사건건 민주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아왔던 것도 과연 '끝까지'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JP의 줄타기, DJ에서 昌으로 변할 수도

지난 1월 DJP공조복원을 하면서 민주당이 강조에 강조를 한 것이 있다. 바로 '철벽공조'이다. 내년 대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동지적 맹세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JP는 항상 '유종지미'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김윤환 대표도 3당연합을 하면서 '대선까지 함께 가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그래서 그간 JP가 사사건건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자기 몫'을 많이 받기 위한 몽니를 부려도 DJ와 민주당은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넘겨왔다.

그러나 이번 JP 대망론에는 지금까지의 몽니수준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회의가 일고 있다. 서울시지부장들이 '공조청산'을 결의문에 공식적으로 담기까지 하였고 내년 선거 독자후보를 공공연히 주장하기 때문이다.

JP는 15대대선 DJP공조때와 같이 'JP대망론'을 흘리며 당선가능 후보와 막판 줄달이기를 했던 그 행태가 그대로 보이고 있다. 때문에 JP의 대망론은 몽니수준이 아니라 JP의 내년 대선 플랜의 기본방향이 수정된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즉, JP가 DJP 공조를 끝까지 끌고 갈지도 불확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권을 통한 킹메이커 역할이 불확실하거나 자신의 입지가 불투명할 경우 단호하게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JP는 15대 대선에서 DJ와 손을 잡는 그 순간까지 신한국당과의 연대를 저울질해 왔으며, 지난 16대 총선에서 DJP 공조를 한번 파기한 마당에 또 한번 파기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볼 일도 아니다. 또한 지난 연말 DJP 공조 선언 직전 JP가 제주도에 내려가 한나라당 이총재를 기다리고 있었듯이 "JP는 아직도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관측도 정치권에는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최근 '昌 대세론'으로 JP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극단적인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DJP 공조가 별 볼일 없다고 판단되면 지구당위원장들이나 당원들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DJP 공조를 파기하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측에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 연합공천과 그 선거결과를 놓고 저울질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JP는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JP 대망론'을 두고 "笑以不答(소이부답)"이라며 알쏭달쏭한 태도를 취했다. JP는 당분간 정치지형과 대권판세의 윤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JP에 대해 여권에서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