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6.15 이슈'로 국면전환 가능한가
2001-05-30 박혜경 기자
국정난맥상이 계속되면서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당 내홍도 겹쳐 있다. DJ는 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정국반전을 시도하려하지만, 상황은 아직 꼬여있기만 한데...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DJ의 '햇볕정책'은 대외적으로는 대북 강경노선을 보이고 있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관계가 어려움에 직면했고, 대내적으로는 "일방적 퍼주기 논란"에 빠져 국민들은 '햇볕정책'에 대해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등 난항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치적으로는 계속된 국정난맥상으로 인해 민심이 집권여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등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여권 일각에서는 "6.15 1주년을 기점으로 국면전환을 위해 정국 중심을 남북문제로 돌려,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DJ가 지난 24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계기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울 방문에 대한 확실한 스케줄을 밝혀주고 이를 세계에 밝혀줄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이례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기대와는 달리, 북은 '민간 차원 접촉'만 제의
그러나 지난 28일 북측이 "6.15 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해 남북 각계 인사들이 참가하는 민간차원의 '민족통일 대토론회'를 금강산에서 갖자고 제의"한 것은 정부가 기다리고 있던 내용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어서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북측이 남북대화를 위한 끈을 놓지 않고 있고, 재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통일 토론회'가 남북 당국자간 대화에 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북측은 북측 나름대로 남북정상회담을 '역사적 사변', '통일의 이정표'로 선전해왔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이 변하지 않아 6.15 1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그냥 넘길 수도 없는 고충이 그대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북측은 당국자간의 만남을 제외한 채 정당 및 사회단체 등 민간차원의 '통일 토론회'를 제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승환 민화협 사무처장은 "북측이 제기한 '통일 토론회'는 침체된 남북관계에서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민간차원의 접촉'을 계속 주장했던 연장선상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렇듯 북측이 6.15 1주년을 당국자간 대화 없이 민간 차원의 접촉으로 조용히 넘어가려는 의도를 보이자, 남북문제로 국면전환을 꾀해온 정부여당 일각에선 여간 아쉽지 않을 수 없게됐다.
정부여당으로서는 6.15 1주년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이를 기회로 남북대화로 이어져 김정일 서울 답방까지 성사시키겠다는 계산을 염두에 뒀을 법도 했는데 말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북측이 제의한 '통일 토론회'를 "정권의 조바심을 유발, 더 많은 대북지원을 유도하겠다는 속셈과 함께 참석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유도, 남남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하면서반대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통일 토론회'를 둘러싸고 여야간 공방이 커질 전망이다.
조촐하게 준비되고 있는 6.15 기념행사
정부여당의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은 조촐하게 준비되고 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현재 남북관계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은 것 아니냐"며 "6.15의 성과의 의미를 민간차원에서 크게 다뤄주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6월 13일부터 국내외에서 국제적인 학술 세미나를 중심으로 6.15 공동선언에 대한 역사적 의의와 성과를 알려나감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북미관계나 한미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성대하게 행사를 거행할 분위기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축이 돼 출범한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에서는 6월 14일부터 심포지엄 및 문화행사, 통일박람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국면전환, 미국 설득이 관건?
6.15 1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전망 및 북미관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기존의 강경노선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에 많은 난관이 겹쳐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 대북협상에서 북한측이 먼저 성의를 보이지 않는데도 한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는 내용이 흘러나오면서 침체된 남북관계가 급격히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우세하다.
그렇다고 미국 때문에 남북문제에 대해 손놓고 앉아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정부여당의 현실이다. 정국 반전을 위한 기회 마련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올해 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사되지 않으면 지방선거와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DJ의 '햇볕정책'이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여당은 6월부터 남북문제로 서서히 정국을 전화시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위한 조건 마련에 전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관계 개선과 정국 주도권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정부여당의 정국운영 방향이 주목된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