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자금』 파행정국 - 전국민 여론조사]

DJ 국정수행 지지도 28.7% … “이회창 총재 책임 더 크다”

2001-02-07     내일신문/한길리서치
‘경제 죽이는 정쟁’ 지지도 모두 떨어져"




영수회담 결렬과 안기부 자금 불법 유용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에 대해 국민들은 이회창 총재에게 더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와 한길리서치연구소의 1월 월례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28.7%로 지난달에 비해 1.3% 포인트 떨어졌다. 이회창 총재의 야당총재 역할수행 지지도는 14.2%로 2.3% 포인트 하락했다.




두 영수 모두 오차범위 안에서 하락했지만 이회창 총재의 경우 12월 조사 당시 상승추세였던 것을 고려하면 지지도 하락폭은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당분간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풀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데 대해 ‘불가피하다’는 응답(46.0%)과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DJ의 독선과 오만의 산물’이라는 응답(48.1%)이 비슷하게 나왔다.




반면 이회창 총재의 대여강경투쟁에 대해서는 ‘경제회생·민생안정을 돌보지 않는 대권야욕 차원의 행보’라는 응답(56.5%)이 ‘야당 죽이기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응답(36.0%)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정국파행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분명히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길리서치연구소 홍형식 소장은 “영수회담 결렬의 책임이 이 총재에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고, 안기부 자금 유용 문제에 대해서도 이 총재가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집권 이래 최하치를 경신했고, 이 총재 지지도 역시 최하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쟁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증이 얼마나 큰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 DJ 지지도 3개월째 하락 = 김대중 대통령은 11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여론을 무서워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연속 3개월째 바닥을 경신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김 대통령의 경우 호남지역 지지도가 확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호남지역 지지도는 오히려 김 대통령의 지지도를 떨어뜨리는데 한몫했다. 지난달에 비해 6.0% 포인트나 빠진 45.2%로 나타난 것이다.




김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은 ‘의원 꿔주기’에 대한 비판, 정국 경색에 대한 통치권자로서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상승추세 못살린 이회창 총재 =이회창 총재의 노선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아주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총재역할 수행 지지도는 지난달 조사 때에 비해 2.3% 포인트 떨어졌지만, 세부적인 수치는 훨씬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 총재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수도권 지지도는 다시 반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 비해 서울지역이 1.2% 포인트, 인천·경기 8.6% 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30대 연령층, 고학력층의 이 총재에 대한 불신감도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이와 관련, 홍형식 소장은 “영수회담 이후 이 총재 지지도가 떨어진 것은 이번 경우가 유일하다”며 “지난해 12월의 추세를 잘 이어갔으면 20%대로 접근할 뻔했지만 영수회담을 결렬로 몰고가 스스로 지지도를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 지지도가 10%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추락을 거듭하는 것은 당 내 다른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만약 박근혜 부총재 등이 이회창 총재 지지도를 추격하게 되면 한나라당 내부의 대권경쟁은 새로운 판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