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환율 수출 적신호 여론조사

경제위기주범은 정치싸움 45.8%

2001-04-09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주가급락, 환율·물가 비상, 실업률 상승 등 국가경제 총체적 난국의 주범으로 국민들은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여당은 “하반기면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고 있지만,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경제인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본지와 한길리서치연구소의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반기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여당의 장담을 그대로 믿고 있는 응답자는 15.8%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현재의 경제난이 미국이나 일본경제의 악화 때문이라기보다 구조조정 미흡 등 국내요인이 더


크다고 보고 있었다.




◇ 정치권→경제정책→소비심리 순 =경제위기와 관련해서 가장 욕을 먹는 집단은 ‘정치권’이었다. ‘경기침체의 가장 큰 국내적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5.8%가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라고 대답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문제’라고 꼽은 이는 26.5%. ‘과소비 등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늦춰졌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19.4%였다. ‘노동조합이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로 인한 저항’은 5.5%에 지나지 않았다.




50대 이상의 연령층, 고졸 이하의 학력층이 더 정치권에게 책임을 돌렸지만, 대졸 이상의 학력층은 상대적으로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 하반기면 더 나빠진다 27.4% =4일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올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는 호조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며 이전의 여권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김대중 대통령도 틈날 때마다 “경제는 심리”라며 “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이러한 장담을 거의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반기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15.8%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지금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53.7%로 나타난 가운데,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응답자가 27.4%나 됐다.




특히 30·40대의 연령층, 고졸 이상의 학령층이 더 비관적이었다. 직업별 분포를 보면 자영업자나 생산·기술직, 사무·전문직 종사자들이 더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난과 실업문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 미국 일본 경제 침체 때문 19.5% =정부 당국자들은 우리경제의 각종 지표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로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일본 경제의 침체를 꼽는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국경제의 경기회복 전망이 늦춰지고 있고, 일본경제도 장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외경제 여건 악화가 우리 경제 회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외부요인보다는 국내요인이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우리나라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조조정 미흡 등 경제정책의 잘못으로 인한 국내요인’을 꼽은 응답자가 76.0%나 됐다. 반면 ‘미국과 일본 경제의 침체 등 외부요인’을 꼽은 응답자는 19.5%에 지나지 않았다.




나이가 낮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국내요인을 더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봉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