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대망론]

충청권 후보 바뀌나,“이인제 뜨고 JP는 지고…”

2001-06-08     뉴스메이커/폴앤폴
차기 대선 역시 지역주의 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하게 나 돌고 있다. 영남 지역에서 불고 있는 ‘반DJ 강풍’이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으면서 다른 지역 정서를 자극, 사상 유례없는 지역선거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 논거다. 결국 영남은 ‘반DJ로,’ 호남은 ‘친DJ’ 로 대세가 흐름에 따라 가운데에 놓인 충청권 정서가 지난 대선에 이어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39만 표 차로 따돌린 것은 DJP 공조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후보에게 갈 수도 있었던 충청도의 45만 표가 김 대통령을 지지한 결과라는 분석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JP) 가 그동안 ‘몽니’를 부려도 대통령이 오히려 눈치를 보며 달래기에 급급했던 이유는 바로 그가 ‘충청의 맹주’라는 위상을 지녔다고 보 았기 때문이다.




▲지역 패권주의 영·호남보다 덜해




더군다나 이번 대선은 충청권 출신 주자간의 대혈전이 벌어지는 형국으로 흐르고 있다. 벌써부터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자부하는 한 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충남 예산 출신(그는 황해도 서흥에서 태어난 직후 예산에서 성장했다)이며,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 총재의 가장 강력한 맞수로 나타나는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충남 논산 출신이다. 또 ‘JP 대망론’으로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자민련 김 명예 총재는 충남 부여가 고향이다. 결국 이번 대선은 충청권 출신들간 대결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연이 아닌 상황이다.




‘충청권 대망론’은 이런 현실적인 가능성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 뉴스메이커>는 충청권 유권자들이 충청권 대망론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정치인을 충청권의 대표주자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창간 9주년 특집기획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앤폴 (대표이사 조용휴)과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충청권 유권자들은 ‘충청권 대망론’을 그리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차기 대선후보의 출신지를 묻는 질문에 50.4%가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다’고 답했으며, ‘충청권 출신이어야 한다’는 답변은 23.2%에 불과했다. ‘충청권 대망론’에 대 해 직접 찬·반을 물어보았더니 ‘반대’(44.6%)가 ‘찬성’(30.5%) 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서 충청권이 아직은 영·호남 지역에 비 해 지역 패권주의가 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직설적인 질문에서는 결과가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충청 출신 또는 충청에서 지지받는 후보가 대권을 잡아야 하는 이 유’를 묻자 ‘지역화합은 영·호남 출신보다 중립적인 충청 출신이 할 수 있어서’(31.3%), ‘그간 영·호남 출신이 했으니 충청 대표가 해야 하기 때문’(9.5%)이라고 대답해 사실상 ‘충청 대망론’에 긍 정적인 심경을 드러낸 응답자의 비율(40.8%)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 는다’(39.7%)보다 많았다. 이는 충청권 유권자들이 충청 대망론에 대해 직접적인 의사표시는 삼가고 있지만, 앞으로 대권경쟁이 본격화 해 지역바람으로 이어지면 충청권에서도 패권론이 불거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충청권 대망론에 찬성을 표시한 유권자 중 자민련 지지자들은 응답자 의 60.9%가 충청권 대망론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평균 찬성비율 (30.5%)보다 두 배 가까이 많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자민련이 ‘충청권 대망론’을 JP의 몸값과 연결시키는 정치적 포석으로 바라 보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충청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20.6%) 그 다음이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20.2%),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15.0%) 순으로 나타났다. 충청권 지 역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17.8%), 한나라당(17.3%), 자민련(16.4%) 순이다. 자민련 지지율의 경우 전국 대상 정당 지지율 조사(줄곧 3~4%대)에 비해 높은 수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자민련은 더 이상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차기 대선 영향력 이인제·이회창·JP 순




이인제 위원과 김종필 명예총재의 지지율 차이는 소수점 이하로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DJP 공조 선언을 계기로 이 지역에서 강력하게 불어온 JP에 대한 지원세를 감 안한다면, 이 위원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JP는 하향세로 돌아서 있음이 드러난다. JP는 특히 충북(14.5%)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부 총재(12.7%)와 비슷한 정도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있어 ‘맹주’라 는 말이 무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위원의 지지율은 이회창 총재에 도 앞선다. 이 위원은 충남은 물론 충청권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보이는 반면, 이 총재는 고향인 충남에서조차 지지율이 10.7%로 이 위원(23.9%)에 비해 많이 뒤져 ‘충청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전체 조사에서 이 위원은 충남, 이 총재는 충북, JP는 대전에서 각각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충청권 맹주의 세대교체 조짐은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묻 는 질문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은 이인제 위원(24.6%), 이회창 총재(22.2%), JP(10.7%) 순으로 나타났다. 또 충 청권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택할 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정치 지도자 를 묻는 질문에서도 이인제 위원(20.7%), 이회창 총재(17.0%), JP(16.8%), 김대중 대통령(11.5%)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 지지하는 차기 대선주자, 영향력 있는 정 치인 세 가지 질문을 종합한 결과에서, 이 위원이 뜨고 있는 데 비해 JP의 영향력은 하강세에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이 위원에 대한 지지도가 모두 이 지역 민주당 지지도(17.8%)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그가 당파를 떠나 폭넓게 지지를 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이 위원이 민주당 대권주자로 결정될 경우, 충청권에서 대세몰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위원, JP 지원 받으면 대세몰이 가능




비록 3위지만 JP의 지지도는 ‘주자’보다는 ‘킹메이커’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2.4% 차이로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위원과 이 총재가 10%대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JP의 지원을 받을 경우, 대세를 잡을 수 있다는 해석 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자민련에서 ‘JP 대망론’을 유포시키고 있는 데 대해 JP가 ‘소이부답(笑而不答)’하는 것도 이런 전략적 판 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조사 결과에서 JP의 충청권 맹주로서의 위상은 강하게 흔들리 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칫하면 맹주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있음을 알 수 있다. JP는 지난 총선에서 이 위원이 거론한 대로 ‘지는 해’로 위상이 떨어지고 있음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지난 총 선 당시 이 위원이 자신의 출생지인 논산에서 출마하면서 바람을 일 으켜 민주당 불모지였던 충청권에서 8석을 건진 것도 이런 정서가 바 탕이 된 데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서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인제 위원, 이회창 총재, JP 3인을 놓고 대선 가상대결을 벌여봤다.




우선 여권 후보로 JP, 야권 후보로 이회창 총재가 맞붙을 경우, 이 총 재가 36.8%로 JP(34%)를 앞섰다. 이는 반JP 정서를 한 눈에 읽게 한 다. 즉, 한나라당 지지자(17.3%)에 반JP 유권자들이 가세해 이 총재 지지도를 3파전일 때(27.4%)보다 상승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여권 후보가 이 위원, 야권 후보가 이 총재일 때를 가상한 대 결에서는 이 위원(43.6%)이 이 총재(33.6%)를 앞섰다. 이는 근본적으 로 충청권에서는 이 총재에 대해 JP보다는 이 위원의 경쟁력이 더 높 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사람이 동시에 출마했을 경우 지지도는 이 위원(35.8%), 이 총재 (27.4%), JP(18.1%) 순으로 나타났다. JP 대 이 총재, 이 위원 대 이 총재 간의 가상대결 결과와 비교하면, JP 지지자들이 이 총재보다는 이 위원을 더 지지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 이 위원에 대한 ‘충성세 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읽게 한다.




JP의 인기하락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DJP 공조에 대한 충청권 유권 자들의 정서를 알아보았다. 16대 대선에서 DJP 공조의 성격을 묻는 데 대해 ‘대선승리로 공동정권 운영을 위한 방편’(29.9%) ‘영남 패권론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15.9%), ‘근대화 세력과 민 주화 세력의 화해’(14.1%) ‘내각제 개헌 실현을 위한 연합’(7.8%) 순으로 답변했다. JP는 당시 내각제 개헌 실현을 강조했지만 유권자 들은 그가 실제로는 DJ와의 공동정권 창출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고 본 것이다.




▲이 총재 상대, JP보다 이 위원 경쟁력 있다




4·13 총선 이후 DJP 공조 재가동에 대해서는 ‘총선에서 독자생존 에 실패한 자민련의 생존전략’(23.4%)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대 응’(16.0%) ‘교섭단체 구성을 통한 국정운영 참여의 명분’(15.5%) ‘공동정부 운영을 위한 여권의 요청’(10.9%) 순으로 답변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충청권의 맹주였던 JP가 추락세를 보인 반면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새로운 맹주로 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드 러났다. 하지만 충청권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기존 정당 어느 곳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이 런 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상황에 그대로 연결될지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투표장 출구 여론조사까지 뒤집은 지난 총선 결과로 볼 때 민심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막상 선거 국면에서 판세 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은 9회말 마지막 타석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희경 기획위원 limh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