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칼럼] 영남 대망론 vs 호남 대망론

2018-11-16     홍준철 칼럼니스트 일요서울신문 정치부장
▲  이낙연 국무총리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들어선 이후 ‘20년 집권론’이 등장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 ‘협치’를 해야 할 여당 상황에서 ‘20년 집권론’은 거꾸로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됐다. 그러나 ‘인물 부재론’에 빠진 야당에 비해 집권 여당 민주당은 잠룡들이 넘쳐나 여유가 느껴진다. 역대 대통령 중 영호남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쳐 넘쳐나는 영호남 인물군은 차기 대선에서 최대의 경쟁력이다.

잠룡군이 넘쳐나다 보니 야당과 경쟁보다는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간 물밑에서 눈치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일단 집권 여당 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잠룡군을 보면 양손이 모자랄 정도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필두로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추미애·정세균·송영길·김두관 의원 등 9명이다. 여기에 외부에 있는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까지 가세할 경우 10명이다.

현재 범여권 차기 대권 주자 순위에서 1위는 이낙연 총리다. 이 총리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세균.송영길 의원과 함께 몇 안 되는 호남 출신이다. 임 실장은 전남 장흥, 이 총리는 영광, 송 의원은 고흥, 정 의원은 전북 진안 출신이다. 이들 4인방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부겸,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경남 창녕출신 박원순, 고성출신 김경수, 남해출신 김두관, 추미애·유시민 두 인사는 대구가 고향이다. 민주당 잠룡군 면면을 보면 ‘영남 패권주의’라는 말이 실감난다.

인물면에서 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가 영남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드루킹 파문’속에서 당선된 김경수 지사를 비롯해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 여권 내 TK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김부겸 장관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해찬 대표의 보좌관 출신으로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 오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장외 ‘블루칩’으로 통한다. 여기에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이재명 지사 역시 차기 대권레이스에서 빼놓을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이 경남 거제 출신인데다 친노.친문 주자들이 다수인만큼 영남 잠룡군이 ‘갑’의 위치에 서 있다고 봐다 큰 무리가 없다.

‘영남 대망론’이 ‘호남 대망론’을 압도하고 있지만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호남 출신의 이낙연 총리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대선이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 총리의 1위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인구나 세력 면에서 비주류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 총리뿐만 아니라 임종석 비서실장, 정세균.송영길 모두 비슷한 처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TK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단체장을 배출한 여당으로서 향후 영남표를 가져올 당내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DJ만이 유일하게 호남출신으로 대통령에 올랐고 나머지는 모두 영남에서 배출됐다. DJ도 충청권 대표 정치인인 DJP연대와 이인제 경선 불복에 따른 대선 출마가 없었다면 당선이 힘들었다.

▲ 여당 의원들과 대화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왼쪽부터 한정애 의원, 임 실장, 최재성 의원, 정세균 전 국회의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호남 잠룡들 간 연대론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세균 의원의 연대론이다. 두 인사는 같은 호남 출신이지만 임 실장은 광주.전남이 지역적 기반이고 정 의원은 전북으로 겹치지 않는다. 또한 이낙연 총리와 경쟁적 관계에 있다는 공통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이자 ‘정치 1번지’인 종로를 임 실장이 물려받을 것이란 소문이 정치권에 회자된 배경이다. 임 실장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정권 2인자’로서 정세균 사람들을 정부부처 및 산하 기관에 보내는 데 보이지 않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소문도 여권 내 그럴듯하게 돌았다.

바야흐로 민주당은 호남당을 탈피해 영남을 껴안고 전국 정당과 ‘20년 집권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남 패권주의’에 맞서 ‘임종석-정세균 발 호남대망론’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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