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영춘의원 인터뷰

2001-02-22     김영춘
"정개모의 첫 과제로서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는 자체 역량에 넘치는 힘든 과제라고 생각돼 걱정이다"

1. 1. 지난 2월 14일 정치사상 초유의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이 발족돼 '개혁연대 23인의 쿠데타'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이 우리 정치사에서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지혜롭고 또 의지를 가지고 잘 조직해 나가야 그런 기대가 충족되지, 그렇지 않다면 '또 한번의 실험'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대는 하되 지나친 하중과 부담을 주지만 않는다'면 그 모임은 성공할 수 있는 요체가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2. 비판적인 측면에서는 정치적 일관성과 구심력이 없고 정치적 색깔들이 모두 제 각각이라는 얘기들이 있는데 내부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 얘기되는지...




그런 지적들에 대해 일단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그러나 하나의 이념을 매개로 모인 정당도 아니고 오직 지금의 정치구조나 국회구조에 대해 '이래서는 안 된다, 이런 문화와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정치 발전, 더 나아가 이 나라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는 그런 문제의식만을 통일해 출발한 모임이고, 그 점에 주목해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양보하면서 함께 해 나간다면 충분히 정치 변화나 정치 개혁을 위한 시금석은 닦아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 참여하는 사람 중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만 발족하는 모임 자리에서 "너무 큰 목표나 우리 역량으로 관철시키기 어려운 과제들을 설정해 '정개모'를 끌고 가다 보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크므로 아주 낮은 단계에서부터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과제들을 설정하되 현재 당과 당 패싸움처럼 되어버린 정치문화에서 특정 양당의 추진력으로 확보하기 힘든 과제들을 선정하고 그것을 양당의 의식 있는 개혁 의원들이 함께 추진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그런 성공 축적 위에서 점차 정치 변화의 가능성이나 '정개모'의 강력한 기반 조성이 가능하므로 우선 낮고 느슨한 연대에서 출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3. '정개모'가 국가보안법 개정 현안에 대한 의논 속에서 출발했다고 보는데 국가보안법 개정이 낮은 차원의 이슈라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진 않죠. 첫 모임에서 국가보안법뿐만 아니고 인권법, 부패방지법과 같은 개혁입법 과제들과 정말 중요한데도 정치권이 손대지 못하고 있는 민생입법 과제들을 주로 바라보면서 그런 일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했는데 하필이면 국보법 문제가 가장 먼저 대두되는 바람에 '정개모'에서는 자체 역량에 넘치는 힘든 과제를 떠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정개모' 소위원회 4인 안에서도 국보법 개정 추진 작업의 목표를 어디다 둘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고 똑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을 어떻게 취할 거냐에 대해 이견이 많습니다. 그만큼 예민하고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 보여집니다만 참 힘겨운 과제를 안고 씨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4. 오늘 아침 신문에 '공동발의냐 아니냐'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나오는데 4인 소위에서 짚었던 문제들인지....




논쟁이 됐었습니다. 저같은 경우 지금 시점에서 양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다 할 때 정치개혁모임에 참여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조차도 일부는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한나라당 다수 개혁파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공동발의라는 것이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를 확장시키는데 오히려 장애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작년 연말에 국가보안법 폐지가 발의됐듯이 또 한번의 선언에 지나지 않는, 보여주기 위한 행동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과연 무엇이 우리 목표인가,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를 확대시키고 각 당 안에서 국가보안법 개정을 당 입장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하고 토론을 활성화시키고, 당론 채택이 안 되더라도 최소한 자유투표라도 보장함으로써 본 회의에서 표결로 개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저변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 아니냐 하는 측면에서 공동발의가 의미는 있습니다만 의미 이상의 유효한 수단일까 하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5. 젊은 네티즌들은 국가보안법 개정 내용 자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의원님께서 국가보안법이 왜 개정이나 폐지가 돼야 하는지 그 중요한 내용들이 뭔지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국가보안법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 한반도가 남북한의 극렬한 대치, 전쟁과 서로간의 적대행위 역사 속에서 태어나고 집행돼 온 그런 법안입니다. 작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예정된 상황에서 과거 50년간의 적대적이고 군사적인 혹은 암중의 대치 상태가 전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국가보안법 규정이 지금 변화된 현실과 앞으로 남북간에 대화와 협력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면 그런 대화와 협력을 현주소로 하는 남북 현실을 반영하는 법이 못 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국가보안법에 북한이 자동적으로 반국가 단체가 되고 있는 조항들은 우선 개정되어야 합니다.




과거에 고무찬양죄, 불고지죄 같은 조문들이 공안기관에 의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정부나 권력자들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북을 이롭게 한다고 채색되고 변색돼서 우리 사회의 양심적 목소리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운영이 안 된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정치 상황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것이고 법이란 것이 권력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강압에 의해 엉뚱하게 적용될 소지가 있다면 그 법은 좋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잘못 악용돼 왔던 법조문들을 더 엄격하게 하고 또 폐지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의 원래 목적인 국가 안보를 튼튼히 지키는 법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역사적인 여과의 시간을 가져야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 국가보안법 개정의 큰 목적입니다.


2. 6. 국가보안법 TV 시사토론에 대해 언론에서는 토론을 모르는 사람들이 나와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토론의 이미지만 구겨놨다는 점들을 지적했는데...

전적으로 맞는 얘기라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 개정을 둘러싸고도 얼마든지 합리적인 목소리를 가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세워 토론에 부치면 논리적인 근거와 명분을 가지고 충분히 주장하다보면 그 주장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생길 수 있는데 캐스팅 자체부터 좌우 양극단의 극단적인 논리와 언사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해 놓아 서로간에 적대적인 감정 충돌, 과거 남북간 전쟁을 치르듯 그런 논리와 똑같은 연장선상에서 토론이 진행된다면 그건 이미 토론이 아니죠. 적대적인 상대방 실체를 확인하고 그 적대감을 더욱 더 증폭시키는 과정에 불과한 거죠.




7. 국가보안법 개정 등 개혁입법과 관련해 여야 의원과 시민단체 모임에서 이부영 의원의 '결단...' 운운 관계로 그 이후 결성된 '정개모'가 정계개편론과도 결부됐다고 인식되기도 합니다. 현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까?




현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성 여부가 아주 낮다고 봅니다. 실제로 이부영 부총재가 '결단...' 운운한 것도 정계개편을 시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한나라당 안에서 우경화 경향이 진행돼서 당내 개혁파 목소리가 도저히 발휘될 수 없다 한다면 그 때는 노선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당장 당을 떠나는 행동을 하고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것까지 연결시킨다면 논리적인 비약이라 생각합니다.




8. 현재 야당에는 「미래연대」가 있는데 이 미래연대가 이총재의 전위대라는 말도 많았습니다. 정개모에도 미래연대 회원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미래연대가 앞으로 한나라당 개혁의 시금석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저는 「미래연대」가 이총재의 전위대다 홍위병이다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미래연대 정체성이 흐트러지고 또 그렇게 걱정하는 분들의 우려대로 실제 그런 과정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 미래연대 모임에서 계속 반복해서 미래연대가 처음 결성될 때의 정신, 그 취지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활동을 하자 그러면서 우리 정체성을 마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고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미래연대가 한나라당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한나라당내 개혁파의 든든한 교두보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많이 강조합니다.




현재까지는 부분적인 문제가 있지만 이총재의 전위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미래연대 스스로 자기 중심 잡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9. 미국이나 우리나라 대선전을 보면 당선되기 위해 보수적인 측면이 강화되는 현상이고 그런 면에서 이총재가 보수를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보는데 미래연대나 젊은 개혁파 의원들도 대선전략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되지 않는지...




물론 정권을 맡기기 위해서는 국민들은 더 안정감 있는 지도자, 안정감 있는 정치세력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현주소는 현상유지보다는 시대의 변화, 사회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그런 중심 이동을 제대로 이행해야지 오히려 안정될 수 있는 사회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지금 격변기에 있는 한국 사회를 현상유지 쪽으로만 끌고 가겠다 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그런 지도자에게 표를 주고 정권을 맡겨 대통령을 시키겠는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이총재가 안정적으로 집권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신뢰는 주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여러 측면의 개혁 과제들을 지금 김대중 대통령과는 달리 안정감 있게 이 과제들을 실천해 나가겠다 하는 이런 목소리를 던져 줘야 이 시대 변화에 부합되는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부각되는 것이지 우경화되고 보수화된다 해서 국민들한테 안심을 줄 수 있다? 그렇게 해서는 안심하고 집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이총재가 더 개혁적인 모습과 그런 비전을 더 갖춰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10. 최근 이총재의 mainstream, 주류론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최근 이총재께서 '주류론'에 대해 일본특파원과의 자리에서 그 얘기를 하셨는데 메인스트림론에 대해 얘기하시면서 지난 97년 대선도 얘기했습니다. 그 때도 "우리 사회 대세가 이 시점에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 메인스트림은 건강하다, 지역감정 등이 있지만 균형을 잡아주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돼야 한다 생각한다면 그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는 그런 건강한 상식과 결정력을 갖고 있다"면서 87년 6월 항쟁 얘기도 하시고 97년 정권 교체도 얘기하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총재의 메인스트림은 전혀 시비를 걸 여지가 없는 역사의 대세, 시대정신 그런 표현이었습니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지금 시점이나 혹은 내년 대선에서 우리 사회의 메인스트림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이냐,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어떤 결정을 할 것이냐 이렇게 환원해서 얘기할 수 있겠죠. 정권 교체가 자주 이뤄져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을 갖는 것이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 좋겠다 생각합니다. 민주당에서 최소한 한 번은 더 하겠다 생각하지만 그러기에는 지금 정권에 대한 평가 점수가 너무 낮은 건 아닌가요?




주류, 비주류는 이총재가 생각하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생각한 말을 그 자리에서 툭 던져본 말이 아닐까 싶은데 큰 의미를 안 두고 '시대정신 정도의 의미, 우리 사회 다수가 그런 선택을 했다, 다수가 그런 시대 정신에 따라 결정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11. 차기 대선은 탈 3김 정치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지도자의 자격과 덕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느 자리에선가 '정치 쿠데타'라는 얘기도 했는데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정도의 영웅심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소위 3김식의 정치, 구조, 질서 등 과거 잘못된 정치 병폐에 자유롭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감정을 중심으로 한 정치 기반을 활용해서 집권하겠다는 것이 특히 현실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생각해보겠지만, 차기 지도자가 이 나라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뤄내고 더 나아가 이 나라를 선진적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하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라면 과거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맹목적인 지지 정서에 기초해서 집권하겠다고 꿈꾸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병폐들을 지적하고 그 기반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규모에서 지지기반을 일궈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도전해 낼 때 이 사회 정치 지형이 바뀔 수 있지 않겠는가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 그런 도전을 통해 집권할 수 있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 그 다음 또 그 다음 선거에서는 그 사람의 명확한 지도력, 애국적인 비전이 평가받고 정치 구조 자체가 거대한 중심 이동을 하면서 그런 분들을 이 나라 지도자로 모시는 그런 과정들이 충분히 조직되고 성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12. 한국 정치 구조를 이념적 구획으로 다시 짜는 중기적 구상을 실천하는 정치적 지도자가 정치개혁의 선두자가 될 것이라 하셨는데 보수·진보의 이념 정당을 말씀하시는 건지...

지금 우리 나라 정치 지형이 보수와 진보로 나누기는 참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굳이 분리하자면 현상 유지를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그런 보수 진영과 이념적 칼라로서 진보는 아니더라도 현상 유지 타파와 개혁을 통해 이 나라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혁파, 쉽게 말하자면 미국식 정치적 대립구도 속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우파와 중도파 정도의 세력이 하나의 대립 축을 이루는 그런 정치적 정립 구조가 지금 중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 볼 수 있는 이념적 구획이 아닐까 싶고, 미국 정치에서 민주당 좌파나 공산당 쪽은 우리 정치에서 아직 진입을 못하고 있습니다만 민주노동당 같은 세력이 그 자리를 매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본다면 이념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진보 세력과 보수 세력 그리고 그 중간의 개혁적이고 리버럴한 세력 이렇게 삼분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3. '바꿔' 열풍에서 신정치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고 봅니다. 보수적 1인 정치가 아닌 소신 정치, 헌법 기관으로서의 자기 목소리 이런 면으로 가야겠다고 보는데 언론사 세무조사 어떻게 보십니까?




언론이 개혁돼야 될 부분이 많죠. 그런데 언론 개혁의 당위에 대해는 동의하면서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의 동기가 과연 순수하느냐에 대해서는 언론을 자기 식으로 길들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불순한 세무조사라 생각합니다. 언론개혁이라는 제시 명분이 아무리 타당하고 올바른 것이라 해도 그 동안 언론들이 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와 기사를 많이 실었다 해서 언론개혁을 해야겠다 말하고 그 조치로서 세무조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송에 의한 신문 규탄 이런 것들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면 국민들 다수가 과연 이 세무 조사가 진정으로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나왔을까 그렇게 믿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기 선택도 잘못됐고 동기 자체도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된 세무조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동기란 것은 우리가 짐작하고 추론하기는 쉽지만 입증하기는 어렵습니다. 국가 기관에 의해, 법 절차에 의해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걸 당장 중단시켜라 하는 것은 우리 사회 법 질서를 결정적으로 혼란시키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희 당에서는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그 동기의 불순함에 대해 끊임없이 폭로하고 비판할 수 있을 뿐이지 세무조사 중단을 요구해서는 어려운 상황이 오지 않겠는가 그런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숨김없이 공표 되어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그런 세무 조사가 돼서는 안 되니까 공표가 돼야 하고 조사 과정의 세부적인 요소들도 남김 없이 공개돼야 한다고 봅니다.




14. 94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 생각하십니까?




얼마 전 국회에서 장관이 법으로 공표를 못하게 돼 있다고 답변을 했는데 그 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앞으로는 법개정 작업도 해봐야 할텐데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안 하는 거와 상관없이 세무조사가 어떤 힘있는 사람들의 자의적인 결정에 의해 결과가 가감이 되고 이용됐다 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죠.




15. 언론대책문건에 대해서 94년 언론세무조사와 병행하면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이총재 생각인데 이 '언론대책문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우리가 만든 문건이 아니다' 하고 한나라당에서는 언론 길들이기라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세분석을 공부해오신 의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얼마 전 민주당에서 자기들이 만든 문건이 아니라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것이 여권에서 만들어진 거라는 거는 다 알죠. 그것이 최상부층까지 보고 됐을 거라 보고 있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공정위원회 보도나 방송사에 의한 신문 문제점 드러내기 작업들이 언론대책문건에서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 거죠. 지금 시점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롯한 언론 길들이기 작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고 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먼저 국정조사를 하고 7년 전에 있었던 언론사 세무조사건이 문제가 된다면 그 다음에 해볼 수 있는 것이지 이총재 말씀대로 같이 할 수도 있다는 그 발상 자체도 반대입니다. 사실 94년 문제를 들고 나와서 민주당이 공격하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의 파격성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한 물타기에 동조해 두 개를 같이 하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잘못된 생각이라 봅니다. 먼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고 그 다음 순서로 94년 문제를 조사하자면 기꺼이 동의할 수 있겠습니다.




16. 국회전격등원 결정 때 미래연대에서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그 이후 당론 의견 수렴과정이 많이 변했습니까?




저희들이 공개적인 자리나 비공개적인 자리에서든 아픈 비판을 많이 했죠. 그 이후 총재께서 젊은 의원들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노력은 많이 배가됐으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당 방침을 결정하는 데 당 소속 의원들의 토론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보다는 여전히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결정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직까지 현실입니다. 그것이 꼭 이총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동안 우리 나라 정당정치가 원내 중심이기보다는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되고, 당이 결정하면 소속 의원들은 따라가는 패거리 정치라 할 수 있는 잘못된 붕당정치 구조 문화 속에서 잉태된 결과라 봅니다. 중앙당이 너무 비대화 돼서 의원들은 중앙당 결정에 따라가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만 우리 정치를 선진화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앞으로는 정치 원내 중심화, 정당의 원내 정당화를 통해 문제를 시정해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17. 16대 국회에 들어오면서 정치 시스템의 전산화, 선진화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정당의 민주화와 국회의 합리적인 운영을 말씀하셨고, 정당의 민주화를 얘기하면서 소신정치를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국민들 변화 요구의 가장 중심이 아닌가 봅니다. 많은 386 의원들이 이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소신정치'의 대표적 사례를 말씀해 주신다면....




저희 당 같은 경우 특히 보수적인 중진 위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당이고 젊은 초선의원들은 학습기간에 있는 도제 비슷하게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건 아니라는 생각에 무모하게 돌진하지는 않돼 젊은 의원들 목소리를 당 운영에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을 계속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작년 총재 경선 전당대회 때 지방마다 돌아가며 토론회를 개최해서 후보들의 정쟁 발표회를 요구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당 지도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후보들을 초청해 그분들이 충분히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고 비전을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현재 국가보안법 문제도 지도부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것을 다수 힘으로 밀어 부쳐 보안법 개정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는 이유가 그 동안 젊은 의원들의 소신 있는 활동과 발언을 통해 '저 사람들의 목소리와 의기를 꺾어버리면 안 되겠구나, 충분히 경청해서 반영할 것은 반영해야 되겠다'는 자각이 생겼기 때문에 무리하게 당론 관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 당 젊은 의원들이 당 내 토론 절차나 의원 총회나 일상적인 대화 과정을 통해 중심 있게 우리들 목소리를 관철시킬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구조를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4. 18. 네티즌들 정치 불신 극복을 위해 소장파 의원들이 실정을 잘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소신 있게 해나가려는데 곤혹스러웠던 점이 있다면...

사실 16대 국회가 처음 출범하자마자 여야 386 의원들이 함께 모여 공동 실천할 수 있는 모임체를 만들자 해서 세간의 기대를 많이 모으고 했던 게 초창기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모임들이 계속 유지 발전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큰 목소리, 더 큰 성과를 냈을 텐데 작년 5월 18일 술자리 파동 때문에 초창기 기세가 크게 한풀 꺾이는 좌절도 경험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유롭긴 했지만 당이 다르다고 해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금 여당 젊은 개혁파 의원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고 힘이 빠진 상황에서는 똑같이 우리 당 젊은 의원들 입지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동병상린을 느끼면서 사이트에 글도 썼는데 가장 좌절한 경험이 그 사건 이후 386 의원들에게 쏟아진 도덕적 비난, '너희들이 뭐 잘난 게 있느냐, 오히려 우리보다 도덕적 수준이 못한 거 아니냐, 정치적 출세주의자 아니냐, 너희들한테 기대할 건 아무 것도 없다'는 비난이 쏟아질 땐 참으로 참담하고 괴로웠죠. 지금도 여전히 그 상처가 많이 남아있다 보는데 한편에서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더욱 더 성숙하고 승화가 돼야겠다는 자각의 계기도 되었겠지만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사시와 의심은 여전히 거둬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 시선에 대해 말로 떠들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결단의 순간이 왔을 때, 예를 들어 당론과 반대되는 투표를 해서 당에서 징계를 받거나 상처를 받더라도 그걸 감내하면서 끝까지 소신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때 치유가 되고 신뢰를 더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9. 합리적인 국회 운영에 대해 여쭤보겠는데 정보통신위원으로 통신위원회 활동을 하시는데 현재까지의 여러 정치 문제점들이 상임위 활동에 영향을 줍니까?




우리 상임위 같은 경우 정치적 쟁점이 거의 없는 상임위원회입니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소관하는데 다른 상임위는 그런 게 많겠지만 저희 상임위원회에서는 특별히 그런 게 없었습니다. 다만 모든 상임위원회나 본회의 운영이 굉장히 형식적이고 불합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의원의 개개인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하고 그래서 참여율도 떨어지고 그 결과 당연히 정부에 대한 효율적인 감독과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국회 현주소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회의 운영과 상임위원회에서 고쳐야 할 점이 참 많습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미래연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입법 과정을 만들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20. 여야 총무가 국회 무파행 선언을 했습니다. 구두선언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현재 우리 정치 풍토에서 이것이 불가능하다 보십니까?




그야말로 우리 국민들에게 듣기 좋은 립 서비스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무파행이 되려면 지금처럼 상대 정당에 대해 상처 주고 타개해야 될 그런 대상으로 삼는 전쟁판의 국회에서 과연 무파행이라는 것은 연목구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야당 의원 입장에서 그 책임의 주된 부분은 여당에 있다 생각합니다만 어떤 의미에서 여야 총무가 무파행 선언을 했는지 그 충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분들도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현재 우리 국회 구조나 문화가 그분들의 충정을 실행시키기에는 어림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네요.


5. 21. 국민의 정부 3주년을 앞두고 4대 개혁 성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하는 반면,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미흡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4대 개혁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초창기 일년차와 이년차에는 이 정부가 개혁을 열심히 추진하려 애썼다는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인정합니다. 그런데 대우사태 처리를 하면서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가졌던 원칙과 기준이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는 작년 총선을 거치면서 이 정권의 개혁은 실종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평가해보자면 98년 99년에 애써 일으켰던 개혁 성과물들을 다 까먹어버리고 오히려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겁니다. 이것이 아픈 얘기지만 냉정하게 평가하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정부 개혁의 점수표다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네요. 금융개혁, 기업개혁, 노동개혁 할 거 없이 모든 부분들이 다 그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2. 최근 현대에 대한 정부 대응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찬가지로 걱정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저도 정부에 잠깐 있었습니다만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어떤 기업을 부도 처리했을 때 생기는 파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구제금융을 줘 회생시키기도 합니다만 우리가 IMF를 왜 맞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런 정치적인 논리, 경제 외적인 논리가 지나치게 많이 개입했기 때문에 IMF 사태가 터졌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이것이 우리 경제 시스템 전체를 지배하는 원리가 돼 버렸어요. 그래서 이 정부 개혁이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고 얘기했는데 적어도 이 정부가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경제를 만들겠다 했으면 대우 사태는 물론이고 현대에 대해서도 꼭 살려야만 하는 기업을 선정해서 고용효과가 크고 부도가 났을 때 사회적 파장, 경제적 파장이 아주 큰 기업을 제한해서 선별해 조치를 취했다면 특혜시비는 안 일어났겠죠. 그러나 현대그룹 주요 기업들 전부를 다 살려주겠다고 덤벼든다면 그것이 과거 관치 금융체제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점에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국내 시장 행위자나 해외 시장 행위자들이 한국 시장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또 투자를 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어떻게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아주 끔찍한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23. IMT2000에 동기식과 비동기식이 있는데 현재 정부는 동기식을 사업자로, 업계에서는 사업성이 없다 합니다. 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동기식으로 꼭 해야 하는지...




우리 나라가 2세대 CDMA 동기식 기술을 상용화해서 성공한 최초의 나라고 종주국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그 기술에 대해 집착이 아주 강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집착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좀 자유롭게 열어놨으면 좋겠어요. 최종적으로는 시장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따라가야 되지 않는가 합니다. 애초부터 정부가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먼저 동기, 비동기 그런 식으로 확정짓고 그렇게 밀고 나갔다면 아마 관철됐을 텐데 원론적으로는 시장에서 결정한 데로 따르겠다, 사업 주체들이 결정한 대로 따르겠다 이런 명분으로 나가다가 정부가 뒤에서 컨트롤해서 두 곳의 동기식 업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일이 꼬여 버렸어요. 지금 동기식이 선정 안 되고 사업허가권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굉장히 수세에 몰려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더 나아가 동기식에는 아무도 참여 안 할 테니까 비동기식만 하겠다고 덤비는 그런 상황도 생길 수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기존 동기식 산업이 있습니다. 장비제조업체나 서비스업체 등 기존 시장이 있으니까 시장 보호 차원에서 동기식 업체가 하나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사업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동기식은 시장성이 없고 희망이 없는 기술이라 판단하고 안 따른다면 정부로서도 그들 결정에 맡겨 놓고 전환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24. 마지막으로 e윈컴 네티즌들에게 386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희망은 미래'라는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e윈컴을 자주 찾아주시는 네티즌 여러분! 우리 정치가 욕도 많이 먹고 손가락질을 많이 받습니다만 그렇게 욕먹을 만큼 우리 정치 현주소가 밝게 비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정치 안에 꼭 타개되고 배척돼야 할 정치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외로 많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이 나라 정치를 발전시키겠다는 열망을 갖고 있고 이 나라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분투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지금의 현실이 워낙 암담하고 활기찰 수 없는 병폐구조 속에 있어서 어려운데 여러분들께서 믿고 기다려주신다면 그런 각오를 가진 정치인들,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여러분들께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고 되돌려 드리는 그런 대열에 앞장서서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정치에 희망이 있구나, 이 정치에 우리 미래를 걸어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그런 정치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도 있습니다.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여야 많은 의원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서 정치에 임하고 있으니까 반드시 좋은 정치, 희망이 있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나 이런 정치 발전을 위한 노력, 정치 개혁을 위한 노력에는 저희 국회의원만 앞장선다고 되는 일은 아닐 겁니다. 기존의 정치 구조 속에서 아직은 소수이고 힘이 미약합니다. 그래서 네티즌 여러분께서 이 정치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 주시고 또 건강한 실천을 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격려와 성원해 주시면 이 나라 정치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탁드리는 건데 부디 정치를 외면하지 마시고 이 정치인들을 여러분들 기준에 맞게 길들여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키워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춘 의원 홈페이지




인터뷰어: 김능구 (e윈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