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한미일 정상회담, ‘미국 편’ 공식 선언한 셈…한국 운명 바꿀 수도”

“미중 패권전쟁 속 韓, 아세안 설득하는 돌격대 될 수도” “자유‧인권‧민주 강조하다 그외 국가들 배제하게 돼” “세계 선도권인 반도체, 우리가 미국에 갖는 지렛대”

2022-11-14     김유경 기자
▲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발표한 프놈펜 공동성명에 대해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확실한 미국 편이라고 공식 선언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한미일 3국 정상이 발표한 프놈펜 공동성명에 대해 “우리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날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좋은 의미일 수도 있고 아주 나쁜 의미일 수도 있는데, 저는 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우리는 대륙에 속해있기도, 해양에 속해있기도 한데, 여기서 중국, 북한, 러시아, 한반도의 북쪽을 없애는 것”이라며 “인도 태평양을 묶어 대륙을 견제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베 첫 번째 수상 시절에 나왔던 전략”이라며 “2017년 12월 트럼프가 그걸 받아서 인도태평양전략으로 만들었다. 그 다음 바이든이 그대로 당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받은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인태 전략은 해양 세력끼리 뭉쳐 대륙, 즉 중국과 북한, 러시아가 없다"며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지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를 다 배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도 우리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해, 미국이 안보 협력체로 바꾸고 싶었음에도 경제 협력체를 유지했다"며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확실한 미국 편이라고 공식 선언한 셈"이라고 했다.

또 "불법적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 활동"을 언급한 대목은 남중국해의 무인도와 수중 암초 매립을 통한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 센카쿠 열도 문제, 홍콩·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 등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우리가 아세안과 사이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미국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을 설득시키는 임무를 받은, 심하게 말하면 돌격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자유가 침해될 때, 그중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일 경우에는 자유가 강조되는 그 원칙은 맞지만 이 자체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는 나라와 같이 가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외교적으로 만났을 때는 워딩을 굉장히 부드럽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적대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도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안보적 공조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면 왜 일본이 필요하느냐의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원장은 "미국은 중국의 세력이 커지니까 한미일을 묶어 중국, 러시아에 대한 견제라는 걸 누가 봐도 알아, 우리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슈별로 들어가야 되는데 프놈펜 성명의 안보가 너무 포괄적"이라며 "구렁이 담 넘듯이 안보 협력에 있어서 일본과 한국이 모든 이슈에 확대될 수 있지 않냐"고 했다.

김 전 원장은 세계 외교 판에 대해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해칠 정도로 가면 안 된다”며 “그런데 이걸 너무 빨리 편을 정해버리면 미국은 5년 내, 10년 내 중국을 제압시킬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맞다. 그런데 미중은 쉽게 승부가 안 나가고 수십 년 갈 수 있는데 너무 지나치게 명확한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반대로 미국은 우리 도움 없이 미국이 반도체 제조업을 부활시킬 수 없다. 이게 우리한테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진 지렛대”라며 “우리가 지난 20세기하고는 다르다. 바이오, 배터리, 반도체는 세계 선도권이다. 미국이 자국에 이걸 하기 위해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지금 다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북한 7차 핵실험이 미국 중간선거 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데 대해서는 “우리가 너무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있다”며 “북한이 효과를 보게 우리가 만들어줘야지, 무슨 기우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은 핵실험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6차까지 충분하다. 그 다음 위력을 감소시키는 전술핵 무력을 위해 한다 그러는데, 감소시키는 것은 증폭시키는 것보다 힘들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프로그램 중에 하는 것이지 이걸 미국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서 한다, 우리는 이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이지, 진짜 북한을 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