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통일포럼 특집] 대한민국 미래 산업, 선택 아닌 필수 - 바이오 헬스
미래 성장가능성과 고용 효과가 크고 국민건강에도 이바지하는 유명 사업 분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여는 K-바이오
[폴리뉴스 유재광 기자] 국내 경제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대내외 악재가 거듭되면서 이른바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내수시장도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경제는 기로에 섰다. 이러한 국내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생존하는 유일한 길은 단연 ‘혁신’이다. 이에 치열한 산업현장 속에서 답을 찾고 경제와 미래를 견인하는 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응원하는 ‘폴리뉴스’는 신산업 분야의 중요한 현안과 쟁점을 공유하고, 급변하는 경제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새로운 미래 혁신성장 해법을 시리즈로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초거대 AI라는 천군만마를 만났다.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느라 시스템 반도체로의 전환이 늦었던 것이 오히려 호재가 된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진화한 AI 반도체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지나면서 바이오산업이 더욱 중요한 미래산업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우리 바이오산업은 의약품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바이오 원료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2021년 기준 바이오산업 수출액이 11조8598억 원에 달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우리 바이오산업을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대학 간의 산학 협력을 통한 전문 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정책적 지원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업계, '제2반도체 육성'에 "미래 핵심산업 재확인"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 반도체 산업'으로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오·헬스 업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육성을 위한 마중물을 마련키로 한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 한국형 보건고등연구계획국(ARPA-H) 설치 등 계획은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국의 미래 핵심 산업임을 재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한 제약사 관계자도 "예전에는 제약·바이오 관련 정책이 별로 없었는데 다양한 정책이 나와서 좋다"며 "끝까지 정책이 잘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헬스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전략적 투자를 추진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의 기대감이 드러났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규제 개선이나 예산 측면에서 확대된 부분이 있어 환영하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받았는데 이들 기기가 건강보험 제도에 잘 안착하도록 돕는다면 수출도 원활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AI 개발업체 루닛 관계자는 "정부에서 바이오·헬스 분야에 관심을 두고 특히 신규 시장으로 떠오르는 의료 AI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규제가 완화되면 K-의료 AI가 더욱 다양한 국가로 뻗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신약 가격 산정이나 연구개발(R&D) 비용 보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후속 대책을 주문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후기 임상으로 진입할수록 R&D 비용이 급증하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 또는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며 "자체 개발 신약 등에 대한 약가 산정에도 인센티브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도 "디지털 헬스케어 쪽에 뛰어든 기업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라며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특허 등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 디지털헬스케어, 하반기 모바일 혈당관리 서비스 시동…2분기 내 대규모 병원 데이터 처리 시스템 선보일 것
카카오가 신성장 무기로 내걸은 신규법인 카카오헬스케어가 올해 3분기 CGM 업체들과 협력해 모바일 앱 기반 혈당관리 서비스(프로젝트 감마)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연속혈당측정기(CGM)과 모바일 앱을 연동해 이용자 스스로 쉽고 간편한 혈당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지난해 3월 설립된 이후 1년간 사업을 정비하면서 구상한 프로젝트는 크게 이용자 대상의 '프로젝트 감마', 의료기관 등 파트너 대상의 '프로젝트 델타' 두 가지다.
‘프로젝트 감마'는 모바일 기반 초개인화 건강관리 플랫폼을 제공해 의료 소비자 개인이 직접 참여하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한다. '프로젝트 델타'는 의료기관, 연구기관, 기업 등 파트너를 대상으로 헬스케어 데이터 공유 및 활용을 지원하는 ‘데이터 인에이블러(Data Enabler)’ 역할이 목표다. 단순 데이터 플랫폼 역할이 아닌, 의료기관과 연구소, AI기업 등 사이에서 기술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CGM 구매 시 카카오헬스케어 앱과 연동…"단순 모니터링 넘어 주체적 건강 관리"
이용자 대상의 프로젝트 감마의 첫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혈당관리 서비스다. CGM 디바이스 구매 시 모바일 앱과 연동돼 실시간 혈당 수치 기록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다이어리, 식사기록, 실시간 알림, 리포트, 공유하기 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고혈당이나 저혈당 위험을 알려주는 실시간 알림 메시지를 전송해 이용자가 위험성을 감지할 수 있다. 누적된 혈당 그래프로 혈당 변화를 한눈에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톡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의 실시간 건강정보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혈당관리 서비스는 올 3분기 내부 베타 테스트를 완료하고 늦어도 4분기 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게 황 대표의 목표다. 더 나아가 관련 질환인 고혈압, 고지혈, 비만 등도 예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CGM은 최대 15일간 24시간 연속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만 리포트를 보고 환자가 주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CGM 다음 단계로 본인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게 만드는 것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인데, 모바일 앱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감마는 무료 서비스는 아니지만, 가격 장벽(허들)을 낮춰 이용자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CGM 디바이스만 구매하면 가격 부담이 없고, 일정 기간 이용 후에는 멤버십 등을 통해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러한 수익모델(BM)을 통해 유의미한 매출 성장도 가능하다고 황 대표는 자신했다. 그는 "프로젝트 감마에 커머스는 없다"라며 "이용자가 늘어나면 CGM 디바이스 기업들과 딜을 통해 매출을 확보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커머스에 기대하지 않고도 충분한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질환과 관련된 여러 스타트업의 부가서비스를 플랫폼과 연계해 생태계를 키울 예정이다. 디바이스 구매 부담이 없고 가격 장벽을 낮추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B2C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건강 데이터 활용은 필수적…의료기관, 연구소, 스타트업 데이터 활용 지원
의사 출신인 황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데이터 활용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은 데이터 공급처자 수요처이고, 스타트업과 약국 등 데이터 수요처인데 정보 불균형, 데이터 규모 불일치, 필요 기술 불충분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카카오가 테크기업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병원마다 데이터를 어떻게 표준화하고 민감 데이터인 건강 데이터를 어디에 쌓고 관리하냐는 측면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제기돼 왔다. 황 대표는 “데이터 논란이 많지만 포기할 수 없다”라며 “초개인화된 정밀의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정제된 데이터이며, 글로벌 헬스케어 전체 700조 시장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11조원에 달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황 대표는 카카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는 파트너 데이터를 다루지 않아 유출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더럴 러닝(연합 학습)으로 데이터 분석 및 설계를 하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이 없는 안전한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로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의료 데이터는 의료기관이 직접 보유하면서 카카오헬스케어는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해 중장기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통해 임상 연구 활성화, 의료의 질 개선, 의료 기술 혁신 등 다양한 사회적 부가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2분기 내 대규모 병원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상급 종합병원, 대학 병원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황 대표는 "올해 5월 중순 다른 병원에 출시하고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폭발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는 "국내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병원 정보 시스템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글로벌 1위 수준"이라며 "미국을 제외하고나면 우리처럼 탄탄한 테크기업이 있는 곳도 잘 없고, 디지털 헬스케어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는 나라여서 시장이 크게 된다면 폭발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목표하고 있다. 그는 "카카오헬스케어가 한국에서 생존하려면 한국에서 돈 벌어서 사업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라며 "미국, 중동, 일본 등 3개 시장에 대해 접근하고 있고 일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국내 비대면 진료 사업 진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내는 사회적 컨센선스가 없고 법적 가이드라인도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미국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팬데믹 거치며 완전히 정착이 됐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능성은 오픈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