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다시 살아난 5.18 망언, ‘도로 한국당’ 돌아가나

2023-03-15     유창선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국민의힘 안팎에서 다시 5.18에 대한 망언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전 목사가 “김기현 장로를 우리가 이번에 밀었는데, 세상에 헌법 정신에 5.18 정신을 넣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 전라도는 영원히 10프로(퍼센트)”고 말하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다”라며 화답을 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했던 약속이다. 김기현 대표도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 모든 약속들을 뒤집는 발언을 신임 최고위원이 한 것이다. 심지어 전 목사가 “내가 (국회의원) 200석 만들어주면, 당에서 나한테 뭐 해줄거냐”고 질문하자, “제가 최고위에 가서 보고를 하고,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 목사로 말하자면 세상이 다 아는 극우 성향의 인물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무리한 재개발 보상금 요구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전 목사와 김 최고위원이 주고 받은 말을 접하면 영락없는 ‘동지’들이다.

김 최고위원의 말이 논란을 빚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서서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며 "대통령의 5·18 정신 계승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 발언이 윤 대통령의 생각과 다름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며 "아울러 5.18 정신의 헌법 전문 게재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알려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도 5.18을 건드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답변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혀 논란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북한이 광주 민주화운동을 본인들의 의도대로 개입하고자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냐”고 묻자 “개입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제가) ‘북한군’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고,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김 위원장은 5.18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해 물의를 빚곤 했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자리라는 점에서 사실상 여권 인사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는 위원회의 장으로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발언을 단순하게 지나치기는 어렵다. 그러니 ‘북한 개입’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는데도 김 위원장은 사과조차  없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5.18 명예회복에 동참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호남 민심을 껴안는데 공을 들여왔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 시절부터 그러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에 그리했다. 여전히 호남은 민주당의 아성처럼 되어있지만, 이전과는 달라진 보수정당의 그런 모습이 중도층 민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대선 박빙의 승부 속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데는, 그런 행보에 영향을 받은 중도층의 선택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근래 들어 국민의힘을 비롯한 여권 안팎에서는 우향우의 언행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극우’ 성향이라는 평판을 받던 인물들을 거리낌없이 중용하는 인사를 계속해왔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색깔론까지 다시 등장했다. 중도층 무서운줄 모르는 단견이다. 우향우의 행보로 아무리 보수층을 결집한들, 그런 보수편향의 모습으로는 중도층의 등을 돌리게 만들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해진다.

지금 국민의힘이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총선 이전에 ‘이재명 사법 리크스’를 제거하는 결단을 민주당 쪽에서 내린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그때 가서 국민의힘이 다시 중도층의 표를 얻기 위해 매달려봐야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여권 인사들의 거듭되는 5.18 망언들을 접하노라면 이들에게 5.18은 말장난의 대상일 뿐인가 하는 비감한 생각이 든다. 지난 대선 때 중도확장성을 갖겠다고 요란했던 국민의힘이 다시 ‘도로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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