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칼럼] "BNK금융지주 '빈대인 호'에 거는 기대" 

역동적 BNK 만들겠다...공정인사·사회공헌·지역밀착 경영 강화,..

2023-03-19     정하룡 칼럼니스트
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 취임. 연합

BNK금융지주의 새로운 수장으로 빈대인(62) 전 부산은행장이 17일 BNK금융지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제4대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해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제3차 위원회에서 신한금융지주 등 10곳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 선임건의 찬성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김지완 전 회장의 조기 퇴진 후, 석달간의 직무대행 체제를 벗어났다. BNK금융지주 빈대인 신임 회장의 "역동적 BNK 만들겠다"는 취임 의지에 따른 새로운 변화가 기대된다.

그동안 BNK그룹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폐쇄적인 지배구조 개선 등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영으로 전환할 것을 지적받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특정 대학, 고등학교 등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공개적으로 BNK그룹을 비판했었다.

이를 의식한 듯 빈 회장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인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인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 창의적 의견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역동적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빈 회장은 BNK금융그룹 부산은행 경남은행을 비롯한 캐피탈 투자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 벤처투자 신용정보 시스템 전 계열사 경영진과 노조 및 임직원 앞에서 "매우 엄중한 시기에 회장으로 취임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편으로는 평범한 신입 행원으로 시작해 BNK의 리더가 된 만큼 누구나 최선을 다하면 BNK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 자긍심도 느낀다. BNK는 진심이 통하고, 공정한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다"며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과점체제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BNK그룹의 숙원인 부산·경남은행 통합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여기에는 지방은행 계열사 간 정보통신(IT) 시스템 공동 사용 등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있어 부산·경남은행의 전산통합 문제가 당면한 과제로 부상되고 있다. 문제는 경남은행 노동조합 등이 경영자율권 보장을 요구하며 합병과 전산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빈 회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빈 회장이 이날 취임사에서 "디지털 기반의 금융혁신을 통해 고객의 이익과 성장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적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비전을 바탕으로 한 주주가치 제고로 시장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상생 금융'을 강조했지만, 지역사회가 주목해온 부산·경남은행 합병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은행 경남은행,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이 10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금융산업의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외부 충격'에 의해 해결될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해마다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전산망 관리비용 절감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더해진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통상적으로 전산 통합은 투 뱅크 체제 자체 통합의 이전 단계로 여겨진다. 지방은행 중 1, 3위 규모인 부산·경남은행이 통합하면 초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한다. 영업망·IT사업망에 대한 중복 투자를 줄이는 이점도 있다. 이에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는 새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행법상 서로 다른 은행이 전산을 통합하거나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서 합병을 전제로 전산 통합부터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새 리더십은 은행·비은행, 주식 투자 외환시장, 디지털 금융산업 등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BNK금융지주는 전임 김지완 회장이 추진하던 비은행권 부문 활성화, 디지털 금융혁신 정책 등으로 자산 규모를 크게 늘이며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한민국 동남권을 넘어서는 대표적인 금융그룹으로 성장해온 저력을 이어갈 것도 살펴야 한다.

지난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BNK금융 자산은 159조8천857억원으로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8천102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실적 격차가 크다. 부산은행(4천558억원)과 경남은행(2천790억원) 등 은행 계열사의 성과가 그룹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 계열사는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 수익이 늘었고 비은행 계열사는 실적이 악화해 이익 규모가 둔화했다.

지난해 BNK자산운용이 1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BNK저축은행도 37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BNK금융그룹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식가치는 저평가됐다는 지적도 받는다. 2018년 최고 1만2천25원까지 올랐던 BNK금융지주 주가는 17일 현재 6천200원대로 반토막 났다. 일부 소액 주주들은 BNK금융지주 주총에 참석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부산은행 노조는 "직원들이 대출받아 우리사주를 매입했지만, 시중은행 금융지주와 비교해 BNK금융 주가가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있다.

 

빈 회장은 취임 첫날부터 광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는 'BNK의 지역밀착,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확한 의도가 담겼다. 주주총회 이후 첫 일정으로 부산진구 서면 일원에 자리한 'SUM 인큐베이터'를 방문했다. 

SUM 인큐베이터는 지방은행이 설립한 최초의 스타트업 지원 센터다. 2019년 빈 회장이 부산은행장으로 일하던 시절 대표적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 대표자와 간담회를 하고 생애주기별 금융지원과 부산울산경남 스타트업 투자 전용 펀드 조성 등 지역 상생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SUM 인큐베이터' 방문에 이어 곧바로 튀르키예 성금 전달식에 참석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재난 피해 구호를 위해 BNK 직원과 지역 고객이 마련한 성금 3억 원을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전달하며 "ESG 활동으로 지역 상생 금융 및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고리대금업' '돈 잔치’ 논란 등으로 은행권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만큼 새로운 리더십은 금융권과 지역사회와 더불어 더욱 다양한 사회공헌사업까지 '사회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여기에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출범이 좌초되고, '맑은 물 공급' 등 갈등 요인이 상존하는 지역, 부산.경남.울산시와의 상호 유기적인 정책 협력사업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빈대인 회장은 관행의 반복을 싫어하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도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뉴노멀, 혁신적 도전을 요구한다. 

빈대인 회장의 '삶의 이력'이 보여주는 진취적이고, 합리적인 스타일이 BNK금융그룹 경영은 물론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모범이 될 것임을 진정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