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통일포럼 특집] 로봇 산업,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내 경제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대내외 악재가 거듭되면서 이른바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내수시장도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경제는 기로에 섰다. 이러한 국내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생존하는 유일한 길은 단연 ‘혁신’이다. 이에 치열한 산업현장 속에서 답을 찾고 경제와 미래를 견인하는 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응원하는 ‘폴리뉴스’는 신산업 분야의 중요한 현안과 쟁점을 공유하고, 급변하는 경제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새로운 미래 혁신성장 해법을 시리즈로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최근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로봇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제조 분야에서는 산업용 로봇이 확대되고 있으며, CJ대한통운과 쿠팡 등 대규모 물류센터에도 로봇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음식점에서는 조리로봇과 서빙로봇이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로봇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우미가 되면서 로봇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덕분에 국내 로봇기업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결산법인 26개 로봇 관련 기업의 지난해 실적(연결기준)을 분석한 결과, 총 매출액은 2조 967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6%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2021년 735억원 적자에서 1406억원 흑자로 나타났다.
◆ 국내 로봇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올해 390억달러(한화 약 51조1400억원) 규모의 전세계 로봇시장은 2030년 최대 2600억 달러 규모까지 급성장 할 전망이다.
로봇 시장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시장으로 구분된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협동로봇이 대표적이며, 서비스 로봇 시장은 로봇 청소기, 수술 로봇, 물류 로봇, F&B 로봇 등 보다 다양하다.
현재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일본의 Fanuc, Yaskawa, Kawasaki 등 유수의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왔고,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도 Universal Robots 등 미국, 중국, 유럽 등의 해외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면에서 한국이 뒤쳐져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 꾸준한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성과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삼성 봇 3종과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을 공개한 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로봇 라인업을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로봇 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21년에는 로봇 사업화 추진을 위해 로봇 사업 TF를 신설했고, 연말에 이를 DX 본부 산하의 팀으로 승격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로봇 상용화 준비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설도 나오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부터 다양한 서비스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족보행 로봇 플랫폼까지 보유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현재 약 15%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콜옵션 계약을 맺으면서 향후 지분 59.94%의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로봇을 또 하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갖고 가겠다고 주주총회 때 말씀드렸다”며, “삼성리서치에 많은 엔지니어가 모여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고, DX에선 로봇사업팀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협동 로봇을 비롯 많은 분야에서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올해 운동을 보조하는 시니어 특화 로봇 EX1 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고 총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1년 로봇 공학계 정점에 있는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로봇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2022년에 로봇 AI 연구소(Boston Dynamics AI Institute)를 설립해 기술 역량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 및 작업 효율 증대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협력을 통한 지능형 로봇 개발 등 폭넓은 로봇 사업 성과가 기대된다.
◆ 5G 특화망으로 수백대 로봇 제어
LG 전자는 국내 기업 중에서는 가장 선제적으로 로봇을 상용화하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가정용 허브 로봇과 청소 로봇, 잔디깎이 로봇,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 카트 로봇, 수트봇, 셰프봇 등 다수의 로봇 라인업을 공개했으며, 다수의 로봇 기업에 지분 투자 및 기술 협력을 진행해왔다.
현재 기존에 보유한 클로이(CLOi) 시리즈를 활용해 다각도로 로봇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로봇 전용 생산라인(구미 공장)을 가동 중이며, 올해는 3세대 제품 공개와 조리 로봇 솔루션도 사업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5G 특화망 구축으로 수백대의 로봇을 종합적으로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G 특화망은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상용망과 달리 기업이 특정 구역 내 별도 주파수에 만드는 전용망으로 △로봇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과 연동하는 데 활용된다. 5G 특화망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가 필요 없어 로봇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인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신사옥인 경기 성남시 ‘1784’에서 5G 특화망으로 클라우드에 구축된 로봇 통합 제어 시스템 ‘ARC’를 운용하고 있다. 100여대의 로봇은 사내 집하장에서 각 직원들에게 택배를 배달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싣고 테이블이나 회의실 등으로 간다.
KT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5G특화망 기반의 ‘로봇 메이커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로봇 메이커스는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주문·결제 앱, 출입문, 인터폰, 저온 유통체계(콜드체인) 등 필요한 인프라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이다.
◆ 협동 로봇 중심으로 미국 유럽시장 공략
현재 글로벌 로봇 시장에는 협동 로봇의 비중이 가장 높다. 2021년 국제로봇연맹(IFR)이 공개한 글로벌 협동 로봇 연간 설치 대수는 3.9만대로 전년 대비 무려 50% 늘어났다.
협동 로봇 분야에서는 Universal Robots이 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수의 회사가 파이 싸움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전체 매출액에서 해외 매출의 비중이 70%에 이르고 있다.
양사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각각 3%, 1%에 그치고 있으나 최근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협동 로봇 매출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전년 대비 약 50%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로보틱스는 2022년 하반기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유럽 법인도 설치하여 해외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유진투자증권 양승윤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한국의 로봇 수요는 6%에 불과하다. 로봇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북미와 유럽 등 평균 임금이 높은 국가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규제 혁신 및 인력양성으로 산업 발전 뒷받침해야
업계에서는 로봇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각종 규제를 꼽고 있다. 일례로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 관련 기술은 이미 완성되어 있으나 현행법상 로봇은 '차'로 간주돼 보도·횡단보도 통행이 불가능하다 보니 상용화가 늦춰지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로봇산업을 신성장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 규제혁파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로봇산업 규제혁신 방안은 △모빌리티(Mobility) △세이프티 △협업·보조 △인프라 등 4대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51개 과제가 선정됐다.
구체적으로 로봇의 모빌리티 확대를 위해 각종 제도 및 법령 개선이 이뤄진다. 연내 지능형로봇법을 개정해 실외이동로봇의 정의와 안전성 기준을 신설하고, 로봇의 보행자 통로 통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로봇을 활용한 배송사업이 가능하도록 택배 및 소화물배송대행 운송수단에 로봇을 추가하고,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까지 로봇 외관을 활용해 옥외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순찰로봇의 경찰장비 도입도 검토 중이다.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022년 지능형 로봇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실무형 전문인력을 키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2019년부터 부산대와 서울과학기술대 등 로봇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로봇기반 혁신선도 전문인력양성사업'을 벌인다.
업계는 로봇산업 성장을 위한 인재 양성 로드맵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임상덕 정책팀장은 "로봇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연구개발이 실증단계를 거쳐 로봇 양산에까지 이르면 인력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인재 양성도 미리미리 준비해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