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통일포럼 특집] 미래산업의 꽃·국력의 상징, 항공우주산업
민간 기업의 기술력 축적이 우주 산업 발전의 방향 좌우 KF-21, FA-50 등 해외 수출 호조, 폴란드이어 말레이시아도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국내 경제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대내외 악재가 거듭되면서 이른바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 내수시장도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경제는 기로에 섰다. 이러한 국내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생존하는 유일한 길은 단연 ‘혁신’이다. 이에 치열한 산업현장 속에서 답을 찾고 경제와 미래를 견인하는 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응원하는 ‘폴리뉴스’는 신산업 분야의 중요한 현안과 쟁점을 공유하고, 급변하는 경제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새로운 미래 혁신성장 해법을 시리즈로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21일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국내 민간 업체가 시험 발사체 개발 및 발사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짤막하게 보도했다.
요지는 우리 민간 기업이 개발한 시험 발사체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현지 시간 19일 오후 2시 52분(한국시간 20일 오전 2시 52분)에 발사됐고, 106초간 엔진 연소 후 4분 33초 동안 정상 비행을 한 후 브라질 해상 설정 구역 내 정상적으로 안착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발사된 시험 발사체는 ‘한빛-TLV’라는 이름의 엔진 검증용 시험 발사체로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이노스페이스는 한빛-TLV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시험 비행까지 마쳤다고 21일 밝혔다.
이노스페이스의 이번 시험 발사체 성공은 무엇보다 우주산업에 있어서 민간 기업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우주산업은 정부 주도형으로 진행돼 왔으며 많은 민간 기업들이 협력 업체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민간기업 단독으로 개발에서부터 시험 발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한 적은 없었다.
역량 문제가 아니라 여건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엄연히 우리 민간 기업도 우주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이노스페이스가 보여준 셈이다.
우주산업의 미래 도약과 발전, 민간 기업에 달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2017년 설립됐으며, 민간 방위산업체에서 로켓 추진 연구원을 지낸 김수종 대표를 중심으로 90여 명의 직원이 소형 발사체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소형발사체의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경쟁도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형발사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그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나라들만의 경쟁이다. 누가 빨리 저 비용 고효율의 소형발사체를 개발하느냐가 관건인 가운데 이미 그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소형발사체는 안보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미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들은 자신들의 영역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더욱 혈안이 돼 있다.
그런 가운데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우리 민간 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점은 우리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1200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소형발사체 시장만 봐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이번에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민간 기업의 성장은 우리 우주산업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30년 전인 1992년 8월 11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기지에서 우리나라 첫 국적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KITSAT-1)가 발사됐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마침내 우리도 인공위성 보유국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함께 기뻐했다. 우리별 1호는 영국 서리대학교와 위성개발 및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됐다. 그 이듬해인 1993년 9월 26일에는 우리별 2호(KITSAT-2), 1999년 5월 26일에는 우리별 3호(KITSAT-3), 2027년에는 누리호 6차 발사로 차세대소형위성 3호가 포집위성으로 우주에 나가 우리별 2호를 포집해 데려올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지난해 2차 발사에 성공해 우리나라를 1t 이상 페이로드를 우주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로 올려놓은 누리호에 이르기까지 우리 우주산업은 계속해서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주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 온 결과 그만큼 빠른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주산업의 중심적 역할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주산업의 전반적인 근간을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 민간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민간 기업들의 기술력 축적 등 역량 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주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용역으로 참여하는 현재의 시스템대로라면 민간 기업들의 역량 강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현실이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장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정부가 민간 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한쪽으로 물러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제 정부가 민간 기업을 하청 또는 용역이 아닌 프로젝트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인 민간 기업이 투자비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기술과 역량 또한 축적하지 못한다면 민간 기업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우리 우주산업의 근간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 기업이 우리 우주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기는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 지금이다.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생산국, 경제적 효과 증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에 대한 공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게 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사 무기를 직접 제공해 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다음은 자신들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폴란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 온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다. 물론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국을 지켜낼 힘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있을 수 있는 전쟁으로 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폴란드는 우리나라에 손을 내밀었고, 우리나라와 20조 원이란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방산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022년 12월 6일, 폴란드 그디니아 해군항에는 우리 K-2전차와 K-9자주포 첫 번째 물량이 도착해 이를 환영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구매계약 체결 4개월 만이다. 폴란드 정부와 국민들은 반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폴란드가 도입하기로 한 우리 국산 전투기 KA-50, 48대 중 첫 번째 물량이 올해 7월 폴란드에 인도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KF-21의 공동생산 논의도 진행 중이며, 사실상 확정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는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생산국이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항공산업 G7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우주산업과 마찬가지로 항공산업 또한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우리 전투기 KF-21과 경공격기 FA-50 등은 한국항공우주산업(주)(KAI)에서 맡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2021년 4월 9일 보라매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고됐다.
우리 공군은 총 120대를 도입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40대, 2029년부터 2032년까지 80대를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KAI가 개발한 FA-50 파이팅 이글은 경공격기/공격기로 폴란드에 48대 수출이 확정됐으며, 오는 5월 첫 번째 물량의 출고식이 열릴 예정이다. 36대는 2025년 하반기부터 인도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공군은 FA-50 운용에 필요한 기술 전수 및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폴란드 현지에 항공정비(MRO)센터, 국제비행훈련학교 설립 등도 추진한다. 전투기는 수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전투기 1대 수출로 국산 중형차 1000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점이 우리가 항공산업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K9자주포, K2전차, 다연장로켓 천무 등 우리 방산 무기들이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개발한 KF-21과 FA-50 등도 이미 수출 구매계약이 체결된 바 있으며 관심을 갖는 나라들 또한 많다.
우리는 항공 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초음속 전투기를 세계에서 8번째로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으며, 1t 이상 페이로드를 우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다.
도약이냐 정체냐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미래 먹거리 산업. 그중에서도 항공우주산업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