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일성 지시’ 사과거부에 ‘서북청년단’ 집회까지, 4.3추념일 무색
태영호 “사과해야 한다면 어떤 점에 대해 사과해야 될지 명백히 해야” 사과 거부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 추념식장서 집회 추진, 제주지역 시민단체들과 충돌
[폴리뉴스 정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제75회 4.3희생자 추념사를 통해 희생자를 보듬겠다고 했지만 여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4.3폄훼 발언 사과를 거부했고 4.3 당시 제주도민에게 위해를 가했던 ‘서북청년단’ 이름을 딴 극우단체가 추념식장에서 집회를 가지려하다 시민단체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3사건은 김일성의 지시’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지금은 남북 분단, 좌우 이념 무력 충돌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을 당한 분들의 넋을 기리고 명예를 회복시키며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할 때”라며 “저도 여기에 힘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 최고위원은 “4·3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남로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4.3 사건이 남로당의 무장 폭동에 발생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그런 점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은 폄훼하고 과만 부각하는 편파적 역사 교과서 문제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의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나’라는 질문에 “4·3 사건에 대한 용어부터가 저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실제 우리가 4·3사건 관련 진상보고서에서 언급한 '4·3 사건' (이라고) 할 때는 매우 범위가 넓다. 구태여 우리가 그러면 1948년 4월3일 날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 거기에 초점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4월3일 일어난 일은 결국은 남로당 제주도당의 결정이다. 결정에 의해서 12개의 경찰서와 관공서에 대한 무장 공격이 일어난 것”이라며 “사과해야 한다면 무엇을 사과해야 되는지가 먼저 규명돼야 한다. 사과하려면 왜 사과해야 될지 어떤 점에 대해서 사과해야 될지 이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아울러 “제가 지난번에 한 발언은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자 한 발언”이라는 주장을 하고 “제 발언의 취지에 대해 과연 유족들과 피해자 단체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앞으로 그분들과 이야기해서 발언의 취지와 전후 맥락을 구체적으로 설명드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3년 정부가 제주 4.3사건에 대한 조사를 한 후 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북한이나 남로당 중앙당의 지령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규정했음에도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4.3사건 김일성 지시’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또 제 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3평화공원 인근에서 보수우익 단체인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 회원들이 3일 오전부터 집회를 예고하며 제75주년 제주 4·3 추념일이 열린 평화공원으로 집결했다. 이에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을 이들과 충돌하며 저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제주 4·3 관련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이들에 맞서 “사죄할 것이 아니라면 너희가 올 곳이 아니다! 4·3학살주범 서북청년단은 즉각 떠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추념식을 방해하지 말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살인자들은 나가라”며 항의했다. 이에 서북청년단은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대립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앞서 우리공화당 등 4개 정당과 자유논객연합 등은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현수막을 제주 곳곳해 게시해 물의를 야기하기도 했다. 서북청년단은 1948년 4·3 사건 발생 당시 제주도민에게 각종 위해를 가한 가해자 집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연설에서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지만 집권여당과 보수단체들이 나서 이를 무색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