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최우선변제 무이자 대출…대상자는?

정의당 "전세사기 특별법, 최우선변제금 제대로 수용안돼" 피해자들 "대출 필요없다" 선보상 요구

2023-05-24     유재광 기자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펼치고 있는 농성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유재광 기자]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지난 22일 통과됐다. 

이로써 피해주택이 경·공매에 넘어갔을 때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의적 갭투자로 인한 피해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세입자들 모두가 최우선변제금만큼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법에 따라 경·공매 낙찰 시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한 피해 임차인에게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경우는 크게 선순위 근저당이 있거나 계약 갱신으로 보증금을 올려줘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피해자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이 배당시점(현재)에는 소액 임차인 기준을 충족하지만 앞서 선순위 근저당 설정 당시 소액임차인 기준은 미충족하는 경우는 무이자 대출 대상이라고 전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 주택임대차법상 인천에서 임차인이 2019년에 전세 9천만원에 계약을 맺었다면 최초 근저당 설정일인 2017년 기준으로는 소액임차인(8천만원) 범위를 벗어나 최우선변제금(2천700만원)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런 임차인은 최초 근저당 설정일을 무시하고 전세보증금이 현재 기준의 소액임차인(1억4천500만원) 범주 내에 있는 만큼 현재 시점의 최우선변제금(4천800만원)만큼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준다.

올해 2월 개정된 소액임차인 보증금 범위와 최우선변제금 기준은 각각 ▲ 서울 1억6천500만원 이하에 5천500만원 이하 ▲ 인천을 비롯한 과밀억제권역과 용인·화성·세종·김포는 1억4천500만원 이하에 4천800만원 이하다.

두 번째,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이 최초 계약 시 소액임차인 기준을 충족하지만 갱신 계약을 통해 보증금을 올려줘 소액임차인 범위를 벗어난 경우도 지원 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2020년 1월 서울에서 보증금 1억1천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어 소액임차인 기준을 충족했는데, 올해 1월 보증금을 1억8천만원으로 올려줘 소액임차인 범위(1억6천500만원)를 벗어난 경우 무이자 대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피해자 가운데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세입자 대부분이 무이자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추홀구 피해자의 경우 2017년부터 2018년 초 건물 준공 당시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고, 다수가 전세 보증금 8천만∼9천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최초 근저당 설정 시점의 소액임차인 보호 대상인 보증금 8천만원 이하로 계약을 맺었는데, 중간에 갱신 계약을 하면서 9천만원으로 보증금을 올리는 바람에 근저당 시점의 소액임차인 범위를 벗어나 최우선변제금을 못받게 돼 문제가 됐다.

다만, 선순위 근저당권이 없는 경우인데 처음부터 전세 보증금이 소액임차인 범주를 벗어나고, 현재 기준으로도 소액임차인 기준을 미충족하는 경우에는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더라도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10월 용인에서 1억7천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면 계약 당시의 소액임차인(1억3천만원) 대상이 아니고, 현재의 기준(1억4천500만원)도 벗어나 무이자 대출 지원을 받지 못한다.

만약 선순위 근저당이 없고 2021년 10월에 1억4천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은 경우라면 현재 기준의 소액임차인(1억4천500만원) 대상에 포함돼 경매 낙찰 시 최우선변제금(4천800만원)을 받으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 미추홀구처럼 전세금이 높지 않은 곳은 이번 정부 지원 대상에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은 이번 정부의 무이자 대출 지원에 대해 '또 빚을 지라는 거냐' 라며 반대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세금의 20%가량에 불과한 최우선변제금만이라도 선(先)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야당은 이 경우 임차인에게 최우선변제금을 정부가 우선 보전하고 나중에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하는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를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대신 무이자 대출이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정의당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은 지난 22일 "저와 정의당은 지난 4월 발의한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통해 보증금 채권 매입을 통한 포괄적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큰 원칙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그래서 저와 정의당이 수정안으로 제시한 것이, 각 피해유형별로 적용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 LH 매입, 조세안분, 경공매 대행, 전세대출 채무조정 및 신용회복, 최우선변제 확대라는 여섯 가지 안을 제안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가장 중요한 핵심대책인 최우선변제금 지원 방안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주력한 것은 피해자 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분들, 한 푼도 못 건지고 대출 상환 압박까지 받고 계신 분들을 위한 대책이었다. 네 번째 희생자도 무리한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리다 숨졌다"며 "정의당은 이런 분들을 위해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전세대출로 발생한 채무의 조정과 신용회복, 그리고 다른 하나는 최우선변제금 지원이었다"고 밝혔다.

최우선변제금 지원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심 의원은 "정부는 무이자 대출을 제시했다. 이미 대출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데 다시 대출을 받으라는 정부의 대안을, 피해자들로서는 수용하기 힘들 것이다. 절박한 피해자의 손을 끝내 잡아주지 않은 미흡하고 인색한 특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최우선변제금 적용시 근저당 시점이 아니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 더불어 전세사기를 긴급복지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기준을 완화해 생계비와 의료주거비 등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안을 가져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 처리를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 이송,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30일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말 시행되고,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전 국민의 관심 법안인 만큼 최대한 시행을 서두를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