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국과 관계 개선 의지 드러내는 한국, 北日 밀착 견제?

중국 때리던 김기현 "경제적 문제에서 중국 배제할 수 없다" 북일 정상회담 논의.. 미국 일본도 중국과 관계 개선 분위기에 외교적 고립 우려 커져 박진 외교, 중국 외교 1인자 왕위 위원과 회동 전망.. 연내 한중정상회담도 열릴까?

2023-07-12     김승훈 기자
박진 외교, 중국 외교 1인자 왕위 위원과 회동 전망.. 연내 한중정상회담도 열릴까?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강력한 '반중친미' 노선을 유지하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불과 한달 전만 하더라도 싱하이밍 주한 대사의 발언을 놓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이다. 對 중국 무역적자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경제적인 필요와 함께 최근 북한과 일본이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중국과 화해 협력으로 노선을 바꾸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현지시간)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만났다.

김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은 대중 관계에서 경제적 문제가 많고, 중국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경제적 문제에서 우리는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캠벨 조정관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 점에서 나와 생각이 같다"며 "(대중 관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나도 이해한다. 미국 입장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한달 전 싱하이밍 대사를 향해 "점령군의 현지 사령관 같은 무례를 보였다", "주한 대사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으며,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국내 중국인 투표권 제한', '건강보험 먹튀 방지' 등 중국 때리기 선봉에 서 있었다. 그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미국에 드러낸 것이다.

김기현 "경제적 문제에서 중국 배제할 수 없다".. 한중, 외교라인도 다시 가동

정부도 중국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거듭 보내면서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앞서 박진 외교장관은 지난달 25일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중국과 척지고 지낼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한중 우호 증진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 마오 대변인은 다음날 브리핑에서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으로 상호 중요한 협력 동반자다.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한국이 중국과 서로 마주 보고 나아가며, 양국 관계가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중국 외교 1인자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도 지난 10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보아오포럼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한 관계는 정체돼선 안 되고 퇴보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양국 외교 채널도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4일에는 최영삽 외교부 차관보가 중국 베이징에서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및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잇달아 만나 양국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처음으로 한중 외교당국 고위급 인사가 대면 접촉을 한 것이다.

이날 양국 외교부 관계자는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을 둔 양국관계 증진을 위해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차관보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은 수교 이래 변함없이 견지되어 왔다"고 확인하면서 중국의 반응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회동 후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중한 관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번 협상이 충분히 건설적이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고, 계속 양국 간 정치·외교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 중국 외교 1인자 왕위 위원과 회동 전망.. 연내 한중정상회담도 열릴까?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위 위원의 고위급 회담도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오는 13∼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양측 모두 한중간 고위급 회담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진-왕이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양국간 이견을 좁히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에는 충분하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 3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국제포럼(IFTC)' 개막식에서 화상으로 만난 바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화상을 통해 "서울을 방문하면 함께 북한산을 등반하고 짜장면을 맛보자"고 제안했고 왕이 위원은 "산둥에서 함께 태산에 올라 천하를 구경하자"고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북일, 정상회담 논의.. 미국 일본도 중국과 관계 개선 "한국, 외교적 고립 우려"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과 외교적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출범 후 1년 넘게 지속되는 수출 부진은 대중(對中) 수출 감소 때문이다. 지난 10일까지 집계된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90억 달러(37조5000억 원)에 이르며 역대 최악의 무역 적자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럴 경우 당장 내년 총선에서 정부 심판론을 피하기는 어렵게 된다.

여기에 최근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것도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현재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만 해결된다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정도로 실무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만일, 정상회담에 이어 북일수교까지 이어진다면 한반도 정세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전 정부에서는 한국이 중심이 돼 북한 문제를 주도해 왔으나 그 주도권이 일본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일본 등 우방들도 중국과 활발한 교류를 펼치고 있어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한달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이 중국을 찾아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없다"고 선언했으며, 일본 역시 최근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이 80명 규모의 대기업 임원 등을 이끌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을 만났다. 일본은 이달 중 중국 외교장관과 회담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박진 외교 장관과 왕위 위원의 회동을 계기로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한중정상회담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