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실종 해병대원, 끝내 주검으로... 여야 “軍 뭐했나” 한목소리

예천 내성천서 급류 휩쓸려 실종된 20살 해병대 일병 숨진 채 발견 국민의힘 “매뉴얼 여부, 현장지휘체계 문제는 없었는지 분명한 확인 필요” 민주당 “군 당국, 군인 사람으로 대했다면 이런 비상식적 명령 내리진 않았을 것”

2023-07-20     양원모 기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양원모 기자]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채수근(20) 일병이 끝내 주검으로 발견되자 여야가 한목소리로 해병대 지휘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20일 경북소방, 군 당국에 따르면 채 일병은 전날 오전 9시 5분쯤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갑자기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급류에 휩쓸려갔다. 채 일병은 같은 날 밤 11시 8분쯤 실종 장소와 5.8㎞ 떨어진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당시 채 일병은 구명조끼 없이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로프 없이 일렬로 서서 물속을 걸어다니는 ‘인간띠’ 형태로 작업하던 중 변을 당한 것이다. 해병대는 입장문을 내고 “호우 피해 복구 작전을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해병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애도 메시지를 내고 유족을 위로했다. 

정치권은 안전 조치를 게을리한 의혹을 받는 해병대 지도부를 향해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구명조끼만 입혔더라도, 로프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구비돼 있었더라도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다”며 “그간의 매뉴얼 여부, 또 현장지휘체계 문제는 없었는지 분명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휘 현장에서 누가 왜 어떤 의사 결정으로 이런 참사가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군 당국은 만전을 기해야 한다. 수해 복구에 나선 군 장병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길 수 있는 환경도 반드시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우리나라의 젊은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닌 숭고하고 영웅적인 일”이라며 “수해 피해 과정에서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원과 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방부에 철저한 사건 경위 규명을 촉구하면서, 안전 대책 확립을 주문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하던 해병대 병사가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방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 경위를 철저하게 규명하고, 위험 현장에 함께하는 장병들의 안전 대책을 철저하게 점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선다윗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어떻게 수색 작업에 내보낸 군인들에게 구명조끼 같은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의 안전 불감증이 대한민국을 오염시킨 것은 아닌지 묻는다”며 “군 당국이 군인을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했다면 안전 장비도 없이 물살에 투입하는 비정상적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 장병은 사람도 아니냐. 군 당국은 군인들에게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수색 작업에 내몬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라”라며 “군 당국은 구명조끼도 없이 물살이 거센 현장에 입대한 지 여덟 달이 안 된 병사를 투입한 책임자를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 상근부대변인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청년들을 어처구니없는 일로 떠나보내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쓰겠다. 청년들이 ‘입대할 때는 나라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이라고 자조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