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승절 야간 열병식'서 ICBM 공개.. 북·중·러 밀착 과시 “선제 공격시 보복 핵공격”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제70주년을 기념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야간 열병식에 참석했다.

특히,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나란히 주석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며 북중러 간의 '밀착·연대'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해 "자멸적 최후의 선택을 했다" "적수들에 경고한다"며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중국 및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국 대표단 단장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며 '중·러 양국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열병식에는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현존하는 ICBM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화성-17형'이 등장했다.

또, 북한이 개발했다는 핵무인 수중 공격정(핵어뢰)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은 올해 초 '해일'의 수중폭파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는데 그 모습을 처음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새로 개발된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가 시위 비행을 했다. 이들 무인기는 김정은 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26일 함께 찾은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미국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및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각기 유사한 형상이다.

■ 강순남 국방상 "누구의 정권 종말에 대해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 걱정하라"

이날 열병식에서는 김 위원장 대신 강순남 국방상이 연설을 진행했다.

통신에 따르면,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며, "미제는 우리에게 핵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선제 핵공격을 가하면 북한의 보복 핵공격으로 미국이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이다.

이어 "지금 미제와 '대한민국'의 역적들은 감히 우리 국가의 정권 종말에 대해서까지 떠들면서 미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지금 이대로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며 나간다면 우리 국가의 무력행사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에 한해서는 방위권 범위를 초월하게 된다는 것을 엄중히 선포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현시점은 미국이 그 누구의 정권 종말에 대해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이며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미합중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여태 상상해보지 못한, 직면해보지 못한 위기를 당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열병부대 점검 후 열병식이 본격 시작됐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절대불변의 계급적각오와 비타협적인 투쟁정신,무자비한 징벌의지로 심장의 피를 끓이며 장구한 반미대결전에서 련전련승만을 안아온 값높은 위훈이 새겨진 영광의 군기를 추켜들고 기세충천하여 행진해가는 열병종대들에 뜨거운 전투적 인사를 보내시었다"고 밝혔다.

열병식 후 "열병식은 위대한 영웅정신과 투쟁기풍으로 사회주의전면적부흥발전을 가속화하며 반제반미성전에서 김정은시대의 새로운 전승신화를 창조해나갈 천만군민의 억척불변의 의지를 만천하에 과시한 대정치군사축전으로 조국청사에 찬연히 아로새겨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 북한-러시아 밀착 "매우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 대표단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무기를 직접 설명한 것과 관련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및 러시아 대표단의 북한 방문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조치를 차단하고, 북한의 이같은 무기들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행사에 참여하며, 북한의 제재 침해 활동을 단속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데 얼마나 위해가 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변함이 없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관여할 것이라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 정세현 "북 ICBM 재진입 기술 확보 가능성" 정동영 "8월 한미일 정상, MD 논의할 것"

전문가들도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게 ICBM 기술을 전수할 경우 미국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7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북한의)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아직 지금 확인이 안 됐다"며, "지금 고각으로 쏴서 몇 미터 나갔다 그것만 발표하는데 정상각도로 쏘아서도 미국 본토에 다다를 수 있게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이 북한한테 주어진다면 미국은 그때부터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에 밀사를 보내서라도 회담하자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7일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내달 있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MD 체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주목해봐야 할 핵심이 MD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100년 동안 앞으로 세계 최강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핵을 가진 잠재적인 경쟁자이면서 위협인 중국, 러시아의 핵을 무력화시켜야 된다"라며, "핵무기를 없앨 수는 없는 거고 운반하는 수단을 무력화시키는 게 MD"라고 말했다.

중국이 핵미사일을 쏠 경우 그것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을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의 MD 계획에 직접적인 겨냥은 북한 미사일이지만 본질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중국, 러시아의 핵미사일"이라며, 만일 한국이 여기에 함께 할 경우 "미국이 운영하는 전 세계 미사일 방어망, 특히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첨병으로 돌격대로 참여하는 건데요. 과연 이렇게 해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그리고 분단 극복의 길이 열릴 것인가. 이건 역사에 죄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