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1사단장, 채수근 상병 순직 당시 '무리한 수색' 지시 정황.. 위험성 우려도 묵살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서 카카오톡 대화방 공개 "물에 들어가라" 해병대 수사단장, 해병1사단장 과실치사 혐의 담긴 보고서 경찰 이첩 후 보직해임

2023-08-08     김승훈 기자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서 카카오톡 대화방 공개 "물에 들어가라" [사진=군인권센터]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소장)이 무리한 수색작업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임 소장의 혐의가 적힌 수사 내용을 이첩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보직해임하며 은폐·축소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브리핑 기자회견'을 열고 "무리한 수중 수색은 사단장인 임성근 소장 등 해병대 1사단 지휘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물 속에 투입될 준비가 돼있지 않은 부대를 수중 수색에 투입해 발생한 예정된 참사"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채 상병을 비롯한 부대원들은 수색 첫날은 현장 간부 판단에 따라 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수색했다.

하지만, 임성근 해병1사단장의 지시로 이튿날인 19일부터는 물 속에 들어갔다. 또 사단장은 효율적으로 수색하기 위해서라며 일렬이 아니라 바둑판식 대형을 고집했다. 이에 따라 장병들은 서로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떨어져 수색을 하게 돼 물살에 쉽게 쓸려내려가는 결과를 낳았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7월 18일 첫 임무 투입 당시 사고가 발생한 포7대대는 수중 수색을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임무를 끝내고 철수할 때 전파된 사단장 지시사항에는 물에 들어가라는 말이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단장은 일렬로 임무 수행하는 부대장이 없도록 하라며 포병부대가 비효율적이라고 질책했고, 곧 이어 전해진 사단 전파사항은 '무릎 아래까지 (물에)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중대장 등 중간 간부들이 위험성을 우려했지만 묵살된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장화를 착용하라는 지시에 '물에 들어가게 될 경우 전투화로 변경 요청한 상황'이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처럼 무리한 수중 수색 지시는 명백히 해병 1사단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병사들이 사고 현장에 투입되기 직전까지도 실종자 수색 작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민지원을 나간다는 통보만 있었을 뿐, 기간, 방식 등이 전파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현재 대대장과 중대장은 모두 보직해임된 상태이다. 임 소장은 "대대장을 보직해임할 것이 아니라 지시를 내린 책임이 있는 사단장을 보직해임해야 한다"며 "헌병군사경찰단장이 항명죄로 보직해임됐는데, 누가 지시했는지, 수사방해한 것이라면 엄청난 중대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이 8일 이번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 A대령에 대한 보직 해임을 의결해 은폐·축소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앞서 A대령은 지난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보고서를 이첩했다. 이후 국방부는 같은 날 경찰로부터 사건을 회수하면서 A대령을 보직 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명하지 않았는데 독단적으로 이첩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A대령측은 항명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변호를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지시한 국방부 장관의 원명령이 존재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정 명령은 반드시 문서로 해야 하는데 수정 명령의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병대는 이날 오전 해병대사령부에서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어 A대령을 보직에서 해임하고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해병대는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결과 이첩 시기 조정 관련 사령관 지시사항에 대한 수사단장의 지시사항 불이행은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라며 "'보직해임 심의위원회 의결 전 보직해임의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A대령의 보직해임을 두고 사단장 등 군 고위직의 혐의를 덮으려는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9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보고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막고, 최근 과실치사 혐의를 뺀 자료를 경찰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