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회] '수도권 위기론' 휩싸인 與 '인재영입' 부상, 원희룡·나경원·한동훈 차출 하나?
갤럽 기준,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 한달 새 9%p 하락 이진복 정무수석 "수도권은 언제든 위기였다" 김재원 최고 "수도권 위기론 전파자, 탈당이나 다른 목표" 김기현, 인재영입 필요성 역설 "새로운 인물 필요.. 십고초려라도 해야" 원희룡 "장관에 집중" 나경원 "불러만 달라" 한동훈 "답은 늘 같다" 유상범 "나경원, 원희룡 총선서 역할해야".. 이준석 "용산이 탐탁치 않아 할 것"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28일~29일 1박2일로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도 단연 관심은 '수도권 위기론'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으며, 당 지도부에서도 수도권 위기론을 의식한 듯 김기현 대표가 앞장서 '인재영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시선은 원희룡·한동훈 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을 향하고 있다. 이른바 '중진활용론'이다. 이들이 수도권 위기론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비윤' 수도권 위기론에 '친윤' 전방위 방어 경계
29일 국민의힘은 연찬회를 마친 후 채택한 결의문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당의 안정과 화합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정치교체와 국회교체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당 결집과 총선 승리 의지를 높였다.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위기론'에 '친윤'은 전방위 방어와 경계를 하며 흔들리는 당의 결집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윤' 윤상현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과 방송 등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설파하며 "국민의힘은 암이 큰 덩어리가 두 세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총선 공천을 총괄하는 '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은 28일 '2023 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속 의원) 누구든 정책이나 당 운영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말은 자중하라"고 윤 의원을 겨냥 '수도권 위기론' 확산을 경계하며 날을 세웠다.
이날 연찬회에 참석한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 또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언론이 만든 이야기"라며 "수도권은 언제든 위기였다"며 일축했다.
이어 "지금 수도권에 오랫동안 저쪽 당(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네임밸류의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출마할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연찬회 직후 2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위기를 고취하면 지지자들조차 제대로 결집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최고위원은 “수도권 위기론이 번지면 마치 우리가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은 패배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다”며 "위기론이라는 말을 공론화해서 퍼뜨린다든가, 이를 기반으로 모든 전략을 짜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는 '비윤계' 의원들을 겨냥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분은 수도권 위기라기보다 당을 떠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노골적인 의구심을 드러냈고, 안철수·윤상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는 “의심하기보다는 각각 다른 목표가 있거나, 어떤 분은 진심으로 당을 위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이야기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한달새 국민의힘 지지율 9%p 하락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위기론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8월 4주차 정례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수도권 지지율이 민주당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한 달 새 9%p나 하락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서울, 경기·인천 지지율은 각 29%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 서울, 경기·인천 지지율은 각각 37%, 34%로 나타났다.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이 오차범위(±3.1%p) 밖에서 우세했다.
문제는 지난 한달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은 38%(8월 1주차)→34%(8월 2주차)→29%(8월 4주차)를 기록했다. 8월 초만 해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9%p차로 앞섰지만 이제는 8%p차로 역전 당했다.
김기현, 인재영입 필요성 역설 "새로운 인물 필요.. 십고초려라도 해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인재 영입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기현 대표는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열린 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수도권 위기 타개 방안으로 '십고초려' 인재 영입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28일부터 1박2일 진행된 의원 연찬회에서 수도권 위기론의 근원이 인재 부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에서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때가 딱 한 번 빼고는 없지 않았나"라며 "새로운 인물들의 적극적인 등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재 영입 기준으로 계파를 초월한 '천하 인재'를 제시했다. 그는 "개인적 호불호는 아무 상관 없다"며 "총선에서 승리할 좋은 인재라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적극적으로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 영입 규모는 50여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36개 사고지역 당협위원장을 새롭게 뽑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최근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서울 광진을),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서울 중랑을), 고석 변호사(경기 용인병)를 내정했다. 특위는 이날 김성태 전 의원이 신청서를 접수한 서울 강서을을 포함해 5~6개 지역을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오는 11월께로 예정된 당무감사 발표 이후 경제전문가, 호남과 운동권 출신 중도 인사들을 물색해 1호 영입 인재를 발표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재 지지율만 놓고 본다면 야권에 밀리는 수도권에 선뜻 나설 인재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희룡 "장관에 집중" 나경원 "불러만 달라" 한동훈 "답은 늘 같다"
이에 당 지도부에서는 원희룡, 한동훈 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중진 및 현 정부 주요 인사의 역할을 기대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공방을 계기로 보수층에게 확실히 어필한 원 장관은 제주지사를 연임하기 전 서울 양천갑(16·17·18대)에서 3선에 성공한 수도권 출신이다. 차기 대권 주자에 관심이 많은 수도권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내 집 마련이나 주거 안정, 또 우리 교통과 지역 발전 같은 민생에 와닿는 정책과 사업들을 잘 해내 정부 지지도가 올라가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데 제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24일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포럼 창립식으로 중앙정치에 복귀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는 물론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기획전략부총장 등 이른바 당내 ‘실세’로 불리는 이들이 다수 참석해 힘을 실었다.
나 전 의원은 총선 출마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당에서 수도권 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참여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요청이 없어서 이래저래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인으로서 항상 당의 승리를 위해 늘 봉사할 자세가 있다"고 답했다.
당 지도부에선 한동훈 법무장관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김 수석은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만큼 보답 차원에서라도 험지 출마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수석은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시분당구갑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현재는 안철수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동훈 장관도 '총선 역할론' 질문에 "제 답은 늘 똑같다"며 답을 피했다. '수도권에 새 사람이 필요하다'는 김기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제가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상범 "나경원, 원희룡 총선서 역할해야".. 이준석 "용산이 탐탁치 않아 할 것"
여권 내에서는 이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유상범 수석 대변인은 "나경원 전 대표 같은 경우에는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우리 보수 쪽의 대표적 인물이고 큰 존재감을 가지고 계시다"고 평가했다.
또, 원희룡 장관이 정기국회 이후에는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같은 경우에도 이미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국토부 장관하면서 일타강사로서 굉장히 국민적으로 많은 호감도 가지고 있어서 아마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이 원희룡 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 출마를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전 대표는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원 장관에 대해 "예전에 용산의 모 주요 인사에게 '총선 어쩌려고 그래요' 그랬더니 '희룡이 젊잖아' 이러더라"며 "(원 장관이) 지금 환갑 됐는데 아직도 젊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친윤)이 보기에는 항상 원 장관을 어리게 보인다"라고 답했다. 즉, 친윤계가 원 장관에게 수도권 선거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전 대표의 관측이다.
또 나 전 의원에 대해선 "7개월 전 '너는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안 돼' '저출산대책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면 안 돼'라며 두들겨 패 내쫓을 때는 언제고 '뛰어난 인재'라고 추켜올리고 있다"며 "제가 나경원 의원이면 두 번 속으면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수도권 승리를 위해선 "대통령 지지율이 최소 44~45%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 강남 용산 플러스 성동구, 중구 정도까지가 도전이 가능한 등 한 20석까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조사했다.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