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북한-러시아, ICBM·정찰위성 등 우주 군사협력 강화.. 동북아 안보 충격파
김정은 "조로 관계 최중대시" 푸틴 "동지관계".. 양 정상 끈끈함 과시 푸틴, 北과 군사 협력 '의지' 드러내.. "안보리 대북제재 틀 내에서도 가능해" 러시아, 북한에 ICBM·인공위성 및 로켓·핵잠수함 관련 기술 이전 가능성 미국 "북러간 무기거래가 이뤄질 경우 응분의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할 것"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ICBM과 정찰위성 등 우수기술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밀착관계를 보이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4년 5개월만에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하고 무기거래를 비롯해 다방면의 협력 강화를 확인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확대회담과 정상간 일대일 단독회담이 "시종 동지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인류의 자주성과 진보, 평화로운 삶을 침탈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강권과 전횡을 짓부시기 위한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더욱 긴밀히 하고 강력히 지지연대하면서 힘을 합쳐"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의 주권과 발전이익,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해나가는데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과 당면한 협조사항들을 허심탄회하게 토의했으며 만족한 합의와 견해일치를 보였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확대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조로 관계를 최중대시하고 뿌리깊은 친선의 전통을 변함없이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일관한 입장"이라며 "이번 방문이 두 나라사이의 협조관계를 새로운 높이로 끌어올리는 의의깊은 계기가 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확대회담에는 북측에서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강순남 국방상, 오수용·박태성 당 중앙위원회 비서, 임천일 외무성 부상 등이 배석했다.
양국 정상은 고위급 왕래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다방면의 교류 협력 심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이어 열린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은 "로조관계는 오늘도 변함없이 동지관계, 선린관계로 지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답례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시대 조로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하고 그 위력으로 두 나라에서의 강국건설 위업을 강력히 추동하며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해나갈 용의"를 피력했다.
또,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초청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계획은 현재 없으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최선희 외무상과 조만간 만나기로 합의했으며, 이르면 내달 초 북한에서 회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틴, 北과 군사 협력 '의지' 드러내.. "안보리 대북제재 틀 내에서도 가능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같은 국제규정 틀 내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뒤 자국 TV 채널 '로시야-1'(러시아-1)과 한 인터뷰에서 안보리 대북제재를 염두에 둔 듯 "일정한 제한이 있다. 러시아는 이 모든 제한을 준수한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우리가 협의할 수 있는 것들은 있으며 이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전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규정(안보리 대북제재) 틀 내에서도 (북러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은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하바롭스크주 산업 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방문하고, 뒤이어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생산 공장에서는 수호이(Su)-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을 생산한다. 이 지역에는 또 잠수함 등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도 있다.
또, 블라디보스토크에선 태평양함대 사령부와 극동 지역 최대 교육·연구 기관인 극동연방대학교 등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북한에 ICBM·인공위성 및 로켓·핵잠수함 관련 기술 이전 가능성
양 정상의 행보를 감안하면 무기 및 군사기술 거래는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으로 무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탄약과 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에서 ICBM, 인공위성 및 로켓, 핵잠수함 관련 기술 등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핵·미사일 능력의 개선에 따른 북한의 위협이 증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 환경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 석좌는 국내 언론에 "북한의 무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하는 것을 막으면서 우크라이나와 그 지원 국가들에 전쟁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고 양보를 강요하기 위한 핵무기를 전방위로 배치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주 기술 및 노하우는 김정은이 정찰위성에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연합뉴스에 "북한이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한 발표는 없었지만, 러시아가 대북 제재 대상에 대한 협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러 정상이 공개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확인하는 것을 꺼릴 수 있으나 양국간 군사적 지원이 이뤄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김정은이 러시아 민간 로켓 발사시설, 민간 및 군 공장, 러시아 태평양 함대 등을 방문한 것은 푸틴이 북한에 탄약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군 및 민간 기술에 대한 뷔페식 선택지를 보여준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어 "북러간 무기 거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지속해 전쟁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북한은 러시아 군사 기술을 통해 미사일 등 무기 전력을 개선할 수 있게 되며 한국, 일본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BBC도 외교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북러 정상회담으로 양국이 서로 이익을 챙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애널리스트이자 컨설팅업체 LMI의 정책 부문 책임자 수 김은 BBC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으로 러시아는 포탄과 미사일을 구했고, 북한은 그 대가로 식량 지원을 받고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얻는다고 말했다.
상징적으로는 두 나라가 한미일 협력 강화를 조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자기도 지역에 의지할 동맹이 있음을 미국과 한국에 보여주고 싶었을 수 있다"며 "북러는 편의에 의한 관계"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으로 북한과 러시아 대상 강력 제재가 효과가 있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의 로리 대니얼스는 양국이 국제사회 추가 제재를 받을 걱정 없이 거래할 수 있는 방화벽을 만들었다며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미국이 제재로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줄어들게 된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 "북러간 무기거래가 이뤄질 경우 응분의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할 것"
미국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양국간 군사 협력이 동북아 긴장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어떤 합의든 우리에게 중대한 우려"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공적인 약속을 지킬 것을 계속 촉구한다"며 "지구상 어느 나라도, 누구도 푸틴이 무고한 우크라이나인을 살해하는 것을 도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만약 그들이 일종의 무기 거래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 우리는 분명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며, 적절히 다룰 것"이라며 "북한에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분명히 파급효과(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진행한 팟 캐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북한이 러시아가 제공할 수 있는 어떤 기술로부터 혜택을 입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공조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북러간에 무기와 무기기술 등의 거래가 이뤄질 경우 "우리는 응분의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