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정부, 기존 MB계에 친박계도 중용.. 내년 총선 '보수 빅텐트' 꿈꾸나

신임 장관 후보자 3명 중 2명 '친박계’ 내년 총선 전 윤석열-박근혜 회동 추진.. 보수 결집 시도 김기현, 박근혜 방문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수가 대단합 해야"

2023-09-14     김승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통해 보수 결집을 시도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기존 MB계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 친박계도 중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가 내년 총선 관련 이야기를 나누며 단합의 메시지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다.

이번 인사는 그간 소외되었던 친박계를 배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윤 정부는 과거 MB계를 적극 중용해 왔다. 내각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표적인 MB인사로 꼽힌다.

김영호 통일부장관도 2011~2012년 MB 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맡았으며, 신임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MB의 황태자라 불리는 인물이다. 대통령실에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등이 포진해 있다.

이처럼 MB계가 국정을 장악하면서 'MB시즌 2'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 보니 친박계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박근혜 키즈' 이준석 전 대표 등 친박 인사들이 TK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보수 분열' 우려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신임 장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친박계 인사로 채운 것이다.

신원식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육사 동기다. 신 의원은 박지만 회장이 결혼할 때 함진아비로 나설 만큼 각별한 사이로 전해진다. 또,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사람들의 모임인 '누나회' 멤버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김행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친박계'인사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을 도우며 '10대 공신'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내년 총선 전 윤석열-박근혜 회동 추진.. 보수 결집 시도

여당인 국민의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을 찾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박대출 정책위의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김용환 당대표 상황실장과 함께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50분 가량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며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 책임만큼 열심히 잘하시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여당 대표로서 든든하고 잘될 것 같다"며 "잘하셔서 꼭 좋은 성과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천막당사 결단을 통해 당을 되살린 역사를 되짚어봤다"며 "그 후 연전연승, 선거 승리를 이루었던 박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도 환담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을 번영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기여했던 것도 되짚어 보며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수가 대단합 해야 한다.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인 만큼 박 대통령이 가진 경험이나 영향력들을 대동단결 할 수 있도록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전했고 박 전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답변해 총선을 앞두고 전현직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통해 최근 윤 정부의 '이념' 논란으로 이완된 보수 지지층도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잇따른 공개행보로 정치적 영향력 회복을 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사면·복권 이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 참배, 연극 '파우스트' 관람, 청계천 산책 등 몇 차례 공개 행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지난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경험 등 경제 이슈 위주로 연설했다.

2021년 12월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다수의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반겨 여전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