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마음 붙일 곳 없는 추석 민심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임시 공휴일까지 지정되어 무려 6일간의 휴일을 맞게 된다. 그러니 가족들이 만날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고 아무래도 정치에 관한 얘기도 추석 밥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공연히 정치 얘기 꺼냈다가 가족들 간에 불편해질까 싶어 과거만큼 정치 얘기들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총선이 다가오는지라 선거 얘기가 나오기가 쉬운 때이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여야 어느 곳에서도 희망을 찾을 정치세력을 발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여야 모두의 상황이 그러하다. 먼저 집권세력 쪽의 문제부터 짚어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언제부터인가 이념전쟁을 선도하는 강한 이념의 정치를 보여왔다.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앉혀 놓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앉혀 놓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과 싸울 것을 독려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존재한다면 법에 따라 엄단할 일이지만, 과연 대통령이 나서서 연일 강조해야 할 정도로 이념의 문제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지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이념을 앞세운 국정운영 또한 ‘철 지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 단행한 개각의 내용은 보수층 내에서까지 비판들이 나올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막말에 가까운 극단적인 언행을 해온 인사들을 장관으로 중용하려는 윤 대통령의 인사정책에서는 국민의 상식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다. 엄청나게 훌륭한 인물들로만 장관을 기용하라는 것도 아니요, 그저 상식에 맞는 사람을 원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새로운 인재들을 찾고 중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지난 보수정부 시절의 ‘그때 그 사람들’만 고집하는 모습은 새로운 보수정부를 기대했던 민심에 찬물을 껴안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민심과 대통령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여당의 모습이다. 용산의 뜻만 따르는 것이 여당의 역할인줄 착각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민심의 가교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존재감을 잃은지 오래이다.
원내 168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주는 실망감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그동안 위기에 처했던 민주당과 이 대표는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반복된 ‘방탄’ 논란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 대표 자신의 입으로 부결을 요청하며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뒤집은 것도 문제였지만, 체포안 가결 이후 민주당 내에서 벌어졌던 상황은 점입가경이었다. 친명 지도부는 가결표 의원들의 색출에 나설 태세였고, 민주당 지도부는 친명계 일색으로 개편되었다.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공천 학살’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하나의 목소리만 존재하고 다른 목소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전체주의’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번에 영장을 청구한 혐의들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한다면 이 대표는 앞으로 3건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최종적인 유무죄 여부는 재판을 통해 결론날 일이다. 그런데 아직 살아있는 ‘사법 리스크’도 문제이지만, 민주당이 ‘강성 친명 야당’으로 비쳐지는 것은 그 이상으로 심각한 ‘정치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연패를 당했던 것은 강성 팬덤정치에만 의존하는 극단주의 정치의 모습을 민주당이 계속 보여온 데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민주당 내에서는 강성의 목소리만이 당을 장악할 뿐 합리적이고 온건한 목소리는 배제되어 왔다. 이러니 정부와 여당이 여러 난맥상을 드러내도 민심이 민주당으로 향하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여당과 제1야당 모두 민심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성찰적 노력은 하지 않고 낡은 정치에만 안주하고 있다. 그러니 서로 상대가 잘못하기 때문에 그 덕분에 살아남고 있는 역설적인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선택’의 신당 추진도 있고 양향자 의원의 신당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힘이 미약하다. 현실적인 인물난이 예상되기에 과연 총선에서 약진이 가능할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래저래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민심이 많다. 어느 때보다도 부동층이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가지로 고심하게 되는 추석 민심이 될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