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여야, 유인촌 ‘블랙리스트’ 의혹 공방… “직접 관리 및 실행” vs “정치 공세”

이명박(MB) 정부 시절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리 실행·의혹 두고 신경전  野 “블랙리스트 백서에 유인촌 이름 104번 언급”, 與 “전혀 없는 사실로 정치 공세” "여기서 왜 이재명이 나와?"...민주, 욕설·고성 거칠게 항의, 청문회 한때 정회 유인촌 “예술인들 마음껏 예술 활동 펼칠 수 있는 창작 환경 조성할 것”

2023-10-05     양원모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양원모 기자] 여야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및 ‘좌파 연예인 순화’ 문건 의혹을 두고 날 선 공방을 펼쳤다. 야당은 유 후보자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를 관리·실행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여당은 이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엄호 사격에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홍익표)는 5일 오전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포문을 열었다. 임종성 의원은 MB 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 등을 거론하며 “당시 (유 후보자가) 종북 예술인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이 문건을 직접 보고받은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 등을 기록한 백서에 유 후보자 이름이 104번 언급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104번 기록됐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백서는 사실 일방적으로 기록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를) 전달받은 일도 없고, 국정원에서 문체부와 찾아와 직접 뭘 주고 가고 이런 점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의원은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반성 없는 태도와 발언이 상당히 유감으로, 계속 MB 정부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건 위증”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어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란 말도 실체도 없다"며 "제 얘기를 104번씩 거론하면서 저를 왜 구속시키지 않았는지 지금도 궁금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유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유 후보자는 ‘해임된 인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다’고 유 의원이 지적하자 “(소송에서 진 것은) 절차상의 문제도 있고 해임까지는 과하다고 판결된 분도 있다”며 “그렇다고 그분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임오경 의원은 2015년 당시 31세, 27세였던 유 후보자 아들이 유 후보자의 자금을 보태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를 담보 대출 없이 구매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임 의원은 “아들들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냐, ‘아빠 찬스’를 사용한 것이냐”고 따지며 증여세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도 “정당하게 납부했다면 제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자녀는 이미 다 장성해 독립된 생계를 다 갖고 있고, 본인들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지침대로 고지 거부를 한 것”이라며 “증여세도 다 납부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임오경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며 유 후보자가 장관 재직 시절인 2008년 국정감사장에서 취재진에게 ‘찍지 마 XX’ 등으로 발언하는 영상을 틀었다가 여당에서 “음성 재생 시 여야 간사 합의를 거쳐달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與 “野, 전혀 없는 사실로 정치 공세 펼치고 있어” 엄호 사격 나서...'이재명 소환'에 민주 "왜 여기서 이재명이 나와" 거친 항의

반면, 국민의힘은 유 후보자에게 적극적으로 답변 기회를 제공하며 방어막을 펼쳤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유 후보자에게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하는 데 맞느냐. 관련 의혹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느냐”고 거듭 물었고, 유 후보자는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전혀 없는 사실을 갖고 계속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수많은 증거 자료와 증인 자백이 있는 이재명 대표는 기소까지 됐는데 왜 물러나라고 안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 “이 대표 얘기가 왜 나오느냐”가 거칠게 따지면서 여야 간 고성,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거친 욕설을 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격해졌다. 여야 의원들간에 고성, 막말로 청문회 장이 아수라장이 되자 홍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청문회는 약 1시간30분 동안 중단됐다가 김 의원이 “원색적 표현을 사과한다”고 밝혀 청문회가 재개됐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장관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아무런 고소·고발도 없었고 이제 와 다짜고짜 ‘블랙리스트의 몸통은 유인촌’이라고 하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배현진 의원은 ‘유 후보자가 블랙리스트를 직보 받았다’는 검찰 수사 기록 문건에 대해 “출처 불명인 데다 문건상의 내용 자체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추진하기 위해 어떤 조직을 해야 한다’는 계획이 나오는데 실행된 게 없다”며 “문서 자체의 신뢰성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출신인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도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제가 확인한 문건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문체부가 거의 관여하지 않은, ‘국정원 원 트랙’으로 가동됐다고 결론짓고 있다”며 “(백서에) 명시돼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자녀 탈세 논란과 관련해 “성인이 된 자녀,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자녀에 관한 것은 소득이 별도로 있어서 독립생계인 경우 우리(국회)도 재산 신고를 안 쓰고 공개를 안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적어도 지켜줄 필요가 있다”며 유 후보자의 해명에 힘을 실어줬다.

유인촌 “예술인들 마음껏 예술 활동 펼칠 창작 환경 조성할 것”

이날 유 후보자는 장관 취임 이후 “예술인들이 마음껏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창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예술인들이 꿈을 꽃피울 수 있는 도전과 혁신의 창작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문화예술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점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생계 보조형의 관행적 지원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곳에 확실하게 지원하겠다”며 “특히 청년예술가와 창의 인재들이 자신의 창의성과 예술혼으로 과감히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재 양성과 일자리 정책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는 또 계층,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타파하고 문화가 중심이 되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장관 재임 시절에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노력했으나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며 “지역 문화를 꽃피우고 사회 취약 계층이 문화를 더욱 향유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도록 콘텐츠 지원 전략의 새로운 틀을 짜겠다고도 했다. 

유 후보자는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하고 투자 활성화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을 지원해 참신한 아이디어가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되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확산으로 새롭게 대두되는 저작권 등의 쟁점에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겠다”며 “창작자와 이용자가 공정하게 상생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