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재선' 급한 바이든, '경제 성장' 절실한 시진핑과 만난다.. 11월 미중정상회담 전망
외교 실패에 경제 위기까지.. 돌파구 필요한 바이든, 중국에 러브콜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지속 하향.. 시진핑 리더십도 '흔들' 미중 관계 개선에 12월 한중일정상회의 기대감도 커져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2024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바이든 대통령과 코로나 펜데믹 이후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 시진핑 주석 두 사람 모두 미중관계 회복이 절실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세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부 관리는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매우 확고하다"며 "우리는 계획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정상이 만난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미중 정상은 대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양국 관계는 다시 경직되는 듯 했으나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를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베이징을 방문하며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지난달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몰타에서 만나 이틀간 회담을 가지며 미중 정상회담 성사 기대감을 키웠다. 백악관은 이 회담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정부도 최근 북한에 구금됐던 킹 이병의 이송을 도우면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도모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열흘 전 왕이 외교부장과의 만남에서 이 문제를 양측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중 양국이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교 실패에 경제 위기까지.. 돌파구 필요한 바이든, 중국에 러브콜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와 함께 경제 침체를 벗어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든의 외교 정책은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고립시키는데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예상치 못한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게 되면서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예전 미국의 우방이었던 중동 국가를 편입시키면서 뉴욕타임스(NYT)로 부터 "브릭스의 확장은 신속한 신규 회원 추가를 강력히 주문한 시진핑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는 것도 바이든에게 악재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더힐에 따르면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는 여론조사를 통해 미국인의 63%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수품을 보내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72%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정당별로도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응답자의 77%가량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나 공화당 응답자는 50%가량만이 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미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 승인을 두고 분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 1일 통과된 임시 예산안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WP는 "이번 조사 결과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중요한 순간에 나온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이 고갈되고 공화당 내부에서 추가 지원을 반대하는 견해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의회는 이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내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3년 연속 미국 가구의 중위 소득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공급망을 뒤흔들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탓이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올해 재정 적자가 늘어난 여파도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는 2023 회계연도 마감을 한 달 앞둔 지난달 30일 1조50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래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WSJ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명 중 3명은 바이든의 경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3%는 "바이든이 인플레이션을 처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 실패와 경제 위기로 인해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달 15~20일 전국의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3.5%)를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 바이든 대통령은 42%를 각각 기록했다.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지속 하향.. 시진핑 리더십도 '흔들'
시진핑도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올해 초 리오프닝을 선언하고 지난 여름부터 여러 지원대책을 쏟아내 3분기 들어서 경제가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침체나 지방정부 부채 확대, 민간 분야와 외국 기업의 신뢰 약화, 저출산 고령화 등이 겹치며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과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4일(현지시간) 공동 발간한 중국 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은 4% 미만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 문제는 코로나19 같은 일회성 요인이 아니라 중국 경제 시스템의 개혁 실패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며 "경제 안정에 대한 구조적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 미만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주요 국제기구들의 예측치 가운데 가장 낮다. 중국 당국이 목표로 제시한 5% 안팎과도 차이가 크다.
최근 JP모건체이스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낮춘 것을 비롯해 주요 경제기관들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주요 개혁 발표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비슷한 약세가 예상된다"며 "설사 중국이 구체적인 개혁안을 발표한다고 해도 그에 따른 조정 고통으로 내년에는 성장이 더욱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경제 성장률 둔화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 자리에 오르겠다'는 중국의 계획이 2020년대는커녕 이번 세기 내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현지시간) 미·중 관계 전문 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의 대니얼 로젠의 말을 인용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로젠은 "중국 부동산 사이클의 바닥이 도래하고 있으며, 중앙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를 구제해야 한다"면서 "수출 제약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정도로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국가들과 관계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이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심 참석차 방중한 한덕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방한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전 대표 에스워 프라사드는 "베이징은 특히 미국 선거 시즌이 뜨거워지는 내년에 양국 간 긴장이 더 이상 고조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의제나 합의 사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양 정상의 상황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합의도 도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오는 12월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에서 대면으로 열린 후 개최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이 개최국인 만큼 정부는 연말 3국 정상회의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시진핑의 방한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편리한 시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그동안에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여러 번 방문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중국의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다 하는 점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을 중국 측에 잘 전달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지난달 1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과 관련해 "기대해도 괜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