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칼럼] 가재와 붕어만 책임지는 더러운 세상

2023-10-16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시사평론가
지난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패한 후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이 10월 14일 총사퇴했다.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다. 명백한 ‘꼬리 자르기’다.

이번 보궐선거를 전국 선거로 끌고 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회의, 곧 지도부는 당초 공천을 하지 않으려 했던 방침을 바꿔, 윤 대통령의 뜻을 받들었다.

그런 점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 1순위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2순위는 문제 제기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속절없이 끌려간 김기현 대표 이하 최고위원들이다. 3순위는 보궐선거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윤핵관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이다.

임명직 당직자들은 고작해야 4순위 이하다. 그런데 그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가재와 붕어만 죽어나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처리 과정도, 새만금 잼버리 사태 처리 과정도, 이태원 참사 처리 과정도, 윤석열 정부 초기 인사 참사 논란에 따른 대통령실 인적 쇄신 처리 과정도 비슷했다.

‘윗사람은 처벌하지 않는다. 아랫사람만 처벌하는 선에서 끝낸다.’ 바로 이 공식이다. 예부터 ‘꼬리 자리기’라 불려온 이런 처리 방식이 일종의 공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이것도 결국,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그랬다. 집권 초기 인사 참사 논란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하 수석급 교체 요구에 눈을 감았고, 엄한 비서관과 행정관만 50여 명 교체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용산경찰청장을 비롯한 현장 책임자 18명만 경찰 수사 후 기소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때는 1사단장과 간부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정까지 뒤엎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8월 28일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질책했다는 의혹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각종 대형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대응해온 기조를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모든 대형 사건사고가 윗사람 탓일 수는 없다. 하지만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잘못에도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많다. 기본적으로 지휘 책임이 주어진 때문이다. 비단 지휘 책임이 아니더라도 도의적으로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경우도 허다하다.

문재인 정권 시절 조국 전 장관의 2012년 발언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개천에서 가재와 붕어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정작 본인과 가족은 특권층으로 살면서 이런 발언을 내놓은 이중성에 국민은 분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 그리고 그것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이는 가재와 붕어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공식 역시 국민의 분노를 부르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식의 대응이 결국 가재와 붕어의 비협조와 복지부동을 유발한다는 또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권 무능의 근본 원인이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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