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26일 미국 방문... 11월 바이든-시진핑 美中 정상회담 청신호
11월 APEC 계기로 미중 정상 만남 가질 듯 미중, 자국 '경제' 문제로 골머리.. 갈등 국면 해소 꾀하나? 시진핑 "양국 관계 망칠 이유 하나도 없어" 우호 메시지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오는 26일 미국을 방문해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한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 분야에서 '막힌 혈'을 뚫어야 하는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23일(각 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오는 26~28일 워싱턴에서 왕이 부장을 접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미중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하나로 다양한 양자 및 글로벌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마오닝 대변인을 통해 "왕 부장이 블링컨 장관의 요청에 따라 미국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왕이 부장의 방미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 자연스럽게 바이든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왕 부장의 미국행은 APEC을 앞두고 미중 간 고위급 수준의 대면회담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올 여름 블링컨 장관 등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 온 답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왕이 부장은 지난 9월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양국 현안 및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한 논의했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 회동했다.
올해 초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가 터져 양국 관계가 급속히 경색된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진전이다.
그간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미국은 지난 5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빈에서 왕이 위원(공산당 중앙정치국·당시 직책)을 만나면서 미중 고위급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고,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의 고위급 인사 4명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미중, 자국 '경제' 문제로 골머리.. 갈등 국면 해소 꾀하나?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은 양국 모두 '경제'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아 고금리 정책을 지속하면서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23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금리 상승 때 이익을 보는) 채권 공매도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며 "현재의 장기 금리 수준에서 공매도를 유지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때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도 이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지방은행의 대학살과 오토론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미국 경제가 유의미하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중국 경제는 GDP(국내총생산) 저성장 우려 속에 내수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 5.5%는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3~5월 연속 10% 이상을 기록한 데 비하면 만족하긴 어려운 결과다. 특히 중산층과 고소득층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동산 경기는 바닥이다. 9월 전국 70대 도시 평균 집값은 전월 대비 하락했고 부동산 개발 투자도 1~9월 누적 전년 동기 대비 9.1% 줄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대만 문제, 북한 핵 위협과 중국의 관여, 미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수출통제, 중국 마이크론 제재와 희귀광물 수출통제 등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부분이 수두룩하다.
이에 서로의 '레드라인'을 존중하면서 '경제'를 키워드로 협력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양국 관계 망칠 이유 하나도 없어" 우호 메시지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일 중국을 방문한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1000가지가 있지만,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한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24일에는 중국 재정부와 미중 경제 실무그룹이 화상 형식으로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미중 경제 실무그룹은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던 당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설치에 합의한 내용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회의에 대해 "미국 재무부 당국자가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중국 재정부도 "양측은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과 양자경제 관계, 글로벌 도전에 대한 협력 등 주제에 대해 깊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소통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주엔 NBA선수 야오밍(姚明)을 포함한 중국의 경제·문화·스포츠 대표단이 뉴욕을 찾아 공개 행사를 갖는다.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