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머리숙인 시정연설... 與 "약자 복지 강화, 친서민 예산" 野 "반성도 희망도 없어"

윤 대통령, '경제·민생·물가' 강조..."23조원 구조조정.. 약자 보호,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투입" 시정연설 후 머리 숙여 인사.. 이재명 대표, 야당 의원 먼저 찾아가 악수 청하며 협력 요청 민주당, 침묵 피켓시위.. 진보당 강성희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김기현 "불필요한 예산 낭비 줄이고 약자 복지 강화" 野 "아집에 가득 찬 국정기조 드러나" "R&D 삭감.. 법무부·감사원 예산은 증액"

2023-10-31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민생, 물가를 여러차례 언급하며 내년 예산안 통과를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민생, 물가를 여러차례 언급하며 내년 예산안 통과를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을 '침묵 피켓시위'로 맞은데 이어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의 악수 요청에 소극적으로 응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 "약자 복지를 두텁게 하는 친서민 예산"이라고 평가했으나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국정실패에 대한 반성은 커녕 국민의 절박한 삶과 위기극복의 희망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를 23번, 민생을 9번, 물가를 8번 언급하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하고, 예산안이 차질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체감하시는 물가는 여전히 높고 장기간 지속되어온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며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주거, 교통, 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건정재정'을 강조하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며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하게 찾아내어 지출 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 보조금관리법, 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법 등 민생 경제 법안에 대해서도 의원님들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후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이재명 대표와 야당 의원들에게 먼저 찾아가 악수를 청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또, 시정연설에서는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깨고, 야당 대표를 먼저 호명해 주목됐다.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 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 순으로 호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침묵 피켓 시위로 대응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청 앞 계단으로 이동하는 길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기조 전환' '국민을 두려워하라' '민생경제 우선'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침묵 시위라 구호는 없었으나 윤 대통령이 지나갈 때 한 의원으로부터 "여기 한번 보고 가라"는 외침도 있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는 길목에서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피케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피케팅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불필요한 예산 낭비 줄이고 약자 복지 강화"

국민의힘은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건전재정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을 꼼꼼하게 잘 챙겼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설명이 잘 된 것 같아 보인다"며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재원을 잘 활용해서 약자 복지를 더 촘촘하고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 분야별로 아주 잘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은 나라 살림 정상화를 위한 건전 예산이자, 약자에 대한 보호는 더욱 두텁게 하는 친서민 예산"이라며 "이번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총지출 656조 9000억원으로 편성됐으며,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전재정을 기조로 단순한 지출 줄이기를 넘어 국민의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낭비 요인을 차단한 것"이라며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을 꼼꼼히 찾아 이를 조정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를 더욱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확보, 일자리 창출 등에 더욱 집중해 민생경제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정책의 최우선을 약자 보호에 두고 국가의 손길이 빠짐없이 닿을 수 있도록 더욱 두텁게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며 "치안, 국방, 행정서비스 등 국가의 본질 기능과 관련해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더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예산안도 충실히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당면한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실 것을 거듭 당부했다. 민생 경제의 국가적 위기 앞에 여야는 없다"며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여야 함께 내년도 예산에 대해 충실히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불필요한 예산을 정리해 건전 재정의 기조는 유지하되, 민생과 국가 경제를 위한 지원은 부족함이 없도록 끝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과 함께 내년도 예산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내수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2030 청년세대에 대한 지원 등 민생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는 예산은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날 야당이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피켓을 들고 침묵 항의 시위를 한 점도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 앞에서 피켓을 들며 또다시 예산 국회를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정연설 마친 윤석열 대통령 향해 피케팅 하는 강성희 의원 [사진=연합뉴스]

野 "아집에 가득 찬 국정기조 드러나" "R&D 무차별 삭감.. 법무부, 감사원 예산은 증액"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맹탕' 시정연설"이라며 "국정실패에 대한 반성은 커녕 국민의 절박한 삶과 위기극복의 희망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그리고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무엇보다 반성한다던 윤 대통령의 말씀과는 달리 국정운영 기조는 단 하나도 바뀐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연설은 경제 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며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한 구차한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통령을 지켜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앞세운 지출 구조조정이라고 변명하지만 지역을 살리는 예산, R&D(연구·개발) 등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 등 필수 예산 삭감은 공약 파기 수준의 '묻지마' 삭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극적 감세 정책으로 세수 펑크를 초래한 것으로 부족해 민생을 내팽개치고 국가 미래마저 펑크를 내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한 예산안에는 조금의 양해도 할 수 없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워버린 예산을 복원하고 국민의 희망을 되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은 그야말로 아집에 가득 차 있는 국정기조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 예산안 중 특히 문제가 심각한 건 국가 R&D사업 예산안"이라며 "전년 대비 90% 이상 감액된 사업만 34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연구개발 사업 특성상 이들 사업은 '지출 구조조정'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사업종료 또는 중단을 뜻한다"며 "약자복지에 필요하다면서 '지출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정작 필요한 예산을 깎는다면, 이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하석상대'식 예산안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작 법무부, 감사원 등의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정작 1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정권의 사냥개는 키우고, 나라의 미래는 뿌리 뽑는 예산안"이라며 "국가의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예산안을 만들어 놓고 '욜로' 운운하는 여당의 모습이야말로 위태로워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민주당의 모든 의원들은, 국가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예산안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아집투성이 연설이고, 꼭 있어야 하고 필요한 말은 없었던 맹탕 연설"이라며 "여전히 '재정 건전성'을 말하며, 파국적 긴축 예산과 부자 감세를 유지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말 한마디 보태지 않았다"며 "대통령실 전면 쇄신,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에 대한 메시지도 일절 담기지 않은 채 독선적 국정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선언만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