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요한, '이태원' 이어 '5·18 광주' 통합 행보… 정작 당은 '대사면' '영남 중진 험지 출마'에 분란

1호 혁신안 '대사면'에 홍준표-이준석 반발.. 국힘 수석대변인 "자중하라" 직격 "영남권 스타 의원 험지 출마론 사과하라" 당내 비판 봇물

2023-10-31     김승훈 기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5·18 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태원 추모행사에 이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며 '통합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정작 당은 1호 혁신안인 '대사면'에 이어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로 극심한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당내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인요한 혁신위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은 첫 공식행보로 30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인 위원장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탑을 참배하고, 행방불명자 묘역에 헌화한 뒤 약 5초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묵념했다.

인 위원장은 방명록에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참배를 마친 그는 기자들과 만나 "광주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업적이었고,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다"며 "유대인들이 한 말을 빌리자면,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자식들한테 광주의 의미를 잘 가르쳐서, 또 광주의 피해자 가족이나 돌아가신 분의 후손들을 적극 챙겨서, 지금까지는 지방에서 잘해왔지만, 이제는 중앙에서 다 포용하고 어디에든 가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조상이나 어머니·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측은 인 위원장을 만나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국가유공자법 개정 등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했다"며 "헌법 수록과 5·18 유공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승격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꼭 전달하고 관철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앞서 지난 29일에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별도 공개 발언 없이 희생자 분향소 헌화·묵념 후 1부 추모대회가 끝날 때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1부 추모행사가 끝난 후 인 위원장을 향해 일부 참석자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도망가지 말라' 등 고성을 지르며 각종 야유를 쏟아냈다.

이날 이러한 소동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인 위원장 개인으로는 억울한 면이 있으나 혁신위원장 임명 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추모대회에 참가한 것이라는 평가다.

1호 혁신안 '대사면'에 홍준표-이준석 반발.. 국힘 수석대변인 "자중하라" 직격

이처럼 인 위원장이 연일 '통합' 행보를 펼치고 있으나 정작 당 내부는 내홍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1호 혁신안인 '대사면'은 당사자인 홍준표 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당 인사간 입씨름이 펼쳐지고 있으며, 인 위원장이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친윤계와 비윤계간 의견 차이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혁신위는 지난 27일 1호 혁신안으로 '대통합을 위한 대사면'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대상은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다.

이에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당-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 직후 "사면은 죄 지은 자를 용서해주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단순히 징계취소라고 하면 될 걸 왜 사면이라는 용어는 쓰느냐"라며 용어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홍 시장은 '당 지도부가 징계취소 안건을 받을 경우 수용할 거냐'는 질문에 "징계를 취소하든 안 하든 제가 정치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제가 내년에 총선에 출마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징계 받은 게 앞으로 제 정치 역정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라며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런 혁신위의 생각에 반대한다"며 "권력의 횡포를 지적하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하시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나서 두 사람을 직격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시장이 주말에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올리셨는데 일부 댓글을 보니 '홍카콜라인 줄 알았는데 쉰카콜라'라는 글이 있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당시 (홍 시장의 징계를) 결정했던 윤리위원님들의 의견도 홍 시장님이 좀 들어봤는지 한번 반문하고 싶다"며 "지금 당이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당을 오랫동안 지켜온 중진으로서 (당의 상황을) 챙겨주시고 감안해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고 글을 뱉어내듯 쏟아낸 것은 자중하셨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부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서도 "정말 당을 생각한다면 큰 틀에서 흘러가는 전체 물줄기 속에서 국민의 바람은 어떤 것인지, 당 구성원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먼저 생각하고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 시험을 봐서 다른 학교로 가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학교를 계속 다녀야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지난 학기에 교수님이 평점을 안줬다거나 조교선생님이 학사지도를 잘 안 했다고 불평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우선 큰 것을 정리해놓고 난 다음에 나머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영남권 스타 의원 험지 출마론 사과하라" 당내 비판 봇물

이른바 '영남권 스타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에 대해서도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최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남권 스타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을 언급했다.

그는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의 스타(의원)들은 총선 때 서울에 왔으면 한다"며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을 오는 게 상식 아닌가. 주호영, 김기현도 스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이 '당신, 어디 출마하시오' 하는 건 월권이지만 회의에서 혁신위원들이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그건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인 위원장이 '영남 물갈이론'을 내세우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일부 영남권 의원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인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인 위원장이) 농담으로 말했다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대구 경북 시도민들과 정치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대구·경북은 우리 당을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보수의 심장인데, 마치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며 큰 상처를 준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구 동구갑 재선인 류성걸 의원도 같은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부산 5선 조경태 의원도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부산 북강서갑·사하갑·남구을과 (경남) 김해갑·양산은 민주당이 점하고 있다"며 "수도권만 험지라는 인식은 맞지 않다. 험지냐 아니냐의 기준은 상당히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영남권 스타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부글부글하는 모습이다. 영남 중진이 수도권 출마론을 이유로 현직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상찬 서울 강서갑 당협위원장은 30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중진들이) 영남에서 끌려와서 할 수 없이 수도권 출마하면 표를 주냐"며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인 위원장이 먼저 중요한 무기를 스스로 해체해 버렸다"고 했다.

한규택 경기 수원을 당협위원장도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이 경쟁력 없고 문제있는 사람들이냐"며 "힘들 때 자기 돈 써가면서 당협을 지킨 사람들인데 경쟁력 없는 것처럼 도매금으로 싸잡아서 이야기한다. 영남 다선 의원들이 경쟁력 있다는 증거가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일자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원들과 함께 현충원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최근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인 위원장은 "정확하게 영남의 훌륭한 국회의원들이 서울에서 경쟁력이 있으면 좀 도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이름을 거명한 것도 없고 더 크고 작은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경우 우리 국민의 희생하고 정치인이 득을 봤는데 이제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우리 정치인들이 희생하고 국민으로 이익이 되는 사상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습을 시도했으나 이미 쏟아진 물을 담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인 위원장과 혁신위의 행보에 대해 여전히 지지를 보내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기존 구성원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외부에 인요한 위원장 같은 혁신위원장이 와서 내적 갈등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일을 해주는 게 혁신위 활동"이라며 "가장 적절한 1호 안건들을 우리에게 제안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내부로부터의 통합이 될 때 그다음 국민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며 "거듭된 갈등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화합과 통합에 손을 내밀게 된다면 그 내미는 손을 계속해서 뿌리칠 수 있겠는가. 국민적 여론이 결국은 정치인의 판단을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