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회, 예산정국 돌입...657조원 내년도 예산안 심사 여야 정면충돌

R&D 및 지역화폐 삭감 두고 여야 입장차.. 진통 예고 尹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 與 "예산 증액은 예산 효율화로 이뤄져야" 이재명 "국민을 원숭이로 여기는 것" 정부안 비판.. 홍익표 "미래 대비한 예산 필요" 국회 예산안 토론회서 여야 1차 공방.. 김진표 "재정 역할 축소, 성장동력 저하 우려" 과학기술계, R&D 예산 삭감에 반발.. 尹 "향후 지원 확대할 것"

2023-11-01     김승훈 기자
국회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회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회를 방문해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처리의 필요성을 당부했지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둘러싼 여야 간 견해차가 커 협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일 전문가 공청회를 시작으로 3~8일 경제·비경제부처 예산심사, 9~10일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다.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 예산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예결위는 오는 14~24일 예산소위원회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30일까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한다.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2일로,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12월1일에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에 발맞춰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R&D·지역화폐 예산 등 '필수 예산'의 총지출을 6% 이상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며 "2024년 총지출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가 증가하도록 편성해 총 23조원 규모 지출을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민생 부분 예산 증액은 예산의 효율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건전재정 기조가 확고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 총지출을 6% 이상까지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를 대비한 예산이 없다. R&D 예산, 청년 일자리를 비롯한 청년 예산이 대폭 줄었다"며 "기후 위기와 인구구조 변화를 대비한 예산도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예산안을 보다 치밀하게 심사하겠다고 예고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당 의총에서 "사상 초유의 듣도 보도 경험하지 못한 예산안을 정부가 제출했기 때문에 훨씬 더 꼼꼼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1일 "조삼모사" "국민을 원숭이로 여기는 것"이라며 정부 예산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께서 국민이 옳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어제 시정연설에 대해 기대가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제 연설 매우 실망스럽다"며 "국정기조 전환은 없었고 변명에 우리가 요구한 전환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정건전성 집착만 더 강해진 것 같다"며 "민생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없이, R&D 예산 삭감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보다는 무책임한 변명만 있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안 토론회서 여야 1차 공방.. 김진표 "재정 역할 축소, 성장동력 저하 우려"

내년도 예산의 최대 쟁점은 올해 대비 16.6%가 줄어든 R&D 예산이다. R&D 예산은 전년 대비 5조1626억원이 삭감된 25조9152억원이 편성됐다. 민주당은 R&D 예산 삭감을 윤석열 정부 주요 실정으로 규정하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증액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예산을 두고도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하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두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재정을 조달해야 한다며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새만금개발청 예산 역시 쟁점으로, 내년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은 부처 반영액 6625억원 중 78%가 삭감된 1479억원만 반영됐다.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도 여야는 팽팽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며 건전재정 기조 및 재정 정상화를 우선시한 예산안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건전재정 기조는 미래 세대의 부담완화, 거시경제 측면의 대외 신인도 유지와 물가 안정, 재정 자치의 지속성을 통해 책임 있는 정부라면 반드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조차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의장은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지만 이것만 고집하고 집착하다 보면 국제경쟁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실패할 수 있다"며 "재정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해버리면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치명상을 입고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R&D 예산 부문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면 창의적인 분야의 성과는 낮아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 세계 모든 나라의 경험이고 인지상정"이라며 "낭비되는 요소는 최소화하면서도 R&D 자체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 과연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데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인지 오늘 토론을 통해서 깊이 있는 생각이 오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R&D 부문 예산 삭감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정부의 R&D 감소에 따라서 민간의 대응 투자도 감소할 걸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국가의 전체 R&D 투자가 조금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역 화폐 예산, 민생경제 활성화 예산과 R&D 등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은 증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전재정의 가장 필요하게 먼저 줄여야 되는 건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 경비, 특수활동비, 홍보예산"이라며 대통령의 해외 순방 예산 등도 총체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R&D가 국가 경쟁력이나 성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 등에 정말 기여를 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며 "질적인 수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니콘 기업을 엄청 많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R&D 구조조정 하에서 많은 학생, 연구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당에서도 정부 특단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우리 당에서도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R&D 예산 삭감에 반발.. 尹 "향후 지원 확대할 것"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히는 R&D 예산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향후 지원 확대를 약속했으나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여당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특위)는 31일 국회에서 R&D 예산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여태 쌓아온 과학기술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국민의힘도 과학기술계의 우려를 반영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보완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태현 한국과기술한림원 정책부원장은 "정부가 잘 파악해서 문제 있는 것, 공정성, 효율성 등을 고려해 예산을 삭감했으리라 예측된다"면서도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속담에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듯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 쌓아온 과학기술 생태계가 무너지면 복원이 힘들다. 생태계는 씨앗 뿌려야 열매 나온다"며 "새로 시작하는 과학자들에게 기회도 안 준다면 앞날이 캄캄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여성 연구 인력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가장 영향 많이 받는 건 비정규직 여성 과학 인력이라 생각된다"이라며 "연구비 삭감 등은 충분히 논의가 돼 이뤄져야 하고, 과학 연구 생태계가 파괴되면 사실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옥상 기초연구연합회 회장은 "기초연구는 지속적으로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 경제적 관점으로 선택과 집중을 말하면 기초연구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며 "촘촘히 40년에 걸쳐 연구를 많이 해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이렇게 흩뜨려 놓으면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난 2년 동안 수고해서 많은 노력을 해서 만들었는데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제동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노조위원장도 "기획재정부를 개혁해달라. 기재부가 예산 틀어지고 하고싶은 대로 칼질 하는 거 솔직히 못 참겠다"며 "논리적으로 뭐가 잘못됐다고 하고 삭감하면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식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과 정부가 R&D 예산 삭감을 두고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라는 질문에 "엇박자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예산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거나 놓친 부분들이 있다면 보완할 것"이라며 "혁신적, 도전성, 젊은 과학자 부분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면 예산 배례를 통해 또는 보완을 통해 미래에 대한 투자는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수준의 예산 편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현 정부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시정연설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의식한 향후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 원 수준에서 30조 원까지 양적으로는 10조 원이나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가 재정 R&D의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며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