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Mr.린튼, 나눌 이야기 없다...이제는 엎어야할 단계, 레볼루션이 낫다”

줄곧 영어로 거리두기, "인요한, 전제조건 충족 못해" 만남 거부..."흔하디흔한 윤핵관 모습" "이준석이 환자냐? 의사로 찾아왔나..의사 최악이 ‘오진’, '엉뚱한 사람 약 먹이는 것'...진짜 환자는 서울에" "강서 민심을 말한 ‘분노한 이들의 노래'...대통령도 즐겨듣는 레미제라블 노래 중 하나"  “이노베이션(혁신)보다 레볼루션(혁명)이 나을 것 같다...인요한, 혁명의 일부가 돼달라”

2023-11-05     박명길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 이언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에 참석했으나,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향해 'Mr.린튼'이라며 거리두기를 하면서 "이제는 혁신이 아니라 엎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23.11.4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명길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4일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깜짝 방문’했으나 만남은 불발됐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준석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이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 ‘이준석&이언주 톡!톡!콘서트-바보야 문제는 정치야‘에 참석했다. 

이날 이준석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비롯한 윤석열 대통령, 여권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며 오히려 “지금은 엎어야 할 단계, 인요한 위원장 레볼루션에 참여하라”고 신당창당 의사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사전 조율없이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인 위원장에게 ‘만남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인 위원장을 지칭 ‘Mr.린튼’이라며 줄곧 영어로 말하며 거리두기를 하고, 당과 대통령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으나, 참석자 의견만 청취하고 행사가 끝나자마자 이 전 대표와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곧바로 서울로 상경했다. 

인 위원장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연세대를 나와 세브란스 의사로 재직하며 60여년 한국에 살며 우리나라 교육과 의료계에 많은 봉사를 해온 인물로, 우리나라 ‘특별 귀하 1호자’로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다. 

이준석 “Mr. 린튼, 이준석이 환자인가. 의사로 왔나...진짜 환자는 서울에”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향해 영어로 “Mr. Linton”이라며 처음부터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인 위원장의 영어 이름은 ‘존 올더먼 린튼’이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끝까지 영어로 말했다. 그는 "당신은 존경받는 가문에서 태어났고 당신 가문의 모든 노고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저는 이 자리에서 당신을 뵙길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당신은 선택받은 구성원들에게서 온 사람이고 그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하지만 진지하게, 당신은 이제 우리의 일원이 되었고 우리의 민주주의에 더욱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 당신이 젊은 시절 지키려고 노력했던 그 민주주의 말이다"며 "언젠가 반드시 당신과 제가 공통된 의견에 이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다소 실망스럽다, 당신은 이 자리에 올 전제조건(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인 위원장이 사전 조율없이 참석한데 대해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강서구 재보선에서 당신은 무엇을 배웠나? 강서구의 사람들과 대화해보기 위해 노력했나? 진지하게?"라며 "강서구 주민들로부터 배웠다고 말해달라. 왜냐면 그들은(강서주민들) ‘분노의 노래’를 부르고 있고, 당신이 그들의 말을 듣는다면 모든 해답은 거기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당신이 그들의 언어를 따르고, 그들의 갈등을 조장하려 하지 않는다면 저는 기꺼이 당신과 대화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렇지 않다고 본다. 당신이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당신과 별로 그다지 나눌 이야기가 없다"고 ‘만남 거부’를 딱 잘라말했다. 

이 전 대표는 "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는 우리의 일원처럼 보이지 않는다. 제발 우리의 편에 서달라"며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달라.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린튼 씨, 제가 환자입니까? 여기 의사로 오셨냐요?"며 "이 말을 해야겠다.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그분과 얘기를 하셔야 한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또 토콘서트’에서 ‘서울 환자’ 발언과 관련 “환자를 특정하자면 인요한 위원장이 당에 쓴 약을 먹이겠다고 했다”며 “(강서 보궐선거) 민심이 당이 싫어서 투표를 안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오진’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원래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가 ‘오진’, 플러스 '엉뜽한 사람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사 출신인 인 위원장을 겨냥해 쏘아부쳤다. 

“인요한, 이제는 엎어야 되는 단계, 레볼루션의 일부가 돼라..당에 쓴약? 가장 실망, 흔하디흔한 ‘윤핵관 모습’”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창당 관련 ‘12월 결단, 1월 창당’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인 위원장을 향해 “개혁보다 혁명이 쉽다고 한다. 인요한 박사님, 혁신이라는 말로 고쳐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며 “이제는 엎어야 되는 단계아 아닌가 한다. 이노베이션(혁신)보다 레볼루션(혁명)이 나을 것 같다. Be a part of it.(혁명의 일부가 되세요.)”이라고도 했다.

또한 국민의힘을 향해 "지금 국민의힘의 이념적 지향이 보수의 절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구태와 악습을 지키기 위해 보수를 하는 게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이 보수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크콘서트 이후 기자들이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정말 뉘앙스까지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인요한 위원장이 몇번 라디오하는 걸 들었는데 그때 하다못해 ‘윤핵관’이라는 단어의 뉘앙스까지도 지적하더라”면서 “혹시나 그런 게 오해가 있을까 싶어서 최대한 정확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안에 인용했던 것 중에 보면 강서구 보궐선거에 투표한 사람들이 '분노한 이들의 노래'라고 했는데, (이 곡은) 대통령께서도 가장 즐겨들으신다는 노래인 레미제라블 노래 중 하나다”며 “노래 가사 중 하나인데 그런 것들 하나하나마저도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강서 보선 패배로 황급히 혁신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 것인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심판한 유권자들의 소리를 듣고 왔느냐, 그게 선결조건이다. 그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에 대한 따가운 비판을 계속했다. 그는 “최근 인 위원장의 행보는 참으로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인 위원장이) 지금까지는 아주 흔하디흔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관계자의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인 위원장 말씀 중에 제일 실망했던 말은 당에 쓴 약을 먹이겠다고 한 것”이라며 “환자는 서울에 있다. 서울에 환자가 있는건 확실한데 이준석이 환자라 절 찾아온 것인가?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일갈했다. 

덧붙여 이 전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은 가문 자체가 상당히 존경받는 일가이다. 과거 대한민국이 수립되기도 전에 대한민국 사람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신 아주 좋은 가문의 인사이디"고 높이 평가하며 "이제는 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그 가문이 영광스럽게 일반 사람들과 함께 해온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도 일반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영어 발언이 시작되자 객석에 앉아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인 위원장은 토크콘서트 끝난 후에는 "오늘은 경청하거 왔고, 생각을 많이 들으려고 왔다. 잘 듣고 간다"며 "많이 생각해보고 서울에서 답변하겠다"고 짧은 말을 남기고 상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