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천아용인' 만나 신당 논의...이준석 "대구 출마, 與현역들 온다"
천하용인, 이준석 액션 플랜 공유 김용태 "앞으로 작전 이해해" 이기인 "어렵기 때문에 간다" 천하람 "합류는 신중히 결정" 홍준표 "신당, 대구보단 비례 집중"
[폴리뉴스 정민우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가운데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으로 불리는 측근 4인방과 회동을 가졌다.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들은 "액션 플랜을 공유 했다"며 이 전 대표를 돕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 허은아 의원,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과 함께 만나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김 전 위원은 "만나서 이야기했다"며 "앞으로의 작전이 이해가 간다"고 긍정적 메시지를 썼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8 전당대회 당시 사진을 올리며 "그때 그 각오, 그때 그 마음으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기인 경기도의원 역시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 지지를 드러냈다.
이날 천 위원장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때는 항상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할 신당 세력이 구체화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이 전 대표는 11일 KBS ‘정관용의 시사본부’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 가운데 나와서 신당을 함께 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10일 김종인-금태섭 회동에 이어 천하용인과 의기투합하고 여기에 국민의힘 내에서 현역 의원들 까지 결합하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하람 "신당 아직 뭘 할지는..."
다만 이 전 대표를 만난 천 위원장은 신당 합류설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천 위원장은 지난 10일 KBC 광주방송에 나와 "제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당 대표 되겠다고 나섰고, 지금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확립이 안 된 상황에서 (합류 여부를)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지만 신당 지지율은 허상"이라며 "국민이 양당을 싫어하는 그 반감이 지지율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정확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 위원장은 "이준석 신당이 나오게 되면 대구·경북에 대한 타기팅(targeting)이 더 세질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봤다.
대구 출신으로 현제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원래는 주전장을 수도권으로 삼아야 하는데 대구·경북부터 챙겨야 한다고 하게 되면 선거 자체가 전체적으로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준석 "대구서 어려운 도전할 것"
한편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의지와 함께 다음 총선에서 본인의 대구 출마 의지도 밝히고 있다. 당내 대구 지역 인사들은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9일 대구방송 'TBC 8 뉴스'에 출연해 "신당을 한다면 그것의 중심 인물이 되는 사람들은 굉장히 어려운 도전을 해야 된다"면서 "신당을 한다고 하면 아마 대구에서 어떤 승부를 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선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절대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민들을 향해 이 전 대표는 "탄핵의 강이 아니라 이념의 강을 한번 넘을 때가 됐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시대적으로 양당이 지금 과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양 후보가 대장동 갖고 니탓 내탓 한 것 외에 기억나는 게 뭐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 전 대표는 "국민들이 이재명 대표가 더 나쁜 사람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나쁜 사람인지 이걸 증명하는데 그렇게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서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대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이 전 대표는 "논쟁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면서 "대통령 비판하려면 '당 나가서 얘기해라' 그게 무슨 당이냐. 그런 정치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KBS 정관용의 시사본부에 나와서도 '영남에 기반을 둔 신당'이라는 표현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적어도 도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가장 어려운 영남 도전도 할 수 있다는 얘기이지, 사실 영남 신당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 출마'에 대해서는 "만약 가장 어려운 과제라면 저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거듭 밝혔다.
홍석준 "회피하지 않겠다. 이준석과 붙으면 좋은 기회"
그러자 친윤석열계로 대구 달서구 갑이 지역구인 초선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이 전 대표를 향해 "보수 우파의 당대표를 지냈던 사람이 대구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회피하지 않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상당히 좀 의아하다, 뜨악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아무리 정치가 살벌하고 나중에 어떻게 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예의와 팩트에 기반을 두어야지 그 사람의 정치적 주장에 힘을 실린다"면서 "특히 특정 지역의 중진 의원을 두고 비만 고양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대구 출마와 관련해 "파괴력이 크지 않다"면서 "(대구경북민들이)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의리, 예절 이런 걸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분도 없는 이런 출마, 신당 창당 이런 것에 얼마만큼 지지를 보낼 것인가. 저는 좀 회의적"이라고도 했다.
응답자 17.7%가 '이준석 신당'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와 관련해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구갑에 이 전 대표의 출마를 가정하는 질문에는 "제 지역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제가 이준석 대표하고 붙는 좋은 기회가 오겠느냐"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홍 의원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싸가지론이라도 들고 나오려나 본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하수인이 되어 싸가지 없게 정치한 반개혁적 인물들이 누군지 심층분석 시작하겠다"라면서 "대구 초선 의원 중 나경원 축출 연판장에 서명한 분들이 말씀이 많으시면 공개적으로 한 명씩 거명하면서 싸가지론으로 붙겠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연판장으로 사람 하나 몽둥이 찜질하러 달려들었던 과거가 대구·경북이 바라던 정치인지 묻겠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이준석 신당, 대구민심 가져갈 요인없다. 유승민 '배신자' 못 벗어나"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이 전 대표 신당의 대구 공략에 경계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11일 페이스북에 "대구에서 이준석·유승민 바람은 전혀 불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례대표 정당에 올인하는 게 맞다"고 썼다. 홍 시장은 “대구에서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 바람이 분 것은 친이계의 공천 학살과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준석 신당은 전혀 대구 민심을 가져갈만한 하등의 요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권은 대구시 정책을 전폭적으로 밀어 주고 있고 이준석은 대구와 전혀 연고가 없다"며 "유승민은 아직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평가했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표의) 상황 인식의 오류이고 정세 판단의 미숙"이라며 "현실을 무시하는 바람만으로 현 구도를 바꾸기는 어렵다. 비례대표 정당에 올인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홍 시장의 글을 공유하면서 "홍 대표님 말씀이 정확하다. 어려운 도전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정치 개혁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되지 않으려면 핵심적인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지역 내 패권에 안주한 정치 세력이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당 변화? 윤핵관 물러나야"
'신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전 대표가 주장해온 당 변화의 핵심은 윤핵관' 퇴진이다. 국민의힘의 변화 방향과 관련한 질문에 이 전 대표는 9일 대구방송에서 "윤핵관이 물러나는 게 무슨 구국을 위한 결단이라고 시간을 끄느냐"면서 "단칼에 쳐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를 향해서도 "혁신은 가죽 벗긴다는 얘기고, 쇄신은 진짜 뼈를 깎을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 된다"면서 "지금 하는 건 혁신도 아니요 쇄신도 아니요. 때 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속도로 가지고는 21세기 내로 저는 혁신위가 목표 달성 못한다"고 봤다.
지난 4일에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을 찾아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해 비판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다짜고짜 만나러 와서 저를 어떤 사람 만들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한다"면서 "어떻게 인종차별주의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진짜 경청할 자세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보다는 실제로 변화를 가져올 만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그냥 듣고 잘 만났다 하는 것으로 여당의 위기가 극복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