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APEC 중심으로 세계 경제 ‘연결성’ 가속화해야"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서 "교역 디지털 미래세대 교류 강화해야" '청년 과학자 교류 이니셔티브' 제안... APEC 회원국 방문 비자 면제 등 지원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 세계 경제가 다시 역동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APEC이 중심이 되어 세계 경제의 ‘연결성(connectivity)’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경제의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는 데이터의 연결과 이를 통한 가치 창출은 아직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93년 시애틀에 모인 아시아 태평양 17개국의 정상들은 ‘안정, 안보, 번영’이라는 공동의 비전 아래 APEC 정상회의의 닻을 올렸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APEC의 진가는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 더욱 빛났다"면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APEC은 글로벌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하는 선봉장 역할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이후 APEC은 무역 투자 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해 1994년 ‘보고르 목표’를 선언했고, 2020년에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통해 지역경제의 통합, 디지털 경제, 지속가능 성장에 이르기까지 협력의 외연을 넓혀왔다"면서 "이제 APEC은 아태 지역을 넘어 세계 경제의 번영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글로벌 팬데믹이 닥쳤을 때에는, 의료물품과 필수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며 "APEC은 글로벌 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기민하게 움직이며 세계경제의 회복을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해 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 세계 경제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연결의 힘은 약화되고 곳곳에서 분절의 힘이 세력을 얻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심화되어가는 기술패권주의와 자원 무기화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데믹을 계기로 부각된 공급망 리스크는 특히 자유무역을 통해 발전해 온 아태 지역 국가들에게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APEC 역내 상호 연결성 제고를 위해 △ 교역·투자·공급망 △ 디지털의 상호연결성 △미래세대간 교류 등 3대 분야의 강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APEC이 지금까지 아태 자유무역지대라는 경제통합 비전아래에서 역내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해 왔던 점을 평가하며 "앞으로도 다자무역체제의 수호자로서 APEC의 역할과 위상은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분야와 관련, 윤 대통령은 "인류가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근대적 의미의 소유권과 자유계약 질서를 만들었듯이 국내 거래, 국제 거래할 것 없이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보편적 규범과 질서가 필요하다"면서 "산업혁명과 정보화혁명을 지나 디지털 심화 시대는 연결성과 즉시성이 그 핵심이며, 국가를 넘나들며 데이터가 막힘없이 연결되어야 하고 국가 간에 디지털 격차도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 APEC은 어느 지역보다 회원국 간 경제발전 수준뿐 아니라 사회, 문화, 지리적 특성이 매우 다양해 UN과 함께 APEC은 이러한 디지털 규범을 논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며 " APEC이 디지털 심화 시대의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제인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에는 자유·공정·안전·혁신·연대 등 5대 원칙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했으며,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국제 사회의 동참을 호소해왔다.
미래 세대간 교류 강화분야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APEC 지역 인구의 3분의 1이 24세 이하의 젊은 층이라는 점에 먼저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 분야에 일정한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들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을 보장하자"며 "역내 '청년 과학자 교류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APEC에서는 일찍이 1997년에 역내 무역, 투자의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APEC 경제인여행카드, ABTC 제도를 도입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학회, 워크숍 참석, 연구개발 기획 등을 위해 APEC 회원국 방문 시 비자 면제와 신속한 출입국 지원 등을 꼽았다.
한편 APEC CEO 서밋은 APEC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개최되는 비즈니스 포럼으로, 올해는 의장국인 미국의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사무국을 맡은 APEC 국가센터(National Center for APEC)가 주관해 '지속가능성, 포용성, 회복탄력성, 혁신'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베트남, 페루, 태국, 칠레 등 APEC 회원국 정상과 알프레드 켈리 비자 회장, 크리스티아노 아논 퀄컴 사장, 사트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등 1천 200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