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낙연, 이재명 작심 비판·'제3지대' 역할론.. '비명계 신당창당' 카드?
언론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 작심 비판 쏟아내 "국민이 질려" "지나치게 획일적" 개딸 공격·자객공천에 비명계 불만 폭발..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출범 전 사전 교감 "전우 시체 위에서 응원가 못 불러".. 총선 지원 유세 거부 의사도 드러내 강서구청장 보궐 승리 후 '거대 양당 폐해' 비판.. 제3지대도 긍정적으로 평가 신경민 "제3지대서 역할 가능" 이상민 "당에 있을 것이냐 부터 결론 내려야"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조용하게 지내왔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명계를 향한 개딸의 공격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 등 총선 주요 조직이 친명계 위주로 구성되는 것에 대한 견제구라는 분석과 함께 일각에서는 단지 당내 개혁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비명계'를 결집한 '신당 창당'이나 '제3지대 합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본인의 사법 문제가 민주당을 옥죄고 그 여파로 당 내부의 도덕적 감수성이 퇴화했다"며 "사법적 문제가 다른 것을 가리는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굉장히 심각하다"면서 강한 표현을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 6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후 9월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구했던 것에 대해 "굉장히 인상적으로 민망했던 국면"이라고 평가하며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서 공언했을 정도면 지켰어야 옳다"고 비판했다.
언론에 이재명 향한 작심 비판 쏟아내 "국민이 질려" "지나치게 획일적"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이제까지 국민이 봐왔던 민주당과 다르고, 국민 일반이 가진 상식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좀 질려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는 지도부 구성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며 "이제까지 민주당은 굳건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었다. 당내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다.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큰 병이 든다. 그걸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인과 팬덤과의 관계에 대해 "교통처럼 안전거리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성인이 되면 사춘기 때와 달리 개인 간에 적정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런 거리를 두는 것이 어떤가 싶다"고 답했다. 개딸(개혁의딸)로 대표되는 당내 팬덤 정치 현상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여당이 이기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다시 폭주하게 될 것 아닌가. 그런 비극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민주당이 크게 승리할 것 같지도 않다"고 예측했다.
이어 "우리라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하는 지지자들도 있다"며 "후자의 지지자들에게 응답해야 할 텐데, 그만한 매력이나 신뢰감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 총선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총선 때 후보들이 지원 유세를 요청하면 도와줄 건가'라는 질문에 "그래야겠지만 왜 도와줘야 하는지를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엉망이니까 이쪽 찍어 달라'는 말만 해야 한다면 내가 나가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서로 네거티브 전쟁하는데 용병처럼 끌려들어 가는 건 별로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는 이재명 대표 측근들이 대거 공천을 받게 될 경우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표현하며 지원 유세에 응할 뜻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문화일보>는 20일 이 전 대표 측근을 인용해 "혹여 이재명 대표 호위병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대거 공천을 받고, 이 전 대표를 용병으로 불러 후보 유세하라고 하면 그것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라며 "그보다는 민주당의 도덕성과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뛰는 총선 후보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도했다.
지난 7월 이른바 '명낙회동' 이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던 이 전 대표는 최근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광주KBS1TV 생방송에 출연해 대담을 진행했고,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특강도 했다.
이번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민주당 지지층 대다수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사법리스크'가 아닌 '정치보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당 대표를 지낸 인사가 '사법리스크'를 정면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간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도덕성'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사법리스크'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딸 공격·자객공천에 비명계 불만 폭발..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출범 전 사전 교감
때문에 이 전 대표의 발언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낙연계와 비명계 등을 향한 개딸의 공격이 끊이지 않는 상황과 최근 민주당 총선 조직이 친명계 위주로 구성되며 '자객공천' 우려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견제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명낙회동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에게 개딸들의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재명 대표가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데도 마음대로 잘 안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으나 이 전 대표는 "그래도 (이 대표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로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개딸의 공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윤영찬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성남시 중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간담회에 참석한 영상을 보면 한 여성이 "윤영찬 오늘 죽었어" "너 배신했잖아. 여기 이재명이 지은 데야" "어디 이재명 뒤통수에 칼을 꽂고 나서 어딜 와" 등의 비난을 던진다.
윤 의원은 "이런 일이 요즘 저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설훈, 이원욱, 전해철 의원 등 다른 의원들의 일정 현장과 지역구, 심지어 집 앞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빠른 속도로 친명계 중심으로 흘러 가며 비명계를 향한 '자객공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출범한 총선기획단은 '친명기획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13명의 위원 상당수가 친명 색채를 띄고 있다. 또한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송갑석 최고위원(비명계)이 사퇴한 후 임명된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명 인사인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이 임명됐다.
여기에 내년 총선에 대비해 인재 발굴을 담당할 '인재위원회 위원장'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맡았다. 인재위에는 이 대표 외에도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민주연구원장 등 친명계 주축의 당 지도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인재 영입 실무를 담당할 인재위 간사에도 친명계 김성환 의원이 합류했다.
이런 가운데 추후 구성될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와 당 대표 특보단 마저 친명계 인사가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보니 당내 비명계들은 친명계 위주 조직에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는 공정한 공천 가능성이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4인 체제로 발족했다. 이들은 당내 도덕성·민주주의를 강조하며 민주당 구성원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민주당의 도덕성은 역대 최악이다. '방탄·돈봉투·코인'정당이라는 국민 불신을 그대로 놔두고는 검찰독재를 압도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 차원의 사법 방어 중단, 돈봉투 사건 등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아울러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이나 강성지지층의 당이 아니다"라며 "강성 지지자와 일부 유튜버 등 '친명 감별사'들이 벌이는 당선·낙선 운동은 민주당을 추락시키고 있다. 강성 팬덤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윤영찬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행보를 앞두고 이 전 대표와 전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이런 움직임이 있고 의원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이렇게 가려고 한다는 걸 말했다"며 "(이 전 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 수긍을 했다"고 밝혔다.
강서구청장 보궐 승리 후 '거대 양당 폐해' 비판.. 제3지대 긍정적 전망
반면, 신당 창당이나 제3지대 합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여야 모두를 겨냥하며 거대 양당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정치도 심각하게 왜곡됐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거대 정당들이 양극단으로 질주하며 국가 위기를 극복할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당의 신뢰 회복과 정치 양극화 치유가 시급하다"고 썼다.
또, 이번 <한겨레>와 인터뷰에서는 '제3지대'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3세력의 의석수가) 역대 총선 평균보다는 더 많을 것 같은 느낌은 든다"며 신당 성공 가능성에 대해 "어떤 비전이나 메시지를 국민 앞에 내놓을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활동에 대해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답해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비명 친낙계'인 신경민 전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제3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가 지지를 표시한 것"이라며 "지금 양당 정치가 실망을 넘어서서 절망을 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전 의원은 이어 "제3세력의 성적이 좋은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런 공간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으니까 필요하다면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하신 걸로 보인다"며 합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이 '비명계 신당창당'으로 이어질지, '제3지대 합류'로 나타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이상민, 비명계 일부 탈당 전망...이낙연과 신당창당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비명계 으로는 가장 빠르고 확고하게 "더이상 민주당으로는 안된다"며 12월초 '탈당 입장' 여부를 밝히겠다고 선언한 이상민 의원은 같은 날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20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이미 민주당은 오랜 전통의 역할은 사멸되지 않았나. 완전히 변질돼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되어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를 언급한 진행자 질문에 "사실 말보다 행동이 더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면서 "당에 있을 것이냐, 없을 것이냐부터 빨리 결론을 내려서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이낙연 대표 구상 속에 있을 것"이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상식' 의원들 일부도 탈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원칙과상식 4명의 의원들이) 이 의원과 생각이 비슷해서 탈당할 수 밖에 없는 의원도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자신의 탈당과 관련 "12월 초까지 제가 민주당에 있을 것이냐, 없을 거냐를 미리 이미 공개 표명하기로 했다"면서 "결심이 서면 그보다 좀 당겨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제3지대 신당창당'이냐 '국민의힘 입당'이냐에 모두 문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그는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민주당에 정나미가 떨어졌다"며 "국민의힘에서 반기면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상민 의원은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상식의 정치 복원을 위한 연합 플랫폼 신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28일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개최하는 토론회의 기조연설을 맡을 예정이다. 추후 공개 석상에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판이 이어질 경우 '비명계' 신당 창당 혹은 제3지대 합류설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낙연 신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이재명 총선'은 불가피하다는 내부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의 전신인 비명계 토론모임 '민주당의 길'만 해도 20여 명의 의원들이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단 네 명뿐이다.
또, 친명계가 아닌 의원을 향한 '공천 불이익'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현재 목소리를 내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 대다수는 험지가 아닌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내 정치 신인에게 밀리는 상황이다 보니 '불공전 공천'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