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로 한반도 긴장 고조.. 北, GP 복원·JSA 무장.. 정부 맞대응 예고

정부 22일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 北, 23일 합의 전면 파기 선언 국방부 "상응하는 조치 취할 것" 신원식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시작" 국힘 "민주당, 안보불감증.. 김정은 정권 나팔수 마냥 북한 입장 떠들어" 민주 "교각살우 우려" "군사적 긴장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美, 北 'GP 재무장'에 "한반도 군사긴장·오판 리스크 증대"

2023-11-28     김승훈 기자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합의 전면 파기 선언과 함께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조치에 착수했으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근무자들에게 권총 소지를 지시했다. 우리 정부도 맞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초 군사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로 9·19 군사합의 중 우리 군의 최전방 감시,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제1조 3항) 조항의 무효화를 22일 선언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면서 이 합의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며 군사합의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다시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군 당국은 27일 북한군이 9·19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한 비무장지대(DMZ) 내 GP에 병력과 장비를 다시 투입하고 감시소를 설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군 감시장비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남북은 5년 전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내에서 운영 중이던 각각 11개 GP 중 10개를 완전파괴했고,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했다.

이번에 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북한군 병력이 감시소를 설치하는 장면 ▲진지에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는 장면 ▲병력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장면 등이 담겼다.

북한군이 이번에 철수 GP에 병력을 투입한 것은 군사합의 파기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군사합의에 따른 JSA 비무장화도 폐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주 후반부터 JSA 북측 경비요원들이 권총을 차고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우리측 JSA 경비요원들은 아직 비무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군이 JSA에서 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우리측도 재무장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 있는 북한군 갱도형 해안포의 개문 사례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평소 북한군의 해안포 개문은 1∼2개소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10개소 이상으로 늘었다.

국방부 "상응하는 조치 취할 것" 신원식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시작"

북한의 이러한 조치에 우리 정부도 맞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7일 KBS 뉴스라인에 출연해 '북한의 GP 복원에 맞대응해 우리도 GP를 복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며 "상대방이 경계초소에서, 가까이서 우리를 보고 무장하며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다면 그건 안 되겠다"고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따른 군사적 조치를 복원하는 움직임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고, 11월 24일부터 일부 복원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활동을 예의주시하면서 상응하는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시작'임을 적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신 장관은 북한군의 최근 군사동향에 대해 보고받은 후 "적의 도발을 막는 것은 말과 글이 아니라, 강한 힘이다. 평화는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억제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역사의 변함없는 교훈"이라며 강한 대비태세를 강조했다.

또한 "적이 도발하면 ‘선 조치 후 보고’ 개념에 따라 대응하고, '즉·강·끝 원칙'으로 단호하게 응징하라"며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시작'임을 적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27일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반도의 현존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미동맹의 압도적인 능력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전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 강력한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해 줄 것을 강조했다.

국힘 "민주당, 안보불감증.. 김정은 정권 나팔수 마냥 북한 입장 떠들어"

군사합의 파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국민의힘은 북한을 비난하며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민주당에도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작업에 들어간 데 대해 "안보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정쟁에 멀어 국제 정세까지 정부 탓으로 돌리는 민주당의 안보 의식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북한 안보 위협이 정부 탓이라는 식의 정략적 주장이나 9·19 군사합의 제약 속에서도 우리 감시·정찰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등의 안보 불감증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방국과 긴밀하게 공조하며 우리 내부에서 하나 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 체계를 구축하자던 판문점 선언은 김정은 정권의 기만술이었음이 증명됐다"며 "정부·여당은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김정은 정권의 나팔수마냥 북한의 입이 되어 북한의 입장을 떠들고 있다"며 "정략적 이익에 눈이 멀어 안보 문제마저도 정쟁으로 이용하는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서 북한의 GP 재무장에 대해 "도둑이 매를 드는 식의 노골적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해 우리 사회를 혼란하게 해 그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정치권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며 북한에 유리한, 북한 의도에 놀아나는 언행을 하는 것은 이적 행위"라며 "북한의 압박과 심리전에 단호하지만, 초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 "교각살우 우려" "군사적 긴장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반면 민주당은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규탄하며 정부를 향해 강대강 외교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선언을 했는데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한반도에 평화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이번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건 러시아의 군사기술제공 덕분이라고 한다"며 "러시아가 종전과 태도를 바꿔 북한에 군사기술을 제공하게 된 건 이번 우리 정부의 대러 적대 정책, 적대 발언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 "국가의 제1목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며 "북한에 본 때를 보이겠다고 평화의 안전핀을 뽑는, 그야말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평화로 전쟁을 막을 수 있어도 전쟁으로 평화를 살 수 없다"면서 "전쟁도 안되지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로화해야 한다. 평화가 돈이고 경제고 삶이기 때문에 남북 정권 모두 평화의 바다에 돌을 던지지 말아라"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지금은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지, 거꾸로 강대강을 부추기며 긴장을 높을 때가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9·19 군사합의와 대북 조치를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9.19 군사합의는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공동대응하며 북한이 장거리로켓 등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한을 압박하는 투트랙으로 가야하는데 (정부는) 이걸 뒤섞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최근에 미국, 일본 중심의 외교를 하다 보니까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굉장히 나빠졌고 유엔안보리 결의안조차 지금 끌어내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아마 문재인 정부 때라면 지금 현재 여당이 야당이었다면 안보무능이라고 엄청난 공격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北 'GP 재무장'에 "한반도 군사긴장·오판 리스크 증대"

미국 정부는 남북한의 군사합의 폐기 움직임에 이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병력 및 장비 투입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오판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은 한국과 여러 채널을 통해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우리의 동맹이 보조를 맞추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은 군사적 조율과 투명성, 리스크 저감 조치들을 통해 한반도와 전 세계의 군사적 긴장을 관리 및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북한이 내년에 제한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분석관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를 약화시키기 위해 북한이 보다 공격적이고 치명적일 수 있는 제한적 도발을 내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