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여야 대규모 물갈이 예고...국힘, 112석 중 최대 46석 컷오프 민주, '비명계' 겨냥 하위 20% 교체 추진

국힘 당무위 "당협위원장 최대 46명 컷오프".. 21대 현역 43.5% 교체 웃돌 듯 한동훈·원희룡 등 장관 및 대통령실 참모 대거 출마.. 교통정리 불가피 민주, 현역의원 하위 20% 패널티 강화.. 비명계 공천 배제 우려 증폭 이준석, 비윤계 탈당자 '줍줍' 전망.. 이낙연, 이재명 직격하며 제3지대 가능성 언급

2023-11-29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현역의원 최대 46명을 컷오프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관련 절차를 진행하면서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현역의원 112명 가운데 최대 46명(41%)을 컷오프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민주당도 현역 하위 평가자 20%에 대해 패널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설의 중심에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가 각 정당의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27일 전국 당원협의회의 하위 22.5%에 해당하는 46곳의 당협위원장 교체를 추후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에 권고하기로 했다.

이날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문제가 있다고 권고한 46개 당협에 대해 일괄적으로 (공천을) 배제할 건지, 다시 조사를 할 건지는 공관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체 대상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위 46곳에 모두 현역 의원이 있다는 보장은 없으나 현역 의원이 상당수 포함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당무감사위는 하위 46곳에 포함되지 않은 당협이라도, 현역 국회의원 중 여론조사 결과와 정당 지지도를 비교했을 때 개인의 지지도가 현저히 낮은 경우 문제가 있음을 공관위에 권고하기로 했다.

즉, 국민의힘 현역의원 112명 가운데 46명 이상이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기록한 현역 교체율 43.5%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동훈·원희룡 등 장관 및 대통령실 참모 대거 출마.. 교통정리 불가피

이에 이번 당무감사 결과가 '물갈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한동훈·원희룡 등 스타장관과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이른바 '윤심'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신윤핵관', '검핵관' 전략공천을 위해 지역구를 비우는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비공개회의에서 "다음 주부터 떠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러한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통령실 인사를 포함한 모든 지역의 전략공천 원천배제' 등을 담은 혁신위 4호 안건을 정부에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면서 "일방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7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4·5호 공천 관련 내용은 긍정적 입장을 공천관리위원회가 최대한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공관위가 선거 관리 차원에서 잘 적용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물갈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 위원인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27일 "현역 물갈이를 많이 하는 당이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 글이 있다"면서 "2008년 우리 당이 현역 물갈이 비율이 더불어민주당보다 2배가 높았는데 저희가 크게 앞서면서 승리했다"며 대대적인 물갈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국민들이 총선에서 평가했던 기준이 그거(혁신공천)였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고, 그 기준을 존중하면서 합리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앞서 현역 국회의원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 연루자를 처음부터 공천 대상에서 제외하는 인사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배 의원은 "여론조사를 포함해 최대한 정량평가를 늘리고, 도덕적 기준도 많이 끌어올릴 것"이라며 "성폭력 2차 가해나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마약 범죄 등은 신 4대악으로 규정해 아예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공천갈등이 격화될 경우 이준석신당이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민주, 현역의원 하위 20% 패널티 강화.. 비명계 공천 배제 우려 증폭

민주당도 내부 상황이 여의치 않다. 27일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의 감산 비율을 30%로 강화하기로 했다. 지도부는 현역 의원에 대한 패널티를 강화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쇄신책이라고 밝혔지만 비명계는 특정 인물을 겨냥한 조치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기존에는 하위 20%에 든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를 일괄적으로 20% 감산했으나 변경안은 하위 10% 의원들의 감산 비율을 30%로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하위 10∼20%는 지금처럼 20%를 감산한다. 즉, 감산 대상이 되는 의원에 대한 패널티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번 변경안으로 하위 10%에 해당되는 의원들은 사실상 경선 통과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반대로 정치신인, 여성, 장애인 등 가산점이 주어지는 원외 인사들은 경선 통과가 쉬워졌다.

예컨대 하위 10% 현역과 가산점(신인, 여성, 장애인 등)이 주어지는 원외 인사가 경선에 맞붙어 현역이 50점, 원외 인사가 30점을 획득할 경우 현역은 30% 감점으로 35점, 원외인사는 20% 가산으로 36점을 얻게 돼 현역 교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

하위 20%가 모두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산술적으로 30명 이상이 물갈이 되는 셈이다.

이에 이번 조치는 비명계 배제를 위한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역의원 평가에서 객관적 수치로 확인되는 정량적 평가 보다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친명계를 전략공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지난 1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량적 평가가 아니고 정성적 평가 비중이 굉장히 높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이 들어가서 사무총장을 맡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같은 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2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을 20대1 미만으로 변경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권리당원 60~70표가 대의원 1표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3배 이상 높인 셈이다.

비명계는 대의원제 비율 축소는 이재명 대표 중심의 팬덤 정치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 소속의 김종민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는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부 유튜버의 목소리, 팬덤 등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당내 민주주의 포기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비윤계 탈당자 '줍줍' 전망.. 이낙연, 이재명 직격하며 제3지대 가능성 언급

이처럼 거대 양당 모두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되는 만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신당이나 제3지대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하는 이준석 신당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천에서 배제된 비윤계 현역 의원들이 이 전 대표에게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14일 여수MBC와 인터뷰에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원내교섭단체 기준이 되는 20석 이상을 기대한다"며 현역 의원 합류 가능성을 언급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16일 동아일보 '중립기어'와 전화 인터뷰에서 "총선 이전에 현역 의원 20명 이상 모아서 원내 교섭단체 이루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연일 이재명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도 심상치 않다. 이 전 대표는 연일 이재명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진행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다"며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 영향으로 그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긴 세월 동안 나름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구사해 왔으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며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며 "참담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행사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로 인해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렇다.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것은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 대표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그는 "귀국 후 꽤 오랜 기간 침묵하면서 지켜봤는데 잘되지 않고 있다"며 "매우 답답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친명 지도부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자신과 가까운 비명·친낙계 의원을 대거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비례대표제 논의 여부에 따라 신당 창당이나 제3지대 합류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신당 창당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연설에서 "(정치권에서)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분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이나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 정치세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