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미-북러, 군사정찰위성 쏘아 올리며 우주 '정찰 전쟁' 본격화

北, 지난달 '만리경-1호' 발사.. 우리 군도 2일 '425위성' 1호기 발사 성공 북한 위성 성능은 '미지수'.. 한국 정찰위성 성능은 세계 5위 이내로 평가 군,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 남북간 격차 더 커져

2023-12-04     김승훈 기자
북이 모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정찰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최근 남북이 모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정찰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았고, 북한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미와 북러간 자존심 대결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찰위성의 성능 차이가 워낙 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이익은 미미할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남북한 간의 '우주 대결', 특히 정찰위성 발사 경쟁에 조급함을 보인 것은 북한이다.

우리 군은 '425사업'의 일환으로 독자 개발한 정찰위성 1호기를 올해 연말 발사하기로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425사업'은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에 올려 전력화하는 사업이다. 최종 전략화 목표 시기는 2025년으로 예상된다.

그러자 북한은 남한보다 빨리 정찰위성을 띄우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했다. 지난 5월과 8월에 각각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며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시간이 촉박해진 북한은 급히 러시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9월 직접 러시아를 찾았고, 푸틴은 양국간 우주 분야 협력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지난 10월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 생각은 올해 두 번이나 스타일 구겼는데 남조선 11월에 발사한다고. 그전에 해야 돼.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남북한 군사위성 경쟁에서 북한이 이기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지난달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천리마-1형' 로켓에 실어 쏴 올렸다. 이 위성은 이후 고도 500여㎞ 고도에서 지구 주위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한미 당국에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방송도 3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정찰위성운영실이 전날부터 임무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의 첫 독자 군사정찰위성도 지난 2일 우주 공간으로 날아올랐다. 군 당국은 3일 현재 위성과 국내 지상국 간 교신을 지속하며 초기 구동 상태에 대한 점검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위성 성능은 '미지수'.. 한국 정찰위성 성능은 세계 5위 이내로 평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개발·운용은 김정은 위원장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는 장기화된 대북제재 등의 영향으로 공군전력 운용이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 보니 공중자산을 이용한 대남 감시·정찰임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주일미군기지나 미국 본토에 대한 감시·정찰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북한은 앞서 2021년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뒤 '전술핵+전략핵+정찰위성' 등 이른바 북한판 '3축' 체계의 개발·완성에 주력해왔다.

우리 군도 그간 미국 측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대북 위성정보를 직접 생산·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번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킬체인'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킬체인'은 북한의 공격 등 도발 징후가 감지되면 그 표적을 선제 타격해 공격을 차단하는 개념을 말한다.

이번에 발사된 정찰위성 1호기는 고도 400~600km의 저궤도에서 운용되며 EO·IR 카메라를 탑재해 북측 주요 지역을 하루에 수 차례 촬영할 수 있다.

위성은 주·야간에 한 번씩 하루에 두 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데 주간에는 EO가, 야간에는 IR이 영상을 촬영해 송신한다. 북한의 이동식발사대(TEL)와 핵·미사일 기지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군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상 30c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을 찍을 수 있어 해상도가 '3m' 이상으로 알려진 북측 정찰위성 '만리경-1호'에 비해 10배 이상 정도의 월등한 성능을 갖췄다.

우리 정찰위성은 북한 장갑차 옆면에 표시한 식별 번호를 파악하거나 소속 부대 마크가 부착돼있다면 그 부대를 확인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상도와 EO·IR 위성 동시 운영 등을 고려하면 한국 정찰위성 성능은 세계 5위 이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향후 영상레이더(SAR) 위성 4기도 추가로 발사해 북측 특정 지점을 약 2시간마다 정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방침이다.

군,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 남북간 격차 더 커져

이런 가운데 남한은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발사에도 성공하면서 북한과 격차를 더욱 벌리는 모습이다.

국방부는 4일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국방과학연구소의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기술을 활용한 민간 상용 위성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민간기업인 한화시스템 주관 하에 이뤄졌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고체추진 발사체 및 궤도진입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기업이 발사체 및 위성을 제작해 실제 발사를 수행했다.

이는 위성과 발사체 기술을 연계한 첫 ‘민·관 원 팀(One Team)' 협력 사례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산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군 관계자는 "이번 발사는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의 3차 시험발사를 겸한 발사"라며 "고체추진 발사체 기술개발의 핵심성과 달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발사는 지난해 12월 30일 더미 위성을 탑재했던 2차 발사와 달리 최초로 실사용 위성을 탑재해 우주 궤도에 투입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우리 군은 추진기관별 성능검증을 포함한 고체추진 발사체 개발의 핵심기술 대부분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군 관계자는 "향후 소형위성을 신속히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독자적 우주 능력 확보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며 "확보된 기술의 민간 이전(spin-off)을 통해 민간주도 뉴스페이스 산업 활성화 및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