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한동훈 비대위’가 먼저 해야 할 것

2023-12-29     유창선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비대위가 29일 공식 출범했다. 출범을 하루 앞둔 28일에는 비대위원 명단이 발표됐다. 비대위는 한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당연직 위원으로는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참여한다. 지명직 위원은 8명인데 현역 의원으로는 김예지 의원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외부 인사로는 민경우 수학연구소 소장과 김경률 경제민주주의 21 공동대표, 구자룡 변호사, 장서정 돌봄교육 통합서비스 플랫폼 대표, 한지아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은식 상식과 호남 대표, 윤도현 샤인온 라이트 대표 등이 합류했다.

국회로 출근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비대위의 특징은 ‘비정치인- 789세대’ 중심으로 나타난다. 지명직 비대위원 8명 중 7명이 외부 원외 인사들이다. 그리고 20·30·40대가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한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11명의 평균 나이는 46.7세이다. 김기현 대표 시절 최고위원 7명의 평균 나이 53.6세보다 7살 가량 젊어졌다. 한 위원장은 “저는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 포위론이나 세대 교체론이란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비대위의 구성은 자연스럽게 789(70~90년대생)로의 세대교체 흐름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낡고 노쇠하게 인식되었던 국민의힘의 변화를 이루는데 일단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반민주-반이재명 성향을 강하게 보여온 인사들의 포진이다. 과거 좌파운동을 했다가 우파로 전향한 민경우 소장,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이재명 저격수’로 알려진 구자룡 변호사, 의사인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올드 보수’가 아니라 과거에는 진보 혹은 중도 지대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인지라 국민의힘으로서는 새로운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법하다. 한동훈 위원장이 강조했던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의 선봉에 서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보면 한동훈 비대위는 한 위원장의 컨셉대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비정치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나이는 젊어지고 민주당의 ‘운동권 특권정치’와 싸우는데 앞장설 수 있는 인물들을 포진시킨 점이 그러하다. ‘한동훈식 비대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한동훈 비대위의 이같은 특징만 갖고 쇄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정작 국민의힘에게 가장 핵심적인 혁신의 시도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다. ‘운동권 특권정치의 청산’을 내걸거나 야당과 싸우는 전열을 갖추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필요하겠지만 여당은 그것만으로 국민에게 평가받을 수 없다. 여당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쇄신과 능력을 보여주는데 있다. 자기가 잘해서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은 여당의 숙명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동훈 비대위에는 두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비대위의 구성 뿐만 아니라국민의힘 전체의 물갈이를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주류 희생’을 요구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다가 결국 김기현-장제원 연대가 퇴장하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국민의힘을 낡고 구태의연한 보수에서 변화시키는 일은 인적 쇄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동훈 비대위는 총선 공천에서 낡고 식상한 인물들을 퇴장시키고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진 새로운 인물들로 채우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비대위에만 새로운 인물들을 보여주기 식으로 내세웠지만 당의 권력질서는 그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달라졌다는 평가는 받기는 어렵다. 한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자신의 불출마 선언을 한 것도 당내에서의 불출마-험지출마를 유도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낡은 보수를 떠올리게 되는 국민의힘을 미래형 보수로 바꾸는 인적 쇄신에 한 위원장은 승부를 걸어야 앞길이 열릴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의 두번째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특히 한 위원장이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상하관계였기에 이 부분을 국민들은 주시하게 될 것이다. 김기현 대표 시절에 국민의힘이 ‘용산 출장소’ ‘용산바라기’라는 힐난을 들었던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 또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 위원장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하고 ‘아니오(No)’라고 할 수도 있는 여당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내걸었다. 86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싸우겠다는 의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국민의힘이 쇄신한다는 얘기를 듣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집권여당은 야당과 싸워서 야당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변화와 능력을 어떻게 보이는가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 정치세력이다. 한동훈 비대위는 자신들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부터 말하는 것이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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