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동훈 비대위 공식 출범 "내부 권력 암투 말자".. 김진표·이재명 예방 "국민 위한 정치" "대화와 타협" 협치 의지
비대위원, 2040·여성·非정치인 위주로 구성.. 초선 장동혁 사무총장 발탁 '파격' 韓 "궁중 암투나 합종연횡 사극 찍지 말자" "사극은 최수종 것.. 삼국지 정치 말자" 韓 "여야, 국민 위한 정치 공통점".. 이재명, 이태원·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협력 당부 김진표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 조정" 당부.. 韓 "대화와 타협 정신 더 배울 것"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공식 출범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이어 만나며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에서 한 위원장은 "환대에 감사하다"며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한 정치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협치 의지를 보였다. 이에 이 대표도 "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하며 이태원·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협력을 당부했다.
비대위원, 2040·여성·非정치인 위주로 구성.. 초선 장동혁 사무총장 발탁 '파격’
국민의힘은 이날 제13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상정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임명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총 66인의 상임전국위원을 대상으로 ARS 투표 방식으로 진행한 이날 상임전국위는 총 59명(투표율 89.39%)이 투표에 참여했고, 57명(찬성률 96.61%)이 찬성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전날 한 위원장은 당연직인 윤재옥 원내대표 및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제외한 지명직 위원에 김예지 의원, 민경우 민경우수학연구소 소장 겸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구자룡 변호사, 장서정 돌봄서비스통합플랫폼 '자란다' 대표, 한지아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 윤도현 자립준비청년 지원단체 SOL 대표 등 8명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기존 지도부와 비교해 한층 젊어졌고, 여성이 늘었다. 윤도현 대표는 21세로 최연소 비대위원이 됐다. 또 민경우, 김경률 비대위원을 포함해 7명의 비대위원은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동훈 위원장은 29일 이만희 사무총장 후임으로 초선 장동혁 의원(충남 보령·서천)을 임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한 위원장은 "장 의원은 행정, 사법, 입법을 모두 경험했고, 특히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공무원까지 지냈다"며 "오랜 기간 법관으로 지내며 법과 원칙에 대한 기준을 지켜오신 분으로, 우리 당이 원칙과 기준을 지키면서 승리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을 주실 분이라 생각해서 모셨다"고 설명했다.
사무총장은 당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여하며 선거 실무를 이끄는 핵심 요직이다. 집권여당 사무총장에 초선 의원이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 한 위원장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여론조사 전문가 홍영림 전 조선일보 기자를 임명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진정한 보수집단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여의도연구원이 전문 조직으로 더 발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여의도연구원장을 의원들이 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여론조사와 분석의 전문가를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입 역할을 할 비대위 대변인에는 YTN 출신 호준석 전 앵커가 내정됐다. 호 전 앵커는 최근 YTN을 퇴사했고, 지난 19일 당 인재영입위원회 영입 인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첫 회의서 "내부 권력에 암투할 시간·에너지 없어" "사극은 최수종 것.. 삼국지 정치 말자"
한동훈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는 동료 시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기기 위해 모였지만,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다 동원하겠지만, 그럼에도 한 발은 반드시 '공공선'이라는 명분과 원칙에서 떼지 않겠다는 약속, '피봇플레이'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우리 사회에 격이 맞는 명분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이기겠다는 우리의 결심이 오히려 우리를 승리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농구의 피봇플레이는 한 발을 지탱하고 다른 발을 움직여야지, 두 발 다 움직이면 반칙"이라며 "두발 다 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플레이하면 민주당과 다를 게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고, 우리끼리 내부 권력에 암투할 시간과 에너지는 없다"며 "그럴 시간과 에너지로 동료 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설명하고 상대 당의 왜곡·선동에 맞서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 내부에서 궁중 암투나 합종연횡하듯이 사극을 찍고 삼국지 정치를 하지 말자"며 "사극은 어차피 늘 최수종 것이고, 제갈량은 결국 졌다"고 말했다. 이는 이준석 신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韓 "여야, 국민 위한 정치 공통점" 이재명, 이태원·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협력 당부
이날 한동훈 위원장의 공식 행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에 취임 인사차 이 대표를 예방했다.
한 위원장은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이 대표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 이끈 다음에 처음 뵙게 된 것 같은데, 급작스럽게 취임하게 돼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도 흔쾌히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대표님 처음 뵈러 온 것이기 때문에 대표님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말을 마쳤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한 위원장님 취임과 방문을 환영하고 또 축하드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는 국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나가고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책임지고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비록 약간 다른 입장에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이러한 국민들이 맡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 한 위원장 역시 일국의 집권 여당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아마 큰 포부도 있을 것이고, 계획도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 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대위원장이라는 직함이 표현한 것처럼, 국민의힘이 일종의 비상상태라고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국가와 국민에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해야할 중요한 일은 민생 챙기는 일"이라며 "안전한 나라 만드는 일, 대한민국 미래를 더 밝게 개척하는 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 아닌가. 정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할 수 있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제안해주면 저희가 가치적으로 대립하는 게 아닌 한 협력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구체적인 말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태원 특별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협력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장관 이임식에서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말 감사한 말씀이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 서민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이태원 참사 피해자분들 아닌가 싶다"며 "그 유가족분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크겠나. 그분들이 정말 소망하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이라고 하는 걸 정치권에서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절절한 소망 사항을 들어줄 수 있도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전세 사기 특별법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재산 다 날리고, 빚져서 조달한 그 소중한 전세자금을 다 잃어 길바닥에 나앉아야 할 상황인지도 모른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데 어려운 현실 감안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구제 후구상' 방식에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을 마친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양당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상생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효율적인 정치를 하자는 말씀을 분위기 좋게 나눴다"며 "결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면 서로 무용한 힘겨루기나 감정 싸움하지 말고 저와 둘이 신속하게 결정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김진표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 조정" 당부.. 한 "대화와 타협 정신 더 배울 것"
한편, 한동훈 위원장은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해 2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김 의장은 "선거를 앞두고 당의 혁신을 이끄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치인은 적어도 20~30만명의 국민의 선출한 사람이다. 주민의 대표로 회의체를 구성해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그러려면 소통이 잘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갈등을 조정하는 것을 잘 하려면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한 비대위원장은 용모도 스마트하고, 머리도 스마트하니 말씀도 스마트하더라.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이에 한 비대위원장은 "저는 평소에도 의장님의 품격과 상생의 정치인의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대단히 존경해왔다"고 화답했다.
이어 "의장님이 주신 말씀을 잘 생각하며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더 배우겠다"며 "항상 주신 말씀을 기억하며 공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 한 비대위원장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다음 달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조경호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