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재선 원하는 北, 연일 강경 발언.. 새해부터 한반도 긴장 고조
김정은 "북 정권 붕괴 의도 세력과 통일 불가".. 남한 겨냥 핵무기 사용도 언급 尹 "힘에 의한 평화 구축해야" 신원식 "북 도발, 파멸 전주곡".. 북한 붕괴론도 펼쳐 김여정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 일상사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 공로" 北, 美 대선 앞두고 제7차 핵실험·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국지도발 가능성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남북이 2024년 새해 들어 강경 발언을 주고 받으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연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하자 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일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공로"라며 윤 대통령은 북한이 자위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공헌한 '특등공신'이라고 맞받아치며 비꼬았다.
김정은 "북 정권 붕괴 의도 세력과 통일 불가".. 남한 겨냥 핵무기 사용도 언급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 때부터 주장해온 '1국가 2체제' 통일 방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10년도 아니고 반세기를 훨씬 넘는 장구한 세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북한)가 내놓은 조국통일사상과 노선, 방침들은 언제나 가장 정당하고 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한 것으로, 온 민족의 절대적인 지지 찬동과 세계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나 그 어느 하나도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했으며 북남관계는 접촉과 중단, 대화와 대결의 악순환을 거듭해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며 "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은 더 이상 남한을 '통일의 대상'이라는 특수관계로 여기지 않고, 남한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협상에 의한 통일론을 청산하고 무력통일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그간 북한은 1980년 김일성이 제의한 '고려민주연방제통일방안' 기조를 유지해왔다. '고려연방제'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조국통일 노선'이다.
강경 발언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31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장 등 주요 지휘관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만나 2023년의 투쟁 공훈을 높이 평가하며 고무 격려했다고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혁명이 줄기차게 전진할수록 이를 막아보려는 미제와 대한민국 족속들의 단말마적인 책동은 더욱더 가증될 것"이라며 "우리 군대는 견결한 대적 의식과 투철한 주적관을 지니고 적들의 그 어떤 형태의 도발도 가차 없이 짓부셔버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만약 놈들이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고 불집을 일으킨다면 순간의 주저도 없이 초강력적인 모든 수단과 잠재력을 총동원하여 섬멸적 타격을 가하고 철저히 괴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尹 "힘에 의한 평화 구축해야" 신원식 "북 도발, 파멸 전주곡".. 북한 붕괴론도 펼쳐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우리 정부도 '정권 종말'을 꺼내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도 같은날 신년사에서 "새해에도 북한의 도발 위협과 야욕은 지속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곧 파멸의 전주곡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군은 적을 압도할 수 있도록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겠다"며 "말과 종이, 헛된 망상이 아닌 오직 '강한 힘'을 갖췄을 때 '진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태엽 감은 장남감 자동차'에 비유하며 북한 붕괴론을 펼쳤다.
김 장관은 2일 통일부 시무식에서 "(소련에 대해) 봉쇄전략을 입안하여 평화적으로 자유세계의 냉전 승리를 이끈 미국의 전략가 조지 케넌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 비유를 제시한 바 있다"며, "북한은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처럼 강력한 한미 '억제체제의 벽'에 막혀 결국 태엽이 풀려 멈추어 서고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 일상사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 공로"
북한은 2일에도 별도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반박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한미확장억제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역설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 다시 부여해줬다"고 비꼬았다.
김 부부장은 이날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세지' 제하의 담화를 내고 "새해에도 윤 대통령이 우리 국가의 군사적 강세의 비약적 상승을 위해 계속 특색있는 기여를 하겠다는데 대해 쌍수를 들어 크게 환영하는 바"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공로"라며 윤 대통령은 북한이 자위적인 군사력을 키우는데 공헌한 '특등공신'이라 추켜세웠다.
이어 "자기의 행동, 내뱉는 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겠는지조차 아무런 걱정이 없는 용감한 대통령이 출현한 것은 우리에게는 더없는 호기"라고도 비아냥댔다.
그는 윤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비방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보다 상대에 대한 적의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우직하고 미련한자를 대상하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은가"라며 "이런 세상을 맞고보니 청와대의 전 주인이 생각난다. 문재인.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의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이라며 "문재인 때 밑진 것을 열배, 스무배 아니 그 이상으로 봉창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北, 美 대선 앞두고 제7차 핵실험·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국지도발 가능성
이처럼 북한이 연일 강경 발언을 내놓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수교를 논의했다. 당시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났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다시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P 통신은 지난 31일 "그의 발언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련의 무기 시험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이 (핵역량 강화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돌아올 경우 제재 완화를 위한 미국과의 고위험 정상 외교를 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북핵 용인'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대해 트럼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북한이 미국과는 소통하고 남한과의 대화는 봉쇄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국이 펼쳐질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북미 정상외교가 재개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 기간 북한을 설득해 위협적인 무기 시험을 중단하도록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남 원장은 "북한은 미국 대선날까지 도발 일정에 따라 최대한의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그 중 하나로 북한이 올해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들어가는 ICBM 발사 시험을 더욱 자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2023년 북한 핵개발 현황 및 평가: 국방력 강화 속에 지속될 2024년 도발'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7차 핵실험, 고체연료 추진체계 적용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 초대형 핵탄두 모형 공개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 위원은 "북한은 핵도발에만 한정하지 않고 재래식 도발까지 확장할 수 있다"라면서 "도발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돼 미사일 발사, 핵실험, GPS(위치확인시스템) 및 통신 교란, 사이버 공격 등으로 점차 확전해 한국 국민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천안함 기습, 연평도 포격이나, DMZ(비무장지대) 포격 수준의 재래식 무력도발까지도 가능하다"면서 "북한은 이러한 재래식 도발과 핵 강압을 결합해 우리 정부의 대응을 차단하면서 대내적으로 한반도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정치적 승리'를 선보이고자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