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재명 피습에 '이낙연 신당' 속도조절.. '시간벌기' 수순-'신당 불가능' 관측도
총선 출마 위해 2월 말까지는 창당 끝내야.. 피습 명분 삼아 창당 시간벌기? '이재명 지켜야' 강성 지지층 목소리.. 이낙연 신당 철회 요구 분출 안민석·이준석 "이재명 피습으로 이낙연 신당 불가능해져" 이낙연, 신당 창당 의지.. "목표는 제1당.. 현역의원도 합류할 것"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3일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당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스케줄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은 정치권 분위기를 고려해 당초 이달 초로 목표했던 창당 시기를 하순께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피습을 명분삼아 신당 창당에 필요한 시간을 벌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며, 신당 창당이 불가능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의 피습으로 민주당은 '친명 강경'성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출마 위해 2월 말까지는 창당 끝내야.. 피습 명분 삼아 창당 시간벌기?
당초 이 전 대표는 이르면 4일 신당 창당 선언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국민께 양자택일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드려야 한다"며 "승리해서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부산 방문 도중 이재명 대표가 피습을 당하면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멈췄다.
친이낙연계 민주당 의원은 언론에 "지금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전 대표도 이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무리 늦춰져도 2월 안엔 창당 발기인대회와 창당대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 출마를 위한 후보자 등록을 기준으로 역순하면 2월 말까진 창당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후보자 등록은 오는 3월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 진행된다. 후보자 등록을 하려면 전과, 학력, 세금, 병역 등 각종 서류가 사전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 관련 자료를 마련하는 데에 보완 등을 거치기에 통상적으로 1달 정도가 걸린다. 즉, 2월 말까지는 법이 규정하는 신당이 창당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2월 내 신당 창당대회가 예측된다. 정당을 설립하기 위해선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해야 하는데, 발기인대회는 늦어도 2월초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명분 삼아 창당에 필요한 시간을 벌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창당을 선언하긴 했으나, 여기에 함께 할 조직과 세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만큼 시간적 여유를 두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날까지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한 사람도 없다.
'이재명 지켜야' 강성 지지층 목소리.. 이낙연 신당 철회 요구 분출
어느 이유에선건 이 전 대표가 속도 조절을 하자 당내에선 다시 신당 철회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강해지면서 이낙연 전 대표나 비명계의 이 대표 비판이 힘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 사건 때문에 이 전 대표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리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민주당과 함께 해 온 분이신데, 지금 단계에서 본인과 견해가 다르다고 당을 떠나는 것은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사랑했던 분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과연 정치가 무엇인지, 상대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에서는 새해 초부터 이낙연 신당 반대 목소리가 분출한 바 있다.
이병훈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2일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시도"라며 "5·18 정신과 김대중 정신의 핵심은 화해와 통합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으로, 신당은 이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익산갑 이춘석 예비후보도 2일 전북도의회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예비후보는 "이낙연 신당은 대통령 후보의 불복이자, 총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를 예약한 자들의 사전 불복"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싫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불리하다는 핑계가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당 창당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민주 진영의 대오를 흩트리려는 꼼수"라며 "민주당의 자산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몰락하는 악수이며 장차 국민의힘에 입당해 반민주진영에 투항하는 뻔한 스토리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주을 이덕춘 예비후보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전 대표가 가려는 길은 결코 가서는 안 되는 망하는 정치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후 신당행은 야권 분열의 길을 걸어가는 것으로 윤석열 검찰독재로부터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하고 나라의 운영을 위태롭게 하는 망국열차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분열은 민주당의 힘을 빼고 윤 정권을 돕는 길"이라며 "이것에 동의할 전주시민, 전북도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민석·이준석 "이재명 피습으로 이낙연 신당 불가능해져"
당 안팎에서는 이번 이재명 대표 피습으로 인해 이낙연 신당이 불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3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정치판이 흔들릴 수 있는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노욕'으로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낙연 대표의 신당 명분은 반이재명으로 국가 사회적인 아젠다가 없다"며 "계속 병석에 있는, 수술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공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제 오늘로 이낙연 신당의 바람은 이미 잦아들 수밖에 없고 이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바람이 있어야지 배를 띄우고, 물이 있어야지 배를 띄우는 것이죠. 신당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준비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이 "쉽지 않아졌다"고 전망했다.
이 위원장은 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다소간의 트라우마는 생겼을 것이기 때문에 신체적 회복과 정치적 회복이 더딜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민주당은 당 내에서 여러 가지 이견이 한동안은 표출되지 않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낙연 대표가 준비하는 신당에 대해 "이낙연 대표 쪽과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 대표의 피습과 맞물려 신당 창당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창당이 물리적으로 아무리 빨리 해도 15일에서 20일은 걸리는데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회복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모르고 또 이재명 대표가 회복하면 나가겠다, 그것도 이상하니까 지금 상당히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가 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신당 창당 의지.. "목표는 제1당.. 현역의원도 합류할 것"
일단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신당 창당 철회 가능성에 대해 "정치가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세상이 목표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목표의 최대치는 제1당"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비명계 4명이 모여 만든 정치 결사체 '원칙과상식'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어느 시점에서인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고만 전했다.
또 신당에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합류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어떤 분은 저보다 훨씬 먼저 신당의 필요성을 얘기했고, 저를 압박하고 재촉한 분들도 많이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 주고 있고, (합류 인원 중엔) 현역의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당 창당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창당) 날짜를 확답하진 못 한다"며 "창당 선언 이전에 인간으로서 해야 될 일이 있지 않나. 이런 이유로 당을 떠날 수밖에 없어서 당원들께 용서를 구하는 절차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탈당 결심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은 저희 아버지가 청년일 때부터 2대에 걸친 정당인데, 저에게는 모태신앙과도 같다"며 "어쩌면 입당 이전부터 민주당은 제 정신의 집이었는데, 거기를 떠난다는 게 외롭고 두렵다"고 했다.
이어 "어느 순간부터 그 마음의 집이 낯선 집처럼 됐다. 내가 알던 그 당이 아닌 것 같다"며 "변화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내가 아무 말 않고 따라다니는 것이 더 가치 있을까, 국민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 드리는 데 일조하는 게 가치 있을까 고민했는데 후자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양당 정치의 최악의 폐해를 끝내자는 뜻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이 전 대표를 언제 만날 것인지 계획은 없지만, 양당의 기득권의 벽을 깨는 일이 손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