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경찰, 이재명 살인미수범 '단독 범행' 결론·신상도 비공개.. 野, 국정조사·특검 시사
경찰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 극단 범행" "배후세력 없어" 김씨 당적·신상 비공개 "중대 사유 아냐".. NYT는 신상·사진 모두 공개 민주 "사건 축소·왜곡" "국민의힘 출신 태극기부대원 범행이라고 왜 말 못하나"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휘두른 김모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주관적 정치 신념에 의한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김씨의 당적이나 신상 정보는 모두 비공개했다. 또, 주관적 정치 신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야권에서는 與 지지자의 범행이라는 것이 불러 올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축소·왜곡 수사라고 비판하며 국정조사나 특검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 극단 범행" "배후세력 없어"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 대표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씨가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으로 극단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로 "재판 연기 등으로 이 대표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점,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4월 총선에서 이 대표가 특정 세력에 공천을 줘 다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살해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김씨가 남긴 8쪽짜리 문건 이른바 '변명문' 내용에 대해 "사법부 내 종북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 재판이 지연되고 나아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갈 것을 저지하려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또 "범행으로 자신의 의지를 알려 자유인의 구국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는 취지도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프로파일러 심리·진술 분석,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증거물 분석, 피의자 추가 조사 등을 토대로 김씨의 범행 동기, 공범 여부, 구체적 동선 등을 조사해 왔다.
조사 결과 김씨는 작년 4월 인터넷으로 칼을 구입해 범행에 용이하도록 개조했고 이 대표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직접 플래카드와 머리띠를 제작했다.
이후 정당 홈페이지를 통해 이 대표의 공식일정을 확인하고 사전답사를 가거나 이 대표의 공식일정을 따라다니는 동안에도 흉기를 계속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의 공범 및 배후와 관련해선 공동정범이나 교사한 배후세력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김씨의 변명문을 우편 발송해 줄 것을 약속한 70대 남성 A씨를 살인미수 방조범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로도 공무원을 퇴직한 뒤 부동산 공인중개사로 일해 온 60대 남성이 야당 대표를 살해하려고 한 것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
경찰은 김씨가 유튜브 영상 시청 외 정치적 신념을 강화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경찰은 김씨 범행 이유를 추정했으나 김씨의 내재적 범행 동기와 신념이 구축된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셈이다.
김씨 당적·신상 비공개 "중대 사유 아냐".. NYT는 신상·사진 모두 공개
경찰은 김씨의 당적이나 신상 등도 끝내 비공개했다. 제1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살해를 당할 뻔했으나 경찰은 신상을 공개할 만한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뉴욕타임즈(NYT)는 김씨의 모든 신상을 공개해 경찰을 머쓱하게 했다.
앞서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9일 피의자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고 김 씨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상공개위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신상공개 요건인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사건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 △피의자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국민 알 권리 등 4가지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참석 위원 다수가 범행의 중대성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신상정보 공개 요건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이미 김 씨의 실명과 사진 등 모든 신상을 공개했다.
NYT는 '야당 지도자에 대한 흉기 습격, 양극화된 한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전했다.
기사에서 NYT는 이 대표를 공격한 범인의 실명을 포함한 정보 일체를 공개했다.
NYT는 "경찰은 김OO라는 이름의 66세 공인중개사가 이 대표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며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전직 정부 관료이고 2012년부터 아산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다. 범죄전력과 마약 투약 이력, 정신병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NYT는 범행 당시 김씨의 뒷모습이 담긴 영상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게재했다. 사실상 김씨의 실명과 직업, 외형 등 신상을 전부 공개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김씨의 신상 정보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이에 경찰의 비공개 결정에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9일 유튜브 김어준의뉴스공장에 나와 경찰의 수사에 대해 전모를 파악해서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나중에 이게 혹시 잘못되면 이제 국정조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특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 수사에 참여하고 있는 경찰관들한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당한 압력을 받아서 법에 어긋나게 뭔가를 할 때는 반드시 증거를 남겨놓으시라"고 말했다.
민주 "사건 축소·왜곡" "국민의힘 출신 태극기부대원 범행이라고 왜 말 못하나"
민주당은 경찰 수사 발표 직후 "대체 뭘 수사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당 대표 정치테러 대책위원회' 전현희 위원장은 10일 "테러 동기나 공범 존재 여부 등 사건 본질이 모두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이 사건은 야당 지도자를 정치적 목적으로 살해할 의도로 자행된 정치 테러 사건"이라며 "경찰은 사건을 '이 대표 피습'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사건의 의미를 축소·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혁 의원도 "왜 테러범이 이런 극단적 신념을 갖고 범행에 이르렀나 밝혀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졌다"며 "범행 동기를 밝히는 핵심적 요소인 신상과 당적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결국 국민의힘 출신 태극기부대원의 범행이란 말을 하지 않으려 오늘 결과를 발표한 것인가"라며 "무엇을 위한 신상·당적 은폐인가"라고 반문했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범행 동기 등을 결연한 의지로 수사하기 바란다"고 촉구한 뒤 "그렇지 않을 경우 용산의 의도가 전달돼 (수사가) 축소되는 상황이 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나 특검을 실시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굉장히 중대범죄라고 볼 수 있는데 경찰 수사 결과나 과정이 어이가 없다. 거의 모든 내용이 비공개"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다시 한번 경찰에 엄정한 수사와 자료공개를 요청하겠다"며 "그게 안 되면 제2, 제3의 수단을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행자가 '제2, 제3의 수단이 국정조사 카드, 특검 카드냐'고 묻자 "그렇다"며 "지금 자료 자체를 하나도 공개 안 하고 경찰이 일방적인 발표를 하면서 '우리 말을 믿어라', 이걸 어떻게 믿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측이나 국민의힘 모두 다 관련돼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이렇게 처리하는 것은 제2, 제3의 정치테러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유사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