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낙연, 탈당·창당 선언...“민주당은 ‘낯선 집’...‘1인정당’ ‘방탄정당’으로 변질”

“24년 머물렀던 민주당 벗어나 새로운 길 나선다..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 실종” “서울·부산시장 보선에 후보자 공천, 위성정당 허용결정은 잘못” 사죄 “‘원칙과상식’ 동지들과 협력할 것”...이준석 등엔 “DJP 연합보다 훨씬 가까워” 신당창당 관련,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 끝내고 다당제 시작해야” 선거법 개정에...“연동형이 옳은 길...소수정당 배제하는 건 오만”

2024-01-11     김민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재차 비판했다. 

“민주당 포용·통합의 김대중 정신 실종...폭력적이고 저급한 ‘1인정당’으로 변질”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책임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 버리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또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며 “저의 그런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저의 오늘 결정에 대해 저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며 “저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선다.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후목불가조, 혐오·증오의 양당제 끝내고 타협·조정의 다당제 시작해야”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암흑기에 들어섰다”며 “윤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부로 기록될 것이 확실하다. 윤 정권은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례 없는 퇴행과 난맥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침몰로 갈 것이냐, 지속가능 국가로 회복될 것이냐의 마지막 기로에 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며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혐오와 증오의 양극정치를 끝내지 않고는, 국민이 마음 편히 사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미국과 독일에서 1년 넘게 공부하면서 확실히 배웠다. 미국은 양당제 속에서 분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다당제로 극단의 정치를 피하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있다”며 “우리도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탈당 선언을 한 ‘원칙과상식’ 등과 함께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 저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정치 때문에 잘못되고 있다.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길은 쉽지 않은 길이다. 저는 그 길이 쉬워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려 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진보-보수의 평등·자유, 대북정책 차이 “지혜 필요...제3지대, DJP보다 훨씬 가까워”

이 전 대표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민주당 가치를 지키겠다고 했는데 진보와 보수가 평등 혹은 자유를 더 우선시하거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른데 그것을 지키기 어려울 경우에는 어떻게 할 건가’라는 질문에 “그거야말로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입장이 다른 분과 만날 때도 나의 입장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저의 입장을 밝혔고 그 가치와 정신을 죽는 날까지 유지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했다. 

이어 “옛날 김대중 대통령은 당신과 정반대의 보수 지도부와 연립 정부(DJP연합)를 꾸렸었고 아주 보수적이었던 분을 통일부 장관, 안기부 장관을 시켰다. 그래도 국정을 잘 운영했었다”며 “지금 제3지대에서 만날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이 만났던 그분들보다는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금태섭 등과 함께 협력해도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찢어진다는 혹평이 나온다’는 물음에도 “원래 대중정당에는 일정한 스펙트럼이 있게 마련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며 “그것을 너무 크게 볼 건 아니다. 오히려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열정이다. 철옹성 같은 양당 독점 구도가 대한민국을 망가뜨리고 있다. 거기에 바람 구멍이라도 내고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공통된다”며 “DJP 연합보다는 훨씬 더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고도 했다.

“이준석 신당과 연대...양당 독점 정치구도 깨는 것 누구라도 협력해야”

이른바 ‘이준석 신당’인 개혁신당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서는 “늘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고 협력해야 한다”며 “지금의 나라를 망가뜨릴 정도로 왜곡되고 있는 양당 독점의 정치 구도를 깨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긍정했다. 

이 전 대표 본인과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모두 거대 양당의 대표였던 점을 언급하자 “오히려 양당에서 대표까지 지냈기 때문에 그 폐해를 더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는 양당에서 함께 했고 책임 있는 역할까지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반성에 입각한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도는 오히려 더 결실을 맺기 쉽다”고 말했다.

“민주당 129명 탈당 만류 기자회견...평소 당 변화 위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워”

민주당 의원 129명이 탈당을 만류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선 “제가 그 분들 처지였다면 훨씬 더 점잖고 우아하게 말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제가 늘 말씀드리는 것처럼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건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다. 오늘 제 기자회견을 목전에 둔 시점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심정을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평소 당의 변화를 위해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점은 제가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저도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민주당 당원으로 수십 년 동안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봉사했기 때문에 그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그분들께 특별히 이해를 구하는 회견을 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런 고민을 제가 했다”며 “지금 민주당에 남아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채로 따라다니면서 선거에서 간간이 응원이나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까, 아니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수많은 국민들께 길동무라도 돼 드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까. 두 가지를 놓고 고민했다. 후자가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결론을 냈다”고 강조했다. 

‘탈당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어떤 단일 사건 때문에 생각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길게 보면 몇 년 동안, 짧게 보면 몇 개월 동안 줄곧 고민해왔다”고 답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사전 교류를 했는지를 묻자, “귀국 후 두 번 뵀다. 그때 정치적 현안이나 국가나 당에 대한 우려를 교환한 바 있다”며 “엊그제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에서 문 전 대통령께서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씀했는데 현재 정치는 희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저도 똑같다. 현재 정치가 국민께 절망을 드리기 때문에 희망의 통풍구 같은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 점에서 제가 하는 일이 문 전 대통령의 우려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다시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원칙과상식, 협력 방안 협의 진행 중” “3총리 연대, 문제의식은 공유”

‘원칙과상식’ 모임 의원들과 창당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또는 어느 지점에서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 ‘3총리 연대설’에 대해서는 “저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책임 있는 역할을 당과 국가에서 했었다. 그리고 그동안 세 사람이 함께 모이지는 않았지만, 일대일로 만나 국가와 당을 걱정하는 문제의식은 공유한 바 있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당의 목표에 대해서는 “양당의 철옹성 같은 독점 구도를 깨뜨리는데 의미 있는 정도의 의석, 되도록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이미 오래전부터 지켜왔던 입장, 그리고 대표도 공약했던 그대로 연동형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원래 민주당은 다당제를 지향했었고 소수정당을 도우면서 그 소수정당을 우군화했던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며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수정당을 배제하려는 이상한 기운이 생겼는데 그것은 오만이라 생각한다. 다시 다당제를 추구했던, 소수정당을 지원하고 배려했던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낙연 전 대표 민주당 탈당·신당창당 기자회견문 전문]

<고별...새로운 미래를 위한 다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당원 여러분,

우리는 2023년 어두운 한 해를 보내고, 2024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에는 가정마다 살림걱정 덜하고, 국가도 세계도 평화를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습니다.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습니다.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습니다.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습니다.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습니다.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 버리지 못했습니다. 또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습니다.

저의 그런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의 오늘 결정에 대해 저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합니다. 저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섭니다. 저는 죽는 날까지 그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겠습니다.

저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습니다. 저는 이 국가적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암흑기에 들어섰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부로 기록될 것이 확실합니다. 윤석열 정권은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례 없는 퇴행과 난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침몰로 갈 것이냐, 지속가능 국가로 회복될 것이냐의 마지막 기로에 섰습니다.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정치의 위기입니다. 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정치가 각자의 사활에만 몰두하며 국가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 국가 과제의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망국적 정치는 민생의 고통을 덜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검찰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여야는 그런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합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습니다.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혐오와 증오의 양극정치를 끝내지 않고는, 국민이 마음 편히 사실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흑백의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양극정치는 지금 전개되는 다양성의 시대를 대처할 수 없습니다. 

정치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저는 미국과 독일에서 1년 넘게 공부하면서 확실히 배웠습니다. 미국은 양당제 속에서 분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다당제로 극단의 정치를 피하면서, 분열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합니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현재의 대통령제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집중된 최고권력을 잡을 수도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 폐해를 우리는 진저리치며 경험하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를 고쳐, 대통령 후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최대한 분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 같은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합니다. 정치인 등 누구든 특권을 남용하면 국가 기강이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힘들게 이룩한 법치주의마저 권력에 유린되고 있습니다. 정권은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합니다. 다수당은 의석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현실을 바로잡읍시다. 정치는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오직 국민과 국가에 봉사해야 합니다. 법치는 성역 없이 바로서야 합니다.

경제에서는 R&D 지원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도전을 돕고, 미래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끊임없이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복지는 생활에 필수적인 기초 서비스를 국가가 단계적으로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부담-중복지’로 발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에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의 원칙을 되살려, ‘제2의 한류’를 더 확산시키도록 돕겠습니다. 외교에서는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정착시키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평화와 번영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최고의 역량을 갖춘 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허물어지는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제2의 건국’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 각오로 새로운 정치에 임하고 싶습니다.  

그 길로 가기 위해,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습니다. 무능한 정치를 유능한 정치로, 투쟁의 정치를 생산의 정치로, 부도덕하고 부패한 정치를 도덕적이고 깨끗한 정치로 바꾸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저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청년과 전문직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런 분들께서 정치참여의 기회를 얻으시도록 돕겠습니다.

저는 몹시 가난했지만, 많은 기회를 누리며 성장했습니다. 저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크나큰 혜택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국민께 돌려 드릴 때가 됐습니다.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마음에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의 의무로서 그 일을 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정치 때문에 잘못되고 있습니다.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습니다. 

그 길은 쉽지 않은 길입니다. 저는 그 길이 쉬워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려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