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제3지대 빅텐트, 설 전 통합 '이견'.. 이준석 "너무 일러" "이낙연과 선명한 차이 발견"

이준석 "텐트보다 멋있는 큰 집 지어야" "비빔밥에 각각 색감·식감 유지한 고명 필요" 조응천·이원욱 "설 전 통합정당, 이준석도 공감".. 이준석 "서두른다고 될 게 아냐" 이낙연-이준석, 화학적 결합 가능? 이준석 "선명한 차이 발견" "떴다방은 안한다" 이준석, 정치노선과 차기 대선 문제로 '속도조절론'

2024-01-15     김승훈 기자
지난 14일 미래대연합 창당발기인 대회에 이낙연 전 총리, 조응천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제3지대를 통한 '총선 연대'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으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과 이낙연 전 총리의 '새로운미래', 민주당 탈당파 무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의 '미래대연합'이 제3지대를 통한 '총선 연대'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으나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설 연휴 전 통합정당 출범 목표를 밝히자, 이준석 위원장은 "너무 이르다"고 '속도조절' 입장을 냈다. 또 이 전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와 "선명한 차이도 발견했다"며 제3지대 연대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준석 "텐트보다 멋있는 큰집 지어야" "비빔밥에 각각 색감·식감 유지한 고명 필요"

현재 제3지대 빅텐트에 동참할 의사를 보이고 있는 세력은 이준석 위원장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주축인 미래대연합,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역 의원 수가 가장 많은 미래대연합이 14일 창당 발기인대회와 창당준비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도 참석했다.

미래대연합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정태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미래대연합은 이주부터 지역당 창당 절차를 밟고 다음달 초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도 오는 16일 발기인대회를,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은 20일 국회에서 창당대회를 갖는다.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새로운미래'는 미래대연합과의 연대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14일 미래대연합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미래대연합에 모두 함께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저 또한 미래대연합의 길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이 자리에서 드린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도 "텐트보다 멋있는 비도 막고 바람도 막을 수 있는 큰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어 이위원장은 "각각 선명한 색채가 있는 주체들이 참여하는 신당"을 그리고 있다며 '비빔밥론'을 제시했다.

그는 본인의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사를 인용해 "비빔밥 위에 여러가지 고명이 각각의 색감과 식감을 유지한 채 올라가는 것이 비빔밥의 성공 비밀"이라며 "이 비빔밥을 즐길 수 있는 그 날이 대한민국의 미래고 대한민국의 정치 개혁이 완성된 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비빔밥 축사에 대해 "오늘 축사로 2년 반만에 비빔밥을 꺼내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거대정당에서, 당내에서 생각이 달랐던 사람들이 모여서 (제3지대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게 제가 갖고 있는 실체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맛난 비빔밥을 만드는 조합의 과정에서 고유 개성을 키우고 고유의 선명한 방향성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너무 정치공학적이거나 연대, 통합에 방점 찍고 계속 보도가 나가게 되면 국민께서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이 항상 드러내고 싶은 지점은 말했듯이 조화롭게 다양성이 공존하는 것"이라며 "타협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응천·이원욱 "설 전 통합정당, 이준석도 공감".. 이준석 "서두른다고 될 게 아냐"

이날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가 연대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지만 세력간 이견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응천 의원이 제3지대 통합정당 구성의 1차 목표 시점을 '설 연휴 전'으로 제시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시기가 이르다'고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무소속 조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3지대 통합정당' 구축 시한에 대해 "1차 목표는 설 (명절) 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공감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된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그 어느 때보다 제3지대 제3세력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도 큰 틀에서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대연합 성격에 대해 "아무리 급하다고 A형 피를 B형 환자한테 그대로 수혈하면 거부 반응이 나서 죽는다"며 " 그러면 반드시 중간에 뭐가 있어야 되는데 우리 미래대연합을 저는 O형이라고 생각을 한다. 플랫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준석 신당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제공해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소속 이원욱 의원도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2월 초중순, 가급적이면 설날 전에 국민들의 설 밥상에 정말 저런 정당이 있구나라고 하는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그러니까 미래대연합은 그때를 목표로 해서 출발하는데 저희가 미래대연합이라는 당명을 지은 이유도 우리가 중심이 돼서 지금 정당을 추진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 이낙연 대표, 양향자 대표, 금태섭 대표 등등 다 모아서 하나의 정당으로 가보자라고 하는 목표가 있다"고 '설 전 통합론'을 밝혔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같은 날 '설 전 제3지대 통합'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솔직히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이 위원장은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물론 공천 스케줄 때문에 급한 것은 알겠지만 '이낙연 신당'이 아무리 빨리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달 말 전에는 창당하긴 힘들 것"이라며 "창당하자마자 합당하는 건 그 당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이달 20일쯤 창당 절차를 완료하는데 (설 연휴 전 제3지대 통합을 마칠 경우) 창당 자체가 합당용 창당 같이 된다"며 "모양새도 안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개혁신당 내부적으로도 선명한 보수정당 지향이냐, 빅텐트 지향이냐를 놓고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기는 빅텐트는 누구랑 (하느냐)보다 어떻게, 왜 합치느냐가 중요하다"며 "서두른다고 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빅텐트의 명분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현재의 제3지대 빅텐트에 참여하지 않고 보수정당을 지향할 가능성도 담고 있다. 특히, 현재 개혁신당에 현역 의원이 없다 보니 추후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합류하는 타이밍을 기다려 '제3지대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분석이다.

14일 여의도에서 가진 첫 3자회동. 밝은 표정으로 대화 나누는 이낙연·이준석·김종민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속도조절론', 정치노선-차기대권 문제..."떴다방 안한다"

"급하게 갈아버리면 비빔밥 아닌 죽" "다음 대선까지 무조건 함께 가야...최소한 5년은 같이가야"

무엇보다 이 위원장의 '속도조절론'은 '정치노선'과 더불어 '차기 대선'과 직결된 문제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와 선명한 차이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타협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으나,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들이 예상 보다 많이 합류할 경우를 대비해 현재의 제3지대 빅텐트에 참가를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제3세력들의 조기 합당론'에 대해 "급하게 모여서 다 갈아버리면 그게 죽이지 비빔밥이겠느냐"며 "나는 선명한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지금 창당 행보에 나섰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가진 실체적인 고민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비빔밥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낙연 전 총리와 16일 기녹화한 대담 방송 자리에서 타협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선명한 차이도 발견됐다"며 "타협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해선 허심탄회하게 서로 대화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국민의힘에서 당대표를 지냈다고 제가 가진 색이 빨간색보다 약간 차이나는 다홍색이라면 별개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반대로) 민주당에서 나온 분이라고 해서 파란색이 아니라 하늘색 정도 된다고 해서 국민들께서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제3지대 빅텐트가 총선에서 그치지 않고 대선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14일 출범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큰 집(제3지대 통합)에 참여하려는 정파들은 국민 앞에 다음 대통령 선거 정도까지는 무조건 함께할 것을 서약해야 한다"며 "이것이 '떴다방' 같은 이미지로 비친다면 그런 결사체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 15일 유튜브에서도 "정치적 동지나 결사체가 되려면 최소한 5년은 같이 하겠다고 가야 하는 것"이라며 "참여 정파들도 그 정도의 결기가 있어야 한다"고 '대선 연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도 이날 채널A 유튜브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겉으로는 백년정당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몇 년 있다가 쪼개지는 건 진짜 구태"라며 "롯데타워를 짓겠다는 각오로 시작해야 20층 아파트라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저희는 길게 보고 이 정당을 제대로 만들어갈 생각"이라며 "상대 측에서 떴다방을 생각하고 있다면 차라리 빨리 알려달라. 그러면 거기에 맞는 수준의 연대를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 발족 전 이낙연 전 대표, 이준석 위원장, 김종민 의원은 여의도 모처에서 3자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오는 16일 열리는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 미래'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한다.

"각 당 정체성 극복하기 어려울 수도"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 빅텐트 구성을 위한 세력간 치열한 논의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으나 대체로 정체성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전 총리, 이 위원장은 그동안 지향점이 달랐다. 합쳐진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 그동안 정치사를 보면 '범탕'은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 연대는 가능할 것 같다"면서 "이 위원장에게는 플러스, 이 전 총리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위원장은 스펙트럼이 넓다. 정의당까지 안고 가려고 한다. 영남에서는 이 위원장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면서 "이 전 총리는 자기 홈베이스인 호남에서 '어떻게 저렇게 정체성을 파느냐'(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